Ⅰ. 서론
전세 제도1)는 국내 주택시장의 독특한 점유형태로 월세에 비해 주거비를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되어 국내 임차인들에게 널리 활용되었고, 임대인에게 또한 적은 투자금액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는 이점으로 레버리지로의 활용을 위한 사적 금융의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다. 이러한 경향을 수용하여 이창무 외(2002)는 전월세시장의 해석을 위해 보증금(또는 전세금)이 레버리지로 활용된다는 레버리지 가설을 제시하였다. 이에 기초하여 최성호·이창무(2009)는 전세시장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 매매, 전세, 그리고 월세 가격 간 구조적인 관계를 연구한 결과, 전세는 단순한 임대료가 아닌 매매와 월세의 중간에 해당하는 이중적인 성격을 지니며, 전세시장의 움직임은 매매가격과 월세가격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시장이자율, 기대가격상승률에도 영향을 받는 복잡한 구조를 지니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이러한 전세 시장의 독특한 작동기제로 임대사업자는 자본차익을 추구하게 되는 구조가 형성되며, 레버리지 효과로 인해 주택의 소유자로 하여금 매매시장의 상황에 따라 투기적인 행태를 취하게 만든다. 즉, 전세가가 상승함에 따라 레버리지 효과를 통한 과잉투자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후 매매가의 상승추세가 반전된다면 투자의 위축과 함께 시장에 왜곡이 발생하여 변동성이 증폭되는 비효율적인 주택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이창무, 2014).
최근 국내 주택시장의 가장 충격적인 이슈는 전세사고와 전세사기 등 이러한 전세 제도에 기인한 사건들이었다는 것에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선행연구를 통해 밝혀진 전세 시장의 구도에 따르면, 전세가의 상승은 앞서 언급한 여러 문제점들의 도화선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의심된다. 특히 전세가의 상승뿐만 아니라 하락 또한 주거안정성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으며 모니터링 강화를 통해 시장 상황의 변화에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전세가격 상승기에 증가하게 되는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시켜주기 위해 재정 지원정책의 성격으로 저리의 전세자금대출 제도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012년 23조 원 규모에서 2021년 말 기준 180조 원까지 급증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동태적인 관점에서 전세자금대출의 이용이 불러올 수 있는 임차인의 지불의사금액 증가는 주거 과소비를 유발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전세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전세자금대출 제도의 전세가격에 대한 영향을 분석함에 있어 전세시장의 복잡한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여러 논의들이 선행될 필요가 있으며, 또한 겹겹이 쌓인 다양한 제도적 장치에 대한 고려가 필요해 쉽지가 않다. 따라서 본 연구는 우선 수요적 측면에 있어 전세자금대출의 영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주거실태조사2)를 이용하여 전세자금대출의 이용대상이 되는 임차가구를 대상으로 전세자금대출의 이용이 양적인 수요의 증가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는지 실증분석을 진행한다. 본 연구에서의 논의를 통해 주택시장의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Ⅱ. 전세자금대출 제도 및 선행연구 검토
전세자금대출 제도는 전세가격 상승에 대응하여 전세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목적 하에 국가 정책으로써 도입되었다. 구체적으로 주신보전세자금, 안심전세대출, 서울보증전세자금, 근로자·서민주택전세자금, 저소득가구전세자금, 버팀목전세자금 등이 존재한다(최성호, 2018). 이러한 전세자금대출 상품은 대부분 보증서 담보대출로 한도의 기준이 높고 금리는 상대적으로 낮은 보증기관의 보증을 통해 공급되고 있다. 대부분의 전세자금대츨 상품은 전세 보증금의 80%~90% 수준까지 대출을 제공하고 있으며, 대출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및 신용대출보다 낮은 수준, 특히 전월세전환율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파악된다(강민석·정종훈, 2022).
이러한 전세자금대출 지원은 서민의 주거안정 차원에서 2010년부터 계속해서 확대되었다. 특히 금리 인하, 임차보증금 한도의 상향뿐만 아니라, 지원대상의 확대가 이루어졌으며, 최근에는 신혼부부 및 청년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었다.
그러나 2014년 지원 대상의 축소 등 고액 전세에 대한 지원을 제한하기 시작했으며, 점차 공적 보증의 제한(다주택자 및 1주택자 대상), 주택보유자에 대한 전세자금대출을 억제하는 등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가계대출을 관리하기 위해 정책의 점진적인 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과 같은 주택금융정책은 주택시장 내 참여자들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로 사용되어 왔다. 특히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자가보유자뿐만 아니라 임차인의 유동성을 확장시킴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주택수요에 대한 주택금융의 영향을 다룬 초기 연구로 최막중·지규현(2001)은 주택금융의 활성화에 따른 금융융자 효과가 자가 및 전세 가구 간 주택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분석하였다. 그 결과, 동일한 융자비율 하에서 전세 가구가 자가 가구에 비해 더 민감한 영향을 받으며, 특히 융자비율 확대에 따른 주택면적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남을 보고하였다. 대출금리의 변화와 같은 금융시장의 환경과 LTV, DTI와 같은 정책에 따른 주택금융의 제약 또한 주택수요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의철(2005), 최막중 외(2002), 그리고 최성호·송연호(2015)는 실증분석을 통해 주택금융에 대한 제약이 클수록 개별 가구의 주거서비스 소비가 줄어드는 것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이 금융시장에서의 유동성 공급은 주택구매력을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주택수요에 영향을 주게 된다.
주택금융과 주택수요 간 관계를 다루는 연구들은 적지 않게 진행되어 왔으나 주택담보대출의 영향에 대한 연구들이 주로 진행되어 왔다. 전세자금대출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으로 파악되며, 해외의 경우 전세라는 점유형태가 부재하기 때문에 전세자금대출을 다룰 수 없었다.
전세자금대출의 시장 효과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연구는 최성호(2018)가 유일한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연구에서는 향후 주택구매 전환의 측면에서 전세자금대출의 역할에 대한 실증분석을 진행하였다. 이외에는 전세자금대출의 채무불이행, 사고발생 요인 또는 전세사고에 대해 다루는 연구가 전부인 것으로 파악된다(김병국 외, 2016; 오주한·최열, 2017).
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세자금대출의 이용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미시적인 단위의 자료가 부족했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전세자금대출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초기적인 연구로서 의의를 가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최근 나타나고 있는 전세시장에 대한 전월세보증금의 유동성 공급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Ⅲ. 분석의 틀
본 연구는 2018~2022년 주거실태조사 자료를 이용하며, 수도권을 공간적 범위로 설정하였다.3) 전세자금대출 이용가구의 대상이 되는 전세 및 보증금 있는 월세에 해당하는 임차가구(아파트, 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 오피스텔)를 분석대상으로 하며, 구성한 변수들에 대한 기초통계량은 <표 1>과 같다. 기본적인 전처리로 전용면적과 가구의 소득, 자산, 그리고 부채가 결측치인 경우와 전용면적이 200평 이상인 경우 이상치로 판단하여 제거하였다.
가구주 연령은 10세 단위의 연령그룹별 더미변수를 사용하였다. 전세의 경우 증여 또는 상속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최근 적지 않은 연구들이 부모·친지의 경제력 및 지원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왔다(우호성·구자훈, 2023; 이소영·이창무, 2019). 이러한 점을 고려하기 위해 선행연구들의 대리변수 설정을 참고하여 부모·친지로부터 무상 지원을 통해 임차자금을 마련한 경우 부모·친지의 지원을 받은 가구로 처리하였다. 또한 가구분화에 따른 수요 변화를 감안하기 위해 소형 가구(1, 2인) 더미변수를 도입하며, 가구주 연령에 따른 편차를 감안하여 청년층(20~ 39세), 중년층(40~59세), 그리고 노년층(60~89세)으로 구분하였다(이창무·박지영, 2009). 각 주택유형별로 주택수요에 대한 의미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더미변수를 통해 구분하였다.
주택의 소비는 한 시점에 관측되는 일시적인 소득보다 장기적으로 예상되는 안정적인 소득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 특히 전세시장의 존재로 소득이 아닌 자산에 기초한 소비가 이루어지게 된다(이상일·이창무, 2006). 이에 선행연구들은 가구주 특성, 자산 특성 등을 이용하여 항상소득을 추정한 후, 항상소득 추정치를 주택수요모형에 포함하고 있다(최성호·이창무, 2010). 본 연구 또한 항상소득4)을 추정하여 이용하며 추정결과는 <부록 1>과 같고, 수요모형 추정시 일반소득의 영향과 비교하였다. 추가적으로 전세와 보증부월세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소비 및 자산 수준 차이를 고려하기 위해 분리 가구 여부, 주거비용, 순자산을 도입하며, 주거비용의 경우 한국부동산원의 지역별 주택유형별 전월세전환율을 활용해 가상의 전세보증금(월세=0)으로 치환하여 사용하였다. 일반소득 및 항상소득, 주거비용, 그리고 순자산 변수는 소비자물가지수를 활용하여 2020년 고정가치로 사용하였다. 최종적으로 항상소득이 음수인 경우, 부모·친지 지원 및 주거비용 결측치를 제거하였고, 총 36,168건의 표본이 수요 모형의 추정에 이용되었다.
이상의 과정을 통해 구성한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전세자금대출 이용가구의 현황을 살펴보자. 임차보증금의 마련에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하는 것으로 확인되는 임차가구들을 대상으로 점유형태, 가구주 연령대, 주택유형, 그리고 면적대에 대한 특징을 파악하였다.
우선 전체 가구 중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하는 가구의 비중은 2021년까지 매년 증가하다가 2022년에 소폭 감소하였으며, 특히 2019~2021년 사이에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된다. 전세가격의 상승에 따라 전세자금대출이 필요한 가구가 증가한 것으로 생각된다(<그림 1>).5)
다음으로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하는 가구의 점유형태별 비중을 살펴보면, 전세 가구가 80% 이상이며 점진적인 증가를 보인다. 임차보증금의 부족분을 지원하기 위해 활용되는 전세자금대출 제도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월세(보증부월세) 시장보다 전세 시장에 더욱 지배적일 것으로 생각된다(<그림 2>).
전세자금대출 이용 가구의 가구주 연령대별 비중을 살펴보면 30대가 30% 이상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40대, 50대 등이 그 뒤를 잇는다. 20대와 60대는 각 6% 이상의 유사한 비중을 보인다. 정책의 주요 지원대상이 신혼부부 또는 청년임에 따른 결과로 생각된다(<그림 3>).
각 조사시점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되는 주택유형별 비중을 살펴보면, 아파트가 약 50% 내외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주택유형별 비중은 연도별로 큰 차이는 없으나 2020년 이후 아파트는 소폭 감소하고, 연립다세대와 오피스텔은 소폭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타 주택유형 대비 비교적 가파른 아파트 전세가격의 상승에 따라 전세자금대출의 이용에도 불구하고 다른 주택유형으로 이전하게 되는 영향으로 생각된다(<그림 4>).6)
전세자금대출의 이용에 따른 질적인 수요의 변화여부를 세부적으로 파악하고자 각 주택유형별 이전에 거주했던 주택유형에 대해 살펴보면, 동일한 주택유형이 유지되는 경우는 아파트가 약 45% 이상, 연립다세대 약 35% 이상, 단독다가구 약 36% 이상, 오피스텔 약 17% 이상으로 나타난다. 주택유형 간 이동이 나타나는 비중은 최소 50% 이상의 적지 않은 비중이 확인된다. 특히 기타 유형7)에서 각 주택유형으로 이전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 수준을 보인다. 전세자금대출의 이용은 수요에 있어 양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질적인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그림 5>).
면적대별 비중을 살펴보면, 소형·중소형·중형이 약 88% 이상으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중소형 거주 가구는 점차 감소하는 반면 중형 및 중대형은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그림 6>).
전세자금대출 이용여부를 구분하여 가구주 연령대별 평균적인 주택소비규모를 살펴보면 차별적인 수준의 차이가 관측된다. 전체 연령대에서(80대 제외) 15% 이상의 차이가 나타나며, 20대가 약 32%로 가장 큰 차이를, 30대와 50대가 약 23%~24%, 40대와 60대가 20%, 그리고 70대가 16%로 뒤를 잇는다(<그림 7>).
앞서 전세자금대출 이용 가구의 실태에 대해 살펴본 사항을 정리하면, 전세자금대출의 이용이 불러올 수 있는 수요의 증가는 전세시장 내 각 주택유형별, 규모별 하부시장에 독립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각 하부시장 간 수요의 이전에 따른 스필오버(spillover) 효과 또한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전세자금대출 제도의 이용이 개별 가구의 주택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하기 위한 모형을 구성하면 기본적으로 다음 (식 1)과 같다. Hi는 개별 가구의 수요(면적), αj는 연령구간(j)별 한계효과, β는 주요 관심변수인 전세자금대출 이용의 한계효과, γl은 이외 l개 각 특성변수의 한계효과를 의미한다.
전세자금대출의 이용에 따른 수요 변화 효과는 연령대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를 측정하기 위해 가구주 연령 더미변수 및 전세자금대출 이용여부 더미변수의 상호작용항을 이용하여 각 가구주 연령대별 전세자금대출 이용의 한계효과를 추정하였다. βj는 각 연령구간(j)별 전세자금대출 이용의 한계효과를 의미하며, 이외 구성은 위의 (식 1)과 같다.
Ⅳ. 실증분석
독립변수 구성에 따라 수도권 임차가구에 대한 수요 모형을 추정한 결과는 <표 2>와 같고, 전반적으로 무리 없는 방향성으로 판단된다. 추정모형에 따라 달라지는 연령 효과를 효과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그래프를 작성하면 <그림 8>과 같다.
Model 1과 Model 2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연령 증가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다가 40~49세를 정점으로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하는 경우 11㎡ 이상의 추가적인 소비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추정되며, 부모·친지의 지원을 받는 경우와 분리 가구로서 자산을 보유한 경우 주택소비규모를 높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택유형과 소형 가구(1, 2인)를 추가로 통제한 결과(Model 3), 큰 차이는 없으나 추정된 연령 효과의 정점이 50~59세로 바뀌며, 특히 기존의 정점(40~49세) 전후의 연령대별 한계효과의 차이가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난다. 전세자금대출의 이용과 분리 가구 여부에 따른 한계효과는 영향력이 감소하지만 크게 무리 없는 결과로 생각된다. 주택유형에 있어 아파트, 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 그리고 오피스텔의 순서로, 1, 2인 소형 가구에 있어서 노년층(60~89세), 청년층(20~39세), 그리고 장년층(40~59세)의 순서로 더 큰 면적을 소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으로 가구의 소득 및 자산수준을 통제한 결과(Model 4, Model 5),8) 일반소득 통제시 연령 증가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다가 40~49세 이후 연령대에서는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나타난다. 반면 항상소득을 통제할 경우,9) 계속적인 수요의 증가 추세를 보이며, 선행연구에서 나타나는 노년 연령대 수요의 과대 추정과 동일한 양상을 보인다. 장기적 기대소득의 성격인 항상소득이 일반소득보다 주택소비규모를 더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며, 특히 전세자금대출 이용의 효과도 비교적 큰 값이 추정된다.
주거비용을 통제한 결과(Model 6, Model 7), 주택소비규모를 유의하게 높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전세자금대출, 부모·친지 지원, 그리고 순자산 변수의 강건성(robustness)을 해치는 결과를 보인다. 이는 주거비용 변수가 각 변수들에 대해 지불가능한 주거비용의 증가라는 결과의 성격을 띄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전세자금대출은 부모·친지 지원, 소득, 그리고 자산 등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통제하더라도 임차 가구의 수요를 증가시키는 강건한 방향성을 보인다.
전세자금대출 이용에 대한 연령대별 수요 증가(또는 감소) 효과를 추정한 결과는 <부록 2>와 같고, 전세자금대출 변수를 상호작용항으로 도입한 것 외에 각 추정모형별 변수 구성은 <표 2>에서의 구성과 동일하다. 상호작용항을 통한 연령대별 한계효과를 효과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각 연령 효과와 상호작용항 추정계수를 활용하여 전세자금대출의 이용에 따른 각 연령대별 주택소비규모 증가율10) 형태의 그래프를 작성하면 <그림 9>와 같다.
전세자금대출의 이용은 20~70대 각 연령대의 수요를 증대시키는 것으로 추정되며, 대체로 20대의 수요증가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난다. 주거비용을 통제한 모형(Model 6, Model 7)에서는 다소 상이한 그래프 개형을 보이며, 앞서 언급한 이유 때문으로 생각된다.
가구의 소득 및 순자산까지 통제한 Model 4(일반소득)와 Model 5(항상소득)의 결과를 최종적으로 채택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전세자금대출의 이용은 모든 연령대에 공통적으로 10% 이상의 수요증가 효과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즉, 가구의 주택소비규모를 결정함에 있어 가족의 지원, 소득, 그리고 자산수준 등의 요인이 동일하더라도 전세자금대출의 이용은 적지 않은 수준의 추가적인 소비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판단된다(<그림 10>).
제도의 당초 목적은 임대시장의 안정을 위해 전세가 상승에 대응하는 재정적 지원이었으나, 손쉬운 부채 조달에 따른 임차인의 지불능력 향상이 수요의 증가를 견인하여 전세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시키고자 했던 방향성과 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으며, 또한 국내 주택시장의 구조적인 특성상 타 하부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세자금대출 제도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Ⅴ. 결론
전세자금대출 제도는 전세가격 상승기 서민의 주거 안정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되었으나, 주거 과소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서민의 주거 안정에 해를 가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주거실태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전세자금대출 제도가 임차가구 주택수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실증분석을 진행하였다.
제도의 이용현황에 대한 기초분석 결과, 전세자금대출의 이용은 전세시장 내 각 하부시장에 대해 개별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하부시장 간 수요의 전이를 유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수요 모형을 구성하여 분석을 진행한 결과, 전세자금대출 제도의 이용은 강건한 방향성으로 임차가구 주택수요의 증가를 이끄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전세자금대출 제도의 이용은 가구의 주택소비에 있어 과소비를 야기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동태적인 관점에서 서민의 주거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시장 전체의 불안정성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지 의문이 든다. 다만 폐지보다는 점진적인 축소를 통해 향후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성으로 판단된다. 또한,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러한 비제도권 부채에 해당하는 전세금(또는 보증금)을 제도권의 영역으로 흡수시킬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면적을 활용함으로써 양적인 수요의 양상을 다루었다. 그러나 기초분석에서 살펴봤듯이 전세자금대출 제도는 주거이동의 상향 또는 하향, 즉 질적인 수요의 변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영향을 분석모형에 고려하지 못한 점은 추정계수에 편향(bias)을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전세자금대출 제도가 야기하는 질적인 수요의 변화 양상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