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2016년에서 2017년 사이 기타지방의 주택매매가격지수가 0.23% 하락하는 동안 수도권과 5개광역시는 각각 3.17%와 2.15%의 상승을 보이며 집값 과열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이에 정부는 8.2대책, 9.13대책 등의 부동산 정책과 10.24대책 등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국지적인 집값 안정화에 힘쓰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일련의 규제들은 부동산 규제와 금융규제를 복합적으로 펼치면서 과열양상을 보이는 특정 지역들로 그 효과를 제한하려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정책적 기조는 두 가지 이유로 풀이될 수 있다. 첫째는, 주택담보대출 차입에 의한 투자목적의 주택구매가 주택가격 상승의 한 원인으로 꼽히기 때문이고, 둘째는, 지역별로 주택가격 상승의 양극화 현상이 관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규제를 달리해 원하는 정책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한 지역에 대한 주택시장 변화가 다른 지역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물결효과(ripple effect)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특정 지역에 규제를 국한할 수는 있지만, 지역별 시장이 타 지역에 영향을 받는다면 그 규제는 대상지역이 아닌 타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가격변화 양상이 이질적이고 규제 또한 다르게 적용 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전국을 수도권, 5개광역시, 기타지방으로 세분화하여 해당 지역 간 물결효과를 연구하였다.
한편, 경기순환(business cycle)은 경제변수의 추세를 제거하고, 경기변동만을 추출해 분석하는 기법이다. 정상적인 인플레이션을 겪는 시장이라면 대부분의 경제변수에 상승추세가 나타나기 마련인데, 그 추세는 변수별로 시점에 따라 다르게 측정될 수 있다. 따라서 경제변수들의 추세를 적절히 제거할 수 있다면 변수들 간의 상대적 관계를 보다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주택시장에 대한 지역 간 물결효과를 경기순환을 활용해 분석했다.
규제에 대한 물결효과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하나는 부동산 규제 정책이 규제 대상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해야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주택시장 자체의 지역 간 물결효과를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중 본고의 목표는 주택시장 자체의 지역 간 물결효과를 분석하는데 국한된다. 최근 주택 시장의 공간 세분화가 심화되고 이질성이 커지고 있다는 주장이 점차 자주 등장하고 있다. 본고는 이러한 상황에서 공간 사이의 영향을 경기순환을 이용해 실증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갖는다.
Ⅱ. 선행연구의 고찰
1860년 Juglar가 처음으로 경기변화에 순환변동 개념을 도입한 이래로 경제변수의 시계열 관측치는 추세변동, 계절변동, 순환변동 그리고 불규칙변동으로 구분해 해석되곤 한다. 순환변동은 경제변수가 장기추세를 중심으로 일정기간 동안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는 현상을 설명하며, 해당 경제변수가 현재 어떤 국면에 있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특정 경제변수의 순환변동을 파악하고자 할 때 시계열에서 장기적인 추세와 계절적인 변동요인 그리고 불규칙변동 요인을 제거해 볼 수 있는데, 현대에 들어서는 Hodrick and Prescott(1997)이 소개한 필터링 방법론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HP필터는 그 계산상의 편리함과 경기변동에 대한 여러 선행연구에서 순환변동 추출에 사용되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단점을 지니고 있다.
HP필터는 사용되는 시계열이 안정적(stationary) 임을 가정하는데, 다수의 경제변수들은 상승 혹은 하락추세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차분값을 필터에 사용한다. Cogley and Nason(1995)은 분석하는 시계열이 차분안정적(difference-stationary)일 때 HP필터는 2단계 선형필터(two-step linear filter)처럼 작용하며, 이는 원 시계열을 차분하고 대칭적인 가중치를 둔 이동평균법을 적용한 것과 동일하므로, HP필터가 원시계열의 순환변동 유무에 관계없이 가성적 순환(supurious cycle)을 보일 수 있음을 지적했다. Phillips and Jin(2015) 또한 HP필터에 의한 순환변동 주기가 원시계열이 아닌 λ값과 표본 수에 의해 정해짐을 보이며, HP필터로 추출한 경기순환이 경제적 의미를 갖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Hamilton(2017)도 가성적 순환 문제, 최근값이 중앙값과 크게 달라지는 문제, λ에 따라 특이 결과가 나오는 문제, 다른 대안이 존재한다는 점 등 4가지 이유를 들어 HP필터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고는 HP필터에 대한 학계의 비판에 따라 그 대안으로 CF필터(Christiano-Fitzgerald filter)를 사용해 경기순환을 추출했다. CF필터는 대역통과(Band-pass) 필터의 일종으로, 원하는 경기순환 주기를 정해 추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CF필터 외에 대표적인 대역통과필터는 BK필터(Baxter-King filter)가 존재한다. 그러나 BK필터의 경우, 과거와 미래 정보에 대해 대칭적인 가중치를 두기 때문에 여전히 최근값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는 반면, CF필터는 양방향 비대칭 필터(two-sided asymmetric filter)여서 시점에 따라 시차에 가중치를 달리 두어 최근값 문제를 해결했다고 평가받는다.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경기순환에 대한 연구는 경기변동의 결정요인을 분석한 연구와, 부동산 경기변동과 경제변수 간의 관계를 나타낸 연구가 주를 이룬다.
서승환(2003)은 부동산 경기변동이 시장기본가치의 변화와 자산선택행위 두 가지에 의해 결정됨을 선행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이에 확장기와 수축기에 대한 더미변수를 포함한 회귀분석을 수행했으며 결과적으로 확장기에는 주가상승률과 인플레이션이, 수축기에는 GDP성장률 및 회사채금리가 주요 결정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해석했다. 심성훈(2005)은 HP필터를 활용한 주택가격의 경기순환과 경제변수들의 경기순환 간의 관계를 교차상관과 그레인저 인과관계 등의 방법으로 분석했다. 교차상관 분석 결과, 실질GDP, 가계소득, 가계소비지출, 물가 및 이자율의 경기순환이 주택가격 순환과 양(+)의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인과관계 분석 또한 실질GDP 및 가계소비에 대해 이 같은 분석결과를 뒷받침했다. 심성훈(2006)은 해당 연구를 심화해 외환위기 이전과 이후에 주택가격과 경제변수들의 경기순환 관계에 어떠한 변화가 나타났는지 인과관계 분석과 벡터자기회귀(Vector Autoregression) 분석을 수행했다. 분석 결과, 외환위기 이전에는 물가와 이자율만이 주택가격 경기순환에 그레인저 인과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외환위기 이후에는 가계소득, 가계소비지출, GDP, 통화량 및 가계신용의 경기순환도 그레인저 인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민석·조주현(2005)도 HP필터를 활용해 주택가격 경기순환을 추출했고 주택전세가격, 건축허가면적, 건설투자, 건설수주, 지가 등과의 선·후행 관계를 교차상관으로 분석하였다. 이에 주택매매가격에 대해 전세가격과 건축허가면적은 2분기, 건설수주는 2~4분기 선행하는 것으로 나왔고, 건설투자는 동행하며 지가지수는 2~3분기 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문성·배형(2015)은 기간별로 주택가격과 주택전세가격 경기순환에 대해 기간별 거시경제변수와의 관계를 Bayesian VAR모형과 충격반응함수로 분석했다. 이들은 분석 기간에 따라 거시경제변수의 경기변동이 주택가격 경기변동에 미치는 영향력이 다름을 보였다. 이자율에 대해 전반적으로 음(‒)의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시차가 진행됨에 따라 생산과 소비지출에게는 양(+)에서 음(‒)의 반응으로, 물가와 통화량에 대해서 음(‒)에서 양(+)의 방향으로의 반응 전환을 보였고, 2005년 3월을 기준 시점으로 후반기에는 물가와 통화량에 대한 반응이 전반기와 반대방향으로 전환된 모습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본고는 경기순환 간의 관계를 살펴본 선행 연구들이 주로 교차상관분석, 벡터자기회귀분석 기법을 사용했다는 점과 경기순환의 결정요인을 분석한 선행 연구들은 대부분 거시경제와 주택공급, 주택수요 관련 대리변수들을 활용해 설명하려 한 점을 차용했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들어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정부의 핀셋규제가 시작되면서 지역 간 주택시장의 물결효과(ripple effect)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최성호 외(2007)는 서울시의 강남지역과 비강남지역, 그리고 아파트의 건축연령대를 구분해 그레인저 인과관계를 분석했다. 이들은 강남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비강남지역의 아파트 가격에 선행하지만, 이와 같은 관계에서는 신축아파트 가격이 재건축 가능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관계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서승환(2007)도 그레인저-심즈 인과관계와 벡터오차수정모형(VECM)을 활용해 강남구를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주변지역에 물결효과를 일으키는지 분석했다. 최성호 외(2007)와 마찬가지로 강남구의 주택매매가격 변화가 인접지역에 영향을 미치며, 그 영향이 서울시 전역에 달할 수 있다는 결론을 냈다. 또한 이러한 물결효과의 원인이 축차적 수요소진 가설에 의한 것이지 분석했는데, 과천시 등 일부 지역에서 축차적 수요소진 가설이 물결효과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하였다. 황상연(2010)은 비모수 통계기법을 사용해 강남과 서울, 그리고 비수도권 지역과의 연관성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앞선 연구들과 마찬가지로 강남지역의 주택가격이 서울에 물결효과를 일으키는 현상이 확인되었고, 특히 장기적인 연관성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시사했다. 하지만 서울-강남에 비해 강남-비수도권 지역과의 장기적인 가격 연관성은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제한적으로 결론지었다.
위와 같이 대부분의 물결효과에 관한 연구들은 서울 강남에 가해진 충격이 인근 구 혹은 서울 및 외곽지역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에 집중하였지만, 최영준 외(2008)는 전국 시도를 대상으로 주택시장 상승기의 시차를 계산하였다. 이들은 지역 간 물결효과에 대해 통계적인 유의성은 확보하기는 어려웠지만, 제Ⅰ상승기(1987.9~1991.11)의 경우 울산에서 시작하여 전국에 걸쳐 주택가격이 시차를 두고 상승한 것을 확인했다.
본고는 최영준 외(2008)가 제시한 바와 같이 비수도권 지역에서 타 지역으로의 물결효과 또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전국을 대상으로 수도권, 5개광역시, 기타지방 세 권역으로 지역을 구분해 실증분석을 행하였다.
본 연구는 앞서 기술한 선행연구들에 대해 크게 네 가지의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 첫째로, 기존 우리나라 주택시장 경기순환에 관한 연구는 HP필터를 사용해 분석하였으나, 본고는 HP필터에 관한 비판을 확인하고 그 대안으로 CF필터를 활용해 실증결과를 분석했다는 점이다. 둘째로, 기존 주택시장 경기순환에 관한 연구는 전체 지역을 대상으로 그 선후관계를 알아보거나 원인변수를 분석하는 연구가 대다수인 반면, 본고는 전국을 대상으로 지역을 나누어 각각의 경기순환을 비교했다는 특징이 있다. 셋째로, 기존의 물결효과 연구는 원시계열을 이용한 분석이 주를 이루지만, 본 연구는 변수들의 순환주기를 추출해 실증적으로 비교했다는 차별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선·후행성에 관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으나, 기존 연구에서는 검토하지 않았던 지역별 금융변수(주택담보대출잔액)를 활용해 주택가격 경기순환을 설명하려 한 점 때문에 본고는 선행 연구와의 차별성을 갖는다.
Ⅲ. 실증분석
본고는 주택시장 관련 지역별 경제변수의 경기순환을 구하기 위해 한국감정원과 통계청, 그리고 코리아크레딧뷰로(주)(이하 KCB)의 분기별 데이터를 사용했다. 활용한 변수와 그 전처리는 <표 1>에 정리되어 있다. 본고에서는 주택매매가격이 주택시장 내에서의 주택 구매비용을 대변한다고 판단해 주택시장을 대변하는 변수로 다루었다. 지역별 주택매매가격은 한국감정원의 지역별 계절조정 주택매매가격지수를 사용했다. 거시경제 측면을 나타낼 변수로는 국내 거주자의 실제적인 경제활동 수준을 측정하는데 널리 활용되는 GDP를 활용했다. 주택매매가격지수와 GDP는 경기순환 추출을 위해 계절조정이 된 데이터를 사용했다.
본고는 지역 간 순환주기의 관계를 주택가격과 연관성을 가진 타 경제변수들로 설명하려 노력하였다. 전통적으로 주택가격과 깊은 연관성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주택수요와 주택공급은 주택 실수요층으로 평가받는 지역별 경제활동 인구로, 주택공급은 시장에 거주 가능한 주택이 공급되는 데 시차가 적은 대리변수를 활용해야 하지만, 자료 구독상의 한계로 분양실적을 사용했다.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일련의 금융규제가 내포하듯 주택담보대출잔액 또한 주택수요와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지역별 주택담보대출잔액은 KCB1)의 개인 신용 데이터를 분기 말 기준으로 사용했다. 부동산114의 아파트 분양실적을 사용하였고, 마지막으로 인플레이션 조정을 위해 통계청의 분기별 소비자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 CPI)를 활용했다.
주택매매가격지수와 주택담보대출잔액 등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는 변수들은 CPI로 나누어 인플레이션 요인을 제거했다. 또한 CF필터 적용 전 시계열을 안정화하기 위해 모든 변수는 로그화를 거쳤다. 지역은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5개광역시(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기타지방(강원도, 충청북도, 충청남도,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북도, 경상남도, 제주도)로 나누었다.
경기순환의 추출은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CF필터 방법론을 사용하였으며, 이정연(2016)과 마찬가지로 중·단기 경기순환을 관찰하기 위해 8~32분기 사이의 순환을 추출했다.
먼저 지역 간 주택매매가격 경기순환의 교차상관(Cross-correlation)을 확인했다. 해당 분석에서 주의할 점은 본고의 교차상관 분석은 각 지역의 주택가격 경기순환을 대상으로 행해진 분석이므로, 상관성의 양(+), 음(‒)의 의미는 적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각적으로 각 지역 순환주기의 간 선후 관계를 판별하는 데에는 유의미한 지표가 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해석에 유의해야 한다.
교차상관을 확인한 결과, 지역 간 주택매매가격 국면의 선후행성을 유추할 수 있었다. <그림 1>은 지역 간 교차상관분석 결과를 나타낸다. 수도권과 5개광역시의 경우 수도권 주택매매가격 경기순환의 과거 시차 값과 5개광역시 경기순환의 교차상관성이 반대의 경우보다 높게 나타난다. 이는 수도권 주택매매가격의 앞선 경기순환이 일정 시차 후 5개광역시 경기순환과 상관성이 가장 높음을 보이며, 수도권의 경기순환이 5개광역시의 경기순환을 선행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수도권과 기타지방의 경우도 이와 유사한 관계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 과거 시차 값이 기타지방 경기순환과 가장 높은 상관성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 또한 수도권의 경기순환이 기타지방 주택매매가격의 경기순환을 선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5개광역시와 기타지방의 경우 이러한 관계가 명확하게 관찰되지 않고, 상호 간 비슷한 시차에 비슷한 정도의 상관성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지역 간 교차상관분석은 각 변수의 시차별 상관정도를 알려주어 선후행성을 유추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변수 간 인과관계를 통계적으로 검정해 주진 않는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그레인저 인과관계 검정을 시행할 수 있다. Granger (1969)에 따르면 변수 A의 시차 값을 통제한 상태에서 변수 B의 시차 값이 변수 A에 대한 예측력을 증가시킨다면 변수 B가 변수 A를 그레인저 인과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레인저 인과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먼저 사용되는 변수의 안정성(stationarity)을 검사해야 한다. 변수의 안정성은 단위근의 유무로 판단하는데, ADF검정(Augmented Dickey-Fuller test)과 PP테스트(Phillips-Perron test)가 주로 사용된다. 본고에서는 ADF검정을 적용해 지역별 단위근의 유무를 검정했고 결과는 <표 2>와 같다.
ADF검정 결과 모든 지역의 주택매매가격 경기순환에는 단위근이 없음을 확인했고, 이에 각 변수들을 안정적 시계열로 간주하고, 기초 데이터가 분기 데이터임을 고려해 최희갑(2013)과 마찬가지로 최장 시차 p=4로 설정 후 그레인저 인과관계 검정을 진행하였다. 분석 결과는 <표 3>에 제시되어 있다. <표 3>에 따르면 수도권과 5개광역시, 기타지방은 각각 서로를 그레인저 인과하는 관계에 놓여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구분 | 내용 | p값 |
---|---|---|
수도권-5개광역시 | 수도권 → 5개광역시 | 5.862e-14 |
5개광역시 → 수도권 | <2.2e-16 | |
수도권-기타지방 | 수도권 → 기타지방 | <2.2e-16 |
기타지방 → 수도권 | <2.2e-16 | |
5개광역시-기타지방 | 5개광역시 → 기타지방 | 1.879e-05 |
기타지방 → 5개광역시 | 0.004767 |
앞선 교차상관분석과 그레인저 인과관계 분석을 통해 주택매매가격 경기순환의 선후행성과 그레인저 인과성을 알아볼 수 있었다. 정리하자면 수도권은 5개광역시와 기타지방에 선행해서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보이며, 각 지역은 서로의 경기순환을 그레인저 인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간 주택가격 경기순환의 대체적인 선후행성 및 그레인저 인과관계로 지역시장 간 관계를 대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지만 시차별로 어떠한 형태로 각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아야 지역 간 물결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더 구체적인 시차별 지역 간 관계 파악을 위해서는 벡터자기회귀(Vector Autoregression) 모형 추정과 충격반응함수(Impulse Response Function) 분석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벡터자기회귀 모형 또한 입력 변수의 안정성(stationarity)을 전제로 하는데, 이는 지역 간 그레인저 인과관계 분석 절에서 수행했으므로 본 소절에서는 생략한다.
벡터자기회귀모형을 적용하면서 변수들에 대한 최적 시차를 정할 필요가 있다. 최적 시차변수의 결정은 보통 SC(Schwarz Criterion)과 AIC (Akaike Information Criterion) 기준에 의거하여 해당 정보기준이 가장 낮은 시차를 선택하는데, 본고 또한 <표 4>에 기재된 바와 같이 SC과 AIC기준을 따랐다. 앞선 그레인저 인과검정과 마찬가지로 최장시차 p=4에 대해SC와 AIC 모두 지역 간 조합에서 p=4를 최적 시차로 제시하였다. 최적 시차를 적용한 벡터자기회귀모형은 (식 1)과 같이 표현되며, 벡터자기회귀모형을 활용한 모형 추정 결과는 <표 5>부터 <표 7>에 제시되어 있다.
(식 1)에서 y는 비교되는 두 지역(i,j)에 대한 주택매매가격 경기순환을 의미하고 t는 시점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두 지역은 수도권, 5개광역시, 기타지방이며, 두 개의 지역 조합이 분석 대상이 된다. 또한 경기순환이라는 내생변수의 특성상 모형에 상수항은 포함되어있지 않다.
그레인저 인과관계 분석 결과에서 유추할 수 있듯 대부분의 벡터자기회귀모형에서 시차변수들이 유의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경기순환의 특성상 동일지역 경기순환의 시차변수에 많은 영향을 받는 모습을 보였지만, 동시에 타 지역의 시차변수에도 유의하게 영향 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해당 지역 간 물결효과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다만 <표 7>에서 5개광역시와 기타지방의 경우 각자의 시차변수에만 유의하게 영향을 받는 결과가 나오는데, 5개광역시와 기타지방은 수도권과는 그 영향을 주고받지만, 서로 간에는 4개의 시차 안에서 영향력이 약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5개광역시와 기타지방 간의 관계는 절 2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통계적인 의미에서의 그레인저 인과관계는 있을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독립적으로 경기순환 움직임을 보인다고 해석함이 타당할 것이다.
추가적으로 각 모형별로 조정 결정계수가 매우 높다는 점이 특징적인데, 이는 사용된 데이터가 추세를 제거한 경기변동 요소라는 점 때문에 선형모형으로서 쉽게 추정이 가능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종속변수에 대한 과거 항들이 4기까지 추가되어 있다는 점도 모형의 조정 결정계수를 높이는데 일조한 것으로 판단된다.
추가적으로 벡터자기회귀 결과 타 지역과 유의하게 물결효과를 보인 모형에 대해 충격반응함수를 살펴보았다. <그림 2>부터 <그림 5>를 통해 지역 간 물결효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수도권에 가해진 충격에 대해 5개광역시와 기타지방은 양(+)의 반응을 보이고, 반대로 5개광역시와 기타지방에 가해진 충격에 대해서 수도권은 음(‒)의 반응을 보이는 점이다.
수도권의 충격에 대해 5개광역시와 기타지방에 양(+)의 반응을 보이는 것은 물결효과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위계관계 속에서 작용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5개광역시와 기타지방에 가해진 충격에 수도권은 음(‒)의 반응을 보이며 또한 발산하는 모습인데, 이러한 현상을 직관적으로 해석하기는 쉽지 않다. 장기적인 시계열이 필요한 경기순환 분석 특성상 해당 시계열 구간이 짧아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향후 추가적으로 행해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본고는 지역 간 물결효과가 나타나는 원인과 주택의 수요와 공급, 거시경제 그리고 금융시장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해당 변수들의 경기순환과 지역별 주택매매가격 경기순환간의 단순회귀분석을 통해 그 연관성을 분석하였다. 주택수요는 주택시장의 직접적인 수요자인 시도별 경제활동인구로, 주택공급은 주택수요자에 실제로 공급되는 주택 수 인 분양실적으로 대체하여 측정하였다. 회귀분석 결과는 <표 8>에 제시되어 있다.
먼저 세 지역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GDP및 주택담보대출잔액과 유의한 영향관계에 있는 점이 확인된다. 세 지역 모두에서 각 지역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주택매매가격과 양(+)의 관계에 있었다.
공급량의 경우, 기타지방을 제외하고는 주택매매가격과 유의한 관계가 관찰되지 않았다. 기초데이터가 주택이 아닌 아파트의 분양실적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수도권과 광역시의 주택매매가격의 경기변동은 공급요인보다 타 요인에 더 유의하게 반응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기타지방의 경우 경기 호황 시 주택공급이 용이한 반면, 상대적으로 수요는 적어 주택공급량 경기순환과 유의하게 음(‒)의 관계를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
흥미로운 점은 세 지역에서 모두 유의한 관계를 보였던 GDP와 주택담보대출의 계수 추정치가 지역별로 위계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5개광역시-기타지방 순으로 GDP와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충격반응함수에서 수도권이 타 지역에 정(正)의 관계를 먼저 일으킴을 고려할 때, 이는 환경 변화에 대해 수도권 주택매매시장이 더 우선해서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세 지역 간 관찰되는 물결효과는 환경 변화에 대한 민감도의 차이가 물결효과로 보이는 현상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IV. 결론
본고는 주택매매가격과 경제적 요인들의 경기변동 관계를 분석한 연구와 주택가격의 지역 간 물결효과를 분석한 선행연구들을 바탕으로 지역 간 경기변동 물결효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나아가 경제변수로 이 물결효과의 원인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주요 분석결과는 크게 두 가지로 제시될 수 있다. 첫째, 그레인저 인과관계 및 VAR모형 추정결과는 수도권 주택가격 순환주기 변화가 5개광역시 및 기타지방의 순환주기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5개광역시와 기타지방의 관계는 통계적으로 유의성 확보가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두 지역 간 관계는 확인할 수 없었다. 추가적으로 충격반응함수 분석 결과, 수도권의 양(+)의 충격은 5개광역시 및 기타지방에 단기적으로는 양(+)의 영향을 주는 현상이 확인되었으며, 이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역 간 위계관계 속에서 물결효과가 작용함을 의미한다. 반면, 5개광역시와 기타지방의 양(+)의 충격은 수도권에 음(‒)의 충격을 주면서 발산하여 유의미한 해석을 내리기 어려운 모습을 보였다.
둘째, GDP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주택가격 순환주기의 민감도는 수도권-5개광역시-기타지방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택재고에 대해서는 기타지방-수도권-5개광역시 순서로 나타났다. GDP와 주택담보대출을 수요요인으로 해석하고 주택재고를 공급요인으로 해석하면, 분석 시점 수도권에서 타 지방으로 나타나는 물결효과는 수요요인에 대한 민감도 차이에 의하여 나타난 것으로 해석할 여지를 준다.
첫 번째 분석 결과는 수도권과 기타지방 간 물결효과를 보여주지만, 5개광역시와 기타지방은 서로 독립적으로 경기순환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결과는 지역 간에 위계적으로 물결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존의 인식과 다소 차이가 있지만, 황상연(2010)의 연구와 비슷한 결론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선행연구의 확장된 시사점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물결효과가 단순히 주택시장 참여자의 기대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어떤 요인에 의해 나타나는지는 지속적으로 탐구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의 실증분석의 결과는 GDP와 주택담보대출이 지역별로 다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물결효과가 단순히 기대심리에 의해 나타나는 것인지 아니면 시장 근본요인 변화에 대한 민감도의 차이에 의해 나타나는 결과인지는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본 연구는 경기순환 이론을 이용하여 주택시장을 분석하였으며, 특히 지역 간 관계에 집중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 지역 간 관계를 설명하는 물결효과 연구는 과거와 다르게 시장에서 큰 이슈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물결효과 자체와 그 원인에 대한 해석은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많지 않아 보인다. 연구의 결과는 주택시장에서 논의되는 물결효과가 지역별로 다른 양태로 진행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물결효과의 원인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논의는 향후 지속적으로 발전될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