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산업단지는 특수한 성격을 갖는 부동산이다. 부동산 가격이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결정되기보다는 지역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논리에 큰 영향을 받는 까닭이다. 현행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은 국가가 조성하는 산업단지의 경우 감정가가 아닌 조성원가로 분양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1) 이 같은 특징 때문에 부동산학의 대상으로서 산업단지를 분석하는 연구들은 분양가보다 분양률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산업단지 분양률은 산업시설용지 부동산에 대한 기업의 실수요를 반영하는 보다 직접적인 지표로 취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산업단지의 미분양 추세는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08년 기준 3.6㎢에 불과했던 미분양 산업시설용지 면적은 2016년 기준 27.1㎢까지 증가한 상태다. 같은 기간, 산업시설용지의 미분양률은 0.9%에서 4.9%까지 다섯 배 이상 증가했다(이윤석 외, 2016). 미분양률의 가파른 증가는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별법」 입법 이후 신규 산업단지가 대폭 증가한 데에서 상당 부분 기인하지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미분양이 오랫동안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산업단지들이 다수 존재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 요청되고 있다(이윤석 외, 2016).
산업단지 분양률에 대한 초기 연구들은 분양률을 특정업종 경기나 기술조건에 좌우되는 지표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산업단지를 기본적으로 동종업종 사업체가 집적한 대규모 생산기지로 인식했던 까닭이다. 이 같은 시각과 달리, 현 정부는 산업단지를 인재와 신산업이 모여드는 생태계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을 수립하고 이를 위한 정책수단으로서 산업단지 정주환경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국토교통부의 산업단지형 행복주택, 산업통상자원부의 공동통근버스·산업단지건강센터, 고용노동부의 산업단지 공동어린이집 운영사업 등 다양한 사업이 진행되었다. 이어서 정부는 “주거·보육·문화·복지시설 등 범부처 산단 환경개선사업을 일자리위원회 주관 합동공모방식으로 통합·확대”한다는 구상 아래 범부처가 참여하는 정주시설 개선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국정기획자문위원회, 2017, p.160).
이 같은 맥락에서 본 연구는 산업단지 배후지역 정주여건이 산업시설용지 분양률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하였다. 국토지리정보원의 공공데이터를 이용해 산업단지 배후지역의 정주시설 공간DB를 구축하였고, 우리나라 개발완료 산업단지 전체의 정주여건 지표를 추정하였다. 일반적인 회귀분석을 이용한 모형이나, 내생성을 통제한 도구변수 모형 모두에서 산업단지의 정주여건은 산업시설용지 분양률을 높이는 데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기여하는 것이 관찰되었다.
Ⅱ. 선행연구 및 정책동향 고찰
산업단지 배후지역의 정주환경이 산업단지 경쟁력의 중요한 요인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오래지 않은 일이다. 이전까지 산업단지는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한 대규모 생산기지로서 인식되었고, 단지설계나 입지선정에 있어서도 정주기능에 대한 고려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산업단지 정주여건에 대한 논의는 2014년 7월 법령 개정을 통해 산업단지 복합용지 지정이 허용되면서 본격화된다. 복합용지는 단일필지 내에 교육시설, 주거시설, 문화시설, 체육시설, 의료복지시설 등의 다양한 기능을 입주시킬 수 있는 특수부지로서 산업단지 내 정주기능 강화를 위해 제안되었다. 제도 시행을 전후해 산업단지의 정주기능 실태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었는데, 대표적인 사례로서 서연미 외(2014)는 9개 산업단지에 종사하는 538명의 근로자에게 설문조사를 수행해 각 근로자가 정주기능의 필요를 어디에서 충족하고 있는지, 향후 정주시설 확대의 수요가 존재하는지를 조사했다. 이어서 이삼식 외(2013)는 전국 82개 산업단지에 대한 현장조사를 통해 국·공립 어린이집 설치 현황을 파악하고 산업단지 종사자 면담을 통해 향후 어린이집 설치 수요를 파악한 바 있다.
산업단지 정주환경 개선 및 복합용도 개발의 필요성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리라 전망된다. 한편으로, 최근 새롭게 발생하고 있는 신산업들은 문화콘텐츠와 정보통신 기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교차하는 융합적인 부분에서 창출되는 특징을 갖는다. 더불어 3D프린팅 같은 신기술에 힘입어 소비자의 개인적인 필요와 취향을 반영한 맞춤형 제품생산의 폭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생산시설의 지능화 및 스마트화에 따라 산업공간의 집약적인 압축과 청정화가 가능해지면서 더욱 강화되리라 예측되고 있다(장철순 외, 2017). 이처럼 고전적인 산업단지 패러다임과 어울리기 어려운 제조업의 융합화, 서비스화, 스마트화 추세는 산업공간의 복합화, 도심화와 더불어 정주환경 고도화를 지속적으로 유도하리라 전망된다.
산업단지 분양률은 언론과 학계 모두가 관심을 갖고 조명해왔던 주제이다. 그러나 대다수 연구는 산업단지 분양률의 추이와 전망을 예측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반면, 산업단지 분양률의 결정인자를 탐색한 실증연구는 실증연구의 사례가 많지 않다(Jackson, 2002).
산업단지 분양률에 대한 대표적인 연구사례로서 조혜영(2013)은 전국 산업단지 중에서 미분양 문제가 지속되는 산업단지를 식별한 뒤, 미분양 산업단지들의 특징과 미분양 지속원인을 논의하였다. 단,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준공 완료된 47개의 산업단지만을 분석하고 있어 최근의 미분양 추이를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를 보였다. 또 다른 연구의 사례로서, 이윤석 외(2016)는 우리나라 산업단지 미분양률의 지역 간 추이와 시점 간 추이를 분석하였다. 특히 시간경과에 따라 각 산업단지의 분양률 추이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관찰하고 단지 유형, 산업단지 규모, 개발주체에 따른 분양률 변화의 추이를 비교하였다. 이처럼 선행연구들은 산업단지 미분양을 정책의 비효율을 야기하는 문제로 인식하고 그 추이를 분석하는 데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그러나 산업단지 분양률의 영향인자를 규명하는 데에는 이르지 못하는 한계를 보인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국정구상에서 기존의 산업단지를 창업과 혁신의 보금자리로 만들겠다는 산업단지 혁신 2.0 구상을 포함시켰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와 비전을 갖고 있는 창의적인 인재들이 산업단지로 유입되어야 한다. 문제는 현재 가동 중인 산업단지들의 정주여건이 창의적인 인재들이 선호하는 입지조건으로부터 괴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기존의 창조계층(creative class) 문헌들은 지역의 사회문화적인 분위기와 정주여건이 창조계층의 입지를 결정하는 핵심변수임을 강조하고 있다(Florida, 2002; 2005). 기업체의 관심이 집적경제나 정부지원을 통한 비용절감에 있는 것과 달리, 창조적인 인재들의 관심은 업무를 마친 뒤 누릴 수 있는 사회문화적인 삶의 질에 집중된다는 것이다.2)
창조계층 유입에 대한 정주환경의 역할은 다수 문헌에 의해 실증된 바 있다. 일례로 Frenkel et al.(2013)은 첨단산업에 종사하는 지식근로자들이 주거지를 선택함에 있어 지역의 사회경제적 수준, 주택가격과 교통여건 다음으로 문화적 삶의 질과 교육환경을 중시한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비슷하게 Woldoff et al.(2011)은 창조적인 직종의 근로자들이 대학졸업 이후 첫 직장을 선택함에 있어 사회문화적인 다양성을 중요한 입지조건으로 고려한다는 점을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해 실증한 바 있다. van Heerden and Bontje(2013)는 정주환경의 질이 창조계층 뿐 아니라 일반적인 노동자 계층에게도 중요한 입지조건으로 작동함을 실증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 문헌들은 정주환경의 수준이 혁신기업의 입지를 결정함에 있어서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일례로 미국 보스턴의 의약분야 기업체 설문조사에 기초해 주요 입지요인을 분석한 Kimelberg and Nicoll(2012)은 주차여건, 주거여건, 교육여건, 심미적 만족도 등의 정주환경이 중요한 고려조건으로 작용한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한편, 1999년부터 2006년까지 네덜란드 기업체의 주소지 이전 통계를 분석한 Weterings(2013)는 상점, 카페, 레스토랑 등의 정주환경이 잘 구비된 산업지역일수록 입주기업의 지역이탈 확률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관찰을 보고하고 있다.
이상 언급한 연구들은 정주환경의 개선이 창의적인 인력과 혁신기업의 유입을 앞당길 수 있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그러나 대부분 서구의 산업입지를 대상으로 한 분석이라는 점에서 주의 깊은 해석과 적용이 필요하다. 국내문헌 중에서 산업단지 분양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서 정주환경의 역할을 조명한 연구 사례는 매우 희소하다. 그러나 양자 간 연결고리를 시사하는 실태조사 사례는 드물게나마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산업단지 분양률 추이를 분석했던 임종인 외(2011)는 산업단지 내 복합시설용지 지정을 통한 주거·편의시설 공급이 산업단지 미분양 해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를 진단한 바 있다. 연구자들은 한국산업단지공단 내부자료를 활용해 일반단지 53개와 복합단지 5개의 분양률 추이를 분석했는데, 복합단지 미분양률이 높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복합단지 개발이 분양률 제고를 담보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임종인 외(2011)의 연구는 가치 있는 관찰을 담고 있으나, 산업단지 사례 수가 제한적이었으며 개별 산업단지 특징이 통계적으로 통제되지 못한 채 단순히 분양률을 비교한 사례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더불어 정주시설의 범위를 산업단지 내 복합용지 시설에 국한하고 있어 산업단지 배후지역의 여건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에도 한계가 남는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해 본 연구는 산업단지 분양률에 대한 기존 부동산학 문헌의 맹점이 산업단지 정주여건에 대한 분석에 있다고 파악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실증분석을 설계하였다. 본 연구의 이론적 가설은 산업단지의 정주여건이 산업시설용지의 분양실적에 대해 정(+)의 방향으로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이다. 이 같은 가설은 본 장에서 논의한 선행연구들의 실증으로부터 도출되었다. 이러한 연구가설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주여건과 분양률 간의 상관성이 확인되어야 하고, 변수 간 관계를 교란할 수 있는 제3의 요인이나 변수 자체의 내생성 문제가 해소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분석모형의 정교한 설계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다음 장에서 설명하도록 한다.
Ⅲ. 자료구축 및 분석방법
본 연구에서 사용하는 산업단지 배후지역의 개념은 산업단지 종사자와 그 가구가 기초적인 정주기능을 충족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생활권 범위를 일컫는다. 생활권의 규모와 관련된 문헌은 2000년대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축적되기 시작했는데, 설문조사에 기초해 근린생활권의 규모를 측정한 사례가 다수를 차지한다. 이와 관련한 사례로서, 황희돈(2008)은 일산 및 분당 지역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수행해 근린생활권의 범위를 13.5분의 도보거리로 정의한 바 있다. 오병록·김기호(2007) 역시 설문조사에 기초해 생활권을 정의했는데, 이로부터 도출된 결과가 행정적인 생활권의 범위와 얼마나 불일치하는지를 제시한 바 있다.
최근에는 「가구통행실태조사」 같은 대규모의 통근통행 패턴자료를 활용해 도시계획시설의 생활권 범위를 측정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례로, 오병록(2014)은 수도권 가구통행실태조사를 가공해 통근, 통학, 쇼핑, 여가를 위한 평균 통행거리를 측정한 뒤 근린생활권―소생활권―중생활권―대생활권으로 확대되는 위계별 생활권을 정의하였다. 이 같은 접근은 설문조사의 측정방식이나 표집규모에 따른 편의를 방지하고, 대규모의 실제 이용패턴에 기초해 생활권을 정의한다는 데 강점이 있다. 더불어, 근린생활권만을 넘어 정주시설의 유형에 따라 위계적인 형태로 확장되는 생활권을 정의했다는 점에서도 기존의 접근방식을 보완한다.
구분 | 정의 | 기능 |
---|---|---|
근린생활권 | 산업단지 경계면적에서 700m 거리 | 도보로 상시 접근하는 근린생활 공간 |
소생활권 | 산업단지 경계면적에서 2㎞ 거리 | 자전거나 버스로 접근 가능한 근린생활 공간 |
중생활권 | 산업단지 경계면적에서 5㎞ 거리 | 특정한 목적을 갖고 왕래할 수 있는 생활공간 |
대생활권 | 산업단지 경계면적에서 9㎞ 거리 | 비정기적으로 도달 가능한 특수한 서비스 영향권 |
자료 : 배후지역 정의는 오병록(2014)의 연구결과를 이용하였음.
이에 본 연구는 오병록(2014)이 정의한 생활권의 위계적 범위를 산업단지 배후지역을 정의하는 데 적용하였다. 구체적으로 말해, 본 연구에서 근린생활권은 산업단지 지정용지 경계면으로부터 직선거리로 700m 범위에 있는 영역으로서, 평균적인 보행속도를 고려할 때 10분 내외로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근린생활권 범위에서 공급되어야 할 정주기능의 대표적인 사례는 주차장과 편의점이다. 반면, 소생활권은 산업단지 경계면적에서 2㎞ 범위의 영향권이다. 이는 기초적인 생활의 필요를 위해 매우 빈번하게 접근할 수 있는 생활권으로서, 보육시설이나 병·의원 등의 정주시설이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는 범위라 할 수 있다. 경계면적에서 5㎞ 범위로 정의된 중생활권은 자동차를 통한 정기적인 접근이 전제되는 범위로서, 주택을 비롯해 은행, 마트, 공원 등 대다수의 정주시설이 거주민의 최소한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하는 범위라 생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9㎞ 범위의 대생활권은 정기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범위는 아니지만 특수한 필요가 발생했을 때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 공급범위로서 종합병원, 백화점, 고속철도역 등의 정주기능을 공급되어야 하는 범위라 정의되었다.
앞 장에서 고찰한 바와 같이, 산업단지의 정주기능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일부 기능에 분석을 집중하고 있어 포괄적인 정의를 제시하고 있는 사례가 드물다. 다만, 산업단지 종사자 가구에게 충족되어야 하는 기본적인 정주기능이 일반적인 가구의 정주기능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가정한다면, 문헌의 범위를 넓혀 도시 내 생활권의 정주기능을 정의했던 기존 문헌들의 연구를 참조할 수 있다. 특히 박근혜정부에서 지역발전위원회가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지역행복생활권과 관련해 기존 연구의 사례가 축적되어 있다(강성철, 2014). 이들 문헌들은 생활권의 범위를 교통수단 및 접근빈도에 달리 설정한 뒤, 각 생활권마다 다른 유형의 정주시설을 대응시키고 있다.
자료 : 생활권 범위에 따른 정주기능 대응은 김철수(2012)의 연구결과를 참조하였음.
본 연구는 김철수(2012)와 강성철(2014)의 논의를 종합해 <표 2>와 같이 산업단지 정주기능을 정의하였다. 더불어 각 정주시설마다 최소규모의 서비스가 충족되어야 하는 생활권의 범위를 대응시켰다.
2017년 7월을 기준할 때, 우리나라에 지정되어 있는 산업단지는 모두 1,183개로 확인된다. 이 중에서 미개발 상태이거나 조성 단계인 산업단지를 제외하고 개발과 분양이 모두 완료된 상태의 산업단지 778개를 본 연구의 분석대상 산업단지로 설정하였다.
본 연구에서 정주시설의 공간좌표 집계를 위해 활용하는 자료는 국토지리정보원의 국가관심지점(POI) 원자료를 연구자가 가공한 결과물이다. 국토지리정보원의 POI DB는 국가주요시설 전수에 대한 주소값을 제공하는데, 지오코딩(geo-coding) 결과 99% 이상의 주소가 좌표값을 부여받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는 2017년 8월 기준으로 가장 최근의 DB를 취득해 분석에 활용하였다.
배후지역의 정주시설을 측정함에 있어 <표 2>의 최소규모 충족범위가 기준으로 사용되었다. 즉, 교육시설의 경우 소생활권 단위에서 충족되어야 하는 기능이라 전제하고, 산업단지 경계면적으로부터 2km 범위 내에 존재하는 시설의 개소수가 측정되어 변수로 저장되었다. 마찬가지로 백화점의 경우에는 산업단지 경계면적으로부터 9km 범위에 존재하는 시설의 개소수가 측정되어 변수로 저장되었다. 단, 교통시설의 경우에는 개소수보다는 가장 가까운 교통시설과의 거리가 정주환경을 평가하는 데 더 적합하다고 판단해 배후지역 범위 내에서 가장 가까운 해당시설과의 거리로 측정변수를 대체하였다. 이상의 지표 측정을 위해서는 ArcGIS ver. 10.5의 Spatial Join 기능이 주로 활용되었다.
<표 2>에 수록된 모든 정주시설의 배후지역 개소수를 모형에 삽입할 경우 변수 간의 높은 상관성으로 인한 다중공선성 문제가 우려될 수 있다. 또 정책적으로 의미 있고 직관적인 해석을 도출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대표적인 자료축소 기법의 하나인 주성분분석(principal component analysis)을 단계적으로 활용해 각 산업단지의 정주여건 지표를 구축하였다. 1단계로서 <표 2>에서 동일한 유형의 시설로 구분된 변수들의 값이 주성분분석을 통해 하나의 요인으로 통합되었다. 이렇게 도출된 요인값을 다시 주성분분석에 투입해 최종적으로 산업단지의 정주여건 지표가 추출되었다.3) <표 3>은 정주환경 통합지표 추정을 위한 2단계 주성분분석의 주요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수치에 표현된 바와 같이, 정주시설 자료가 갖는 총 분산의 81.55%가 통합지표에 의해 설명되고 있다. 지면의 한계 상 보고되지 않았으나, 세부부문별 주성분분석 결과 역시 마찬가지로 높은 수준의 내적일관성을 드러냈다.
시설유형 | 성분행렬 | 설명된 총 분산 |
---|---|---|
주거시설 | 0.95 | 81.55% |
교통시설 | 0.29 | |
교육시설 | 0.95 | |
보육시설 | 0.96 | |
상업시설 | 0.93 | |
의료시설 | 0.99 | |
공원시설 | 0.96 | |
복지시설 | 0.98 | |
문화·체육시설 | 0.89 |
<표 4>는 본 연구의 분석에 사용되는 주요 변수들의 기초통계량을 정리하고 있다. 개발이 완료된 산업단지만을 대상으로 했음에도 산업시설용지의 분양실적은 0%에서 100%까지의 변산을 나타냈다. 배후지역의 정주여건 지표는 정규분포의 형태를 갖기보다 상위 값으로 다소 편포한 분포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최상위 값을 기록한 가산디지털단지 등 정주여건이 압도적으로 우수한 산업단지 사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산업단지의 규모와 실적을 대변하는 변수 역시 높은 수준의 산업단지 간 편차를 나타냈다.
산업단지 정주여건이 분양률에 미치는 효과를 정교하게 추정하는 작업은 단순하지 않다. 일반적인 통계모형은 두 변수 사이의 통계적 상관성(correlation)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상관성의 존재가 반드시 인과성(causality)의 존재를 담보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정주여건과 분양률이 상관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주여건이 과연 분양률을 결정하는 인자로서 작동하고 있는지 해석하기 위해서는 주의 깊은 분석모형 설계가 필요하다.
고려해야 할 첫 번째 이슈는 종속변수와 독립변수 간 관계를 교란하는 공변량(covariates)의 존재를 통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본 연구의 분석모형에서는 산업단지 지정유형이 중요한 공변량이 될 수 있다.4) 2017년 현재 농공단지는 90%에 가까운 평균 분양률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도시첨단산업단지는 67% 가량의 가장 낮은 평균 분양률을 기록하고 있다(2017년 2분기, 개발완료 산업단지 기준). 그러나 이러한 추세와 반대로 정주여건에 있어서는 도심부 인프라에 접근하기 용이한 도시첨단산업단지가 비도시지역에 지정되는 농공단지에 비해 대체로 유리한 조건을 갖는다. 따라서 이 같은 조건을 통제하지 않은 채 본 연구의 분석모형을 추정한다면, 그 모형은 산업단지 지정유형의 효과가 분리되지 못한 교란된 추정치를 산출하게 될 것이다.
이 같은 통계적 편의(statistical bias)를 보정하기 위해서 본 연구는 산업단지 분양률에 영향을 미칠 일련의 변수들을 분석모형에 통제하였다. 먼저 산업단지의 규모를 대변하는 변수로서 산업시설용지 전체면적과 전체 사업체 수, 전체 종사자 수가 통제되었다. 이어서 산업단지의 준공시기를 기준으로 한 산업단지 가동연한과 그 제곱항이 통제되었다.5) 다음으로 산업단지가 얼마나 활발하게 생산기능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대변하는 변수로서, 산업단지 전체의 2016년도 연간생산액과 연간수출액 규모가 각각 통제되었다. 또 산업단지 개발주체가 민간개발자인지, 공공개발자인지 여부를 통제하였다. 또 법령에 규정된 산업단지 유형인 국가산업단지, 일반산업단지, 도시첨단복합단지, 농공단지의 범주를 더미변수 형태로 통제하였다(준거변수 : 농공단지). 다음으로 각 산업단지의 복합시설용지 포함 여부를 통제하였다. 마지막으로 산업단지가 위치한 광역권의 특징을 반영하기 위해 16개 광역시·도 더미변수를 포함시켰다.
두 번째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이슈는 독립변수와 종속변수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역인과관계(reverse causality)의 가능성이다. 역인과성이란 말 그대로 원인과 결과의 방향이 연구자가 이론적으로 가설한 방향과 엇갈리게 작용하는 상황을 말한다. 즉, 본 연구의 이론적 가설은 산업단지 정주여건이 분양률을 증가시킨다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산업단지 분양이 활발하게 이뤄진 탓에 결과적으로 정주여건이 개선되는 역인과성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사회과학의 현상들은 인과관계의 방향이 체계 내에서 상호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통계적인 상관성만으로는 한 방향의 인과적 가설을 확인하는 것이 모호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역인과관계의 가능성은 종종 변수의 내생성(endogeneity) 문제로 이어져 통계치의 편의를 발생시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계량경제학에서는 도구변수(Instrumental Variables; IV)를 이용해 변수의 외생적 변량(exogenous variation)을 확보하는 전략을 오랜 기간 발전시켜 왔다. 도구변수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해당 변수가 내생변수인 정주여건과는 높은 상관성을 갖되, 종속변수인 분양률과는 낮은 상관성을 가져야 한다. 이 점을 고려해 본 연구는 산업단지 배후지역의 주민등록인구 수를 도구변수로 활용하는 접근을 고안하였다.6) 물론 도구변수의 적합성 여부는 실제 2SLS의 추정값으로부터 해석되어야 하는데, 구체적인 분석 결과는 다음 장에서 단계적으로 논의하도록 한다.
Ⅳ. 분석 결과
<표 5>는 산업단지 분양률을 설명하는 단순회귀모형과 2SLS 모형의 추정결과를 비교하고 있다. 먼저 단순회귀모형의 결과를 살펴보면, 산업단지의 정주여건이 우수할수록 산업단지의 분양률이 높아진다는 본 연구의 이론적 가설이 확인되고 있다. 산업단지의 정주여건 변수는 산업단지의 규모나 실적, 지정유형 등의 제반 변수를 통제한 조건에서도 산업단지 분양률과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강한 상관성을 보이고 있다.
정주여건 외의 나머지 변수 중에서도 의미 있는 해석이 가능한 추정 결과가 일부 관찰되었다. 우선 산업단지 가동연한은 분양률에 정(+)의 방향으로 의미 있게 기여했지만, 그 제곱항 역시 엇갈리는 방향의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효과를 기록했다. 다시 말해, 가동연한이 분양률에 미치는 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효과가 체감하는 뒤집힌 U 형태(inverted-U form)를 기록했다. 또 민간개발자가 공급한 산업단지는 공공이 개발한 산업단지에 비해 분양률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에서 월등하게 높았다. 이는 민간개발 산업단지가 사업성을 중시하는 반면, 공공개발자는 공공성에 더 많은 가중치를 부여한다는 일반적인 상식과 부합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산업단지 지정유형에 따른 분양률의 차이는 일반산업단지를 제외하면 <표 5>의 모형에서 더 이상 유의하지 않았다. 즉, 국가산업단지의 높은 평균 분양률이나 도시첨단산업단지의 낮은 평균 분양률은 분석모형에 함께 포함
주 : *는 신뢰수준 90%, **는 신뢰수준 95%, ***는 신뢰수준 99%에서 각각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치를 의미함. 연간 생산량, 수출액, 기업체 수, 종사자 수의 경우는 추정 값의 해석을 용이하게 위해 <표 4>에 정리되었던 원래 측정단위를 조정해 모형에 포함시켰음.
되었던 통제변수들의 영향을 보정한 뒤에 더 이상 의미 있는 차이를 발생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산업단지의 지역을 구분하기 위한 더미변수 중에서는 경상남도와 울산만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정(+)의 효과를 보였다. 실제로 경상남도는 2012년부터 미분양면적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2015년 기준 전국에서 가장 적은 미분양면적을 기록하고 있는 지역이다(이윤석 외, 2016).
<표 5>의 OLS 추정결과는 변수의 내생성을 해소하지 못한 결과라는 점에서 적극적인 해석에 한계가 따른다. 즉, 산업단지의 정주여건이 우수해서 분양률이 높은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산업단지의 분양이 활발해 인구가 유입되고 정주여건 역시 개선된 결과인지 OLS의 추정치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추가적인 분석으로서 <표 5>의 우측 열은 산업단지 배후지역의 인구규모를 도구변수로 활용하는 2SLS 모형의 추정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분석에 앞서 중생활권(배후 5㎞) 범위에서 배후지역의 인구규모를 산업단지별로 측정한 결과, 배후지역 인구규모는 산업단지의 정주여건과 매우 높은 정(+)의 상관성을 보인 반면(Pearson 상관계수 0.8642), 산업단지의 분양률과는 0에 가까운 낮은 상관성을 보였다(Pearson 상관계수 0.0791). 따라서 배후지역의 인구규모는 내생성 통제를 위한 2단계 최소자승(2-Stage Least Squares; 이하 2SLS) 방법에서 유용한 도구변수로 활용될 수 있으리라 판단되었다.
2SLS 모형의 추정 결과, 산업단지의 정주여건은 여전히 분양률을 설명하는데 정(+)의 방향으로 강하게 기여함이 관찰되었다. 오히려 효과의 강도는 내생성을 통제하기 이전의 경우보다 강화된 것이 확인되었다.7) 표 하단의 통계량은 도구변수 선택의 적절성을 검토할 수 있게 하는 지표이다. 먼저 Cragg-Donald Wald-test는 모형에서 사용된 도구변수가 약한 도구변수(weak instruments)여서 추정치의 편의를 발생시키는지 여부를 검정한다. 하단에 기록된 임계값(critical values)은 일정 비중의 편의(bias)가 발생했다는 가설을 기각하기 위한 Cragg-Donald test의 최소값을 추정한 것이다. 즉, 10%의 편의가 발생했다는 가설을 기각하기 위해서는 16.38 이상의 수치가 필요한데, 본 연구모형에서 추정한 710의 수치는 이를 넉넉한 수준으로 상회하고 있어 충분히 강한 도구변수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재차 확인시켜 주었다(Stock and Yogo, 2005).
Ⅴ.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산업단지 배후지역의 정주여건과 관련한 공공데이터를 포괄적으로 활용해 산업단지 정주여건과 분양률의 관계를 탐구하였다. 분석 결과, 산업단지 정주여건은 산업시설용지 분양률을 개선하는 데 의미 있게 기여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모형의 강건성을 검정하기 위해 2SLS 모형을 재차 추정했을 때에도 정주여건의 효과는 오히려 강화되는 것이 드러났다.
본 연구의 의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본 연구는 전수자료에 가까운 정주시설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산업단지 분양률을 분석한 국내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실증적인 가치를 갖고 있다. 더불어 본 연구가 제시한 분석 결과는 산업단지 정주시설 개선을 통해 기업과 인력의 유치를 앞당기고자 하는 최근 정책기조와 관련된다는 점에서 정책적 가치 역시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본 연구가 제시한 정주여건 평가의 방법이나 정주시설 관련 공공데이터 활용의 가능성은 향후 연관 분야로 적용될 수 있는 가치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마찬가지로 분양률의 측면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혁신도시의 클러스터용지 분양실적을 분석함에 있어 혁신도시 인근의 정주여건 접근성의 영향을 추정할 수 있다면 기존 논의를 보완하는 시사점이 도출될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본 연구는 향후 연구에서 개선되어야 할 연구의 한계 역시 남기고 있다. 우선 향후 연구에서는 산업단지 배후지역의 정의 방식을 보다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산업단지의 배후지역을 설정함에 있어 네트워크 거리가 아닌 직선거리를 활용했다.8) 도심부와 지방의 교통여건이 크게 다르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직선거리보다 네트워크 거리에 기초한 배후지역 정의가 훨씬 더 적합성이 높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산업단지 전수의 배후지역을 네트워크 거리로 추정하는 작업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까닭에 본 연구는 직선거리에 기초한 분석방법을 선택했다. 후속 연구에서는 대표적인 산업단지 집적지역을 대상으로 네트워크 거리 배후지역을 식별함으로써 본 연구의 분석결과와의 차이를 점검할 예정이다.
둘째로, 향후 연구는 인재와 신산업의 산업단지 유입을 더 직접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지표를 구축해 정주기능과의 관련성을 탐구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산업단지 분양률을 분석의 종속변수로 삼았다. 그러나 산업단지를 분양 받는 주체의 성격에 대해 더 정교한 지표를 수집할 수 있다면 정책적 함의가 확대되었으리라 판단된다. 예를 들어, 고숙련 인재를 채용하는 신산업 사업체나 기술형 창업기업일수록 정주여건이 우수한 산업단지에 입주하려는 경향이 높다는 등의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혹은 산업시설용지 중 연구개발용지 등 특수한 목적을 갖는 부동산에 분석을 집중하는 방법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분석모형은 산업단지 분양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자 중에서 정주환경을 비롯한 일부 지표만을 포함하고 있다. 이밖에도 산업단지의 교통 및 접근성, 분양가, 세제혜택 조건, 대기업 분공장 입주여부 등의 조건이 산업단지 분양률을 결정하는 데 의미 있는 기여를 하리라 판단되지만 가용자료의 한계에 따라 본 연구의 분석에는 포함되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