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언
종래 북한법제는 ‘부동산’을 별도의 법률용어로 사용하지 않았고, 사회주의적 토지소유제도로서의 국가소유의 원칙을 반영하여 왔다(김상용, 2004).1) 즉 부동산의 중심인 토지에 대하여 북한 토지법(1조, 9조)은 토지에 대하여 소비품에 대한 생산수단 중 사회주의 혁명의 고귀한 전취물로서 개인의 것으로 소유하거나 매매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토지는 국가 및 협동단체의 소유이다”라고 천명하여 왔다. 그러나 북한은 1990년에 민법(94조)을 제정하면서 ‘부동산’과 ‘부동산거래’를 법률용어로서 명시하였다. 북한은 여전히 북한 일반지역에 적용되는 민법(148조, 179조)과 부동산관리법(28조 6호, 30조)은 부동산을 대상으로 한 매매·임대차 등의 거래를 금지해 왔는데, 현실적으로 북한에서는 매매·임대차·교환 등이 행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에서 특수지대와 외국인에게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토지임대법, 외국인투자법, 개성공업지구 부동산규정, 라선경제무역지대 부동산규정,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 등은 토지이용권과 건물 등의 부동산에 채권거래와 물권거래로서 매매·임대·저당 등의 부동산거래 규정을 두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특수지대에 적용되는 입법은 중국이 경제개혁·대외개방을 추진하면서 취한 토지이용권의 유상양도 등의 입법을 계수한 것으로서, 이 중 개성공업지구 부동산규정은 남북경협의 폐지에 따라 사문화되어 있으나, 현재 북한의 라선경제무역지대 부동산규정 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먼저 북한 민법상 부동산에 대한 취급 및 그 거래에 관한 규정들에 대하여 살펴보고, 이어서 북한의 일반지역과 특수지대에 각각 적용되는 민법전 이외의 실질적 부동산거래법 및 이들의 변모과정에 대하여 살펴본 후, 북한 부동산거래법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되어 갈 것인가를 진단해 보고자 한다. 또한 이러한 것들을 토대로 남북한 부동산거래법의 접근가능성과 한계에 대해서도 검토하고자 한다.
Ⅱ. 북한의 민법전과 부동산거래법의 변모
1990년 민법이 제정되기 이전까지 북한법과 종래 북한의 민법이론은 ‘부동산’을 별도의 법률용어로 다루고 있지 않았고, 부동산의 중심을 이루는 토지와 독립정착물에 대하여 그저 소비품에 대응하는 생산수단의 주요 대상으로 이해하여 왔다. 즉 종래 북한의 민법이론은 김일성의 교시 중 “국가주권과 생산수단을 가진 사람이라야 사회의 주인으로 될 수 있습니다.”라고 한 것과 “모든 사회관계의 기초는 생산수단에 대한 소유관계이며, 온갖 계급적 차이는 생산수단에 대한 소유관계에 의하여 규정됩니다.”라고 한 것을 근거로 생산수단에 대한 소유권은 개인소유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사회적 소유의 대상으로서 국가와 협동단체만이 소유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하여 왔다. 이에 따르면 생산수단이 아닌 소비품일 경우에만 개인소유권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종래 민법이론에 따르면 토지·건물 등의 부동산은 생산수단의 중심으로서 원칙적으로 개인소유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을 비롯한 모두 무주물은 국가소유가 되고, 국가소유권의 대상인 부동산을 대상으로 한 반환청구권에는 시효제도가 배제되게 된다(서창섭, 1960).
위와 같은 종래 북한 민법이론은 사회주의 민법의 전형인 1964년 구소련 민법(93조)이 소유의 주체에 따라 생산수단을 대상으로 한 사회주의적 소유(국가소유·협동단체소유)와 개인소유로 나누는 것을 계수한 것이다.2) 여기서 구소련 민법이론을 살펴보면, 생산수단은 인간의 생산 활동에 이용되는 재산으로서 특히 공업 및 건설과 농업에서의 주요 생산수단인 토지·건물·제작소 등의 부동산과 생산시설·기계 등으로서 주로 부동산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Братусь and Садиков, 1982).
북한 민법(94조)은 ‘부동산거래’를 명시하면서 그 내용에 대해서는 별도로 밝히고 있지 않다. 이는 우리 민법 및 민법교과서의 법률용어로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으나 부동산을 매개로 하는 채권계약과 물권적 합의를 그 모습으로 파악할 수 있다(이재웅, 2001).3)
이 중 부동산거래는 부동산을 대상으로 각 개인과 개인이 매매·임대차 등의 채권을 발생시키는 계약4)과 전세권 등의 부동산이용권과 물적 담보로서의 저당권 등으로, 소유자가 직접 물건을 지배하는 물권관계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시된다.5)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부동산거래는 시장경제질서가 중심인 자본주의법에서의 ‘시장’의 기능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 비추어보면, 북한의 부동산거래와 부동산거래법은 원칙적으로 북한법제에서는 배치되는 그야말로 예외적인 법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1990년에 민법을 제정하면서 ‘부동산’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이후 여러 다른 법에서도 사용하고 있으며, 제한적으로 종래 중국의 사회주의적 시장경제질서에 따르는 ‘시장’의 기능을 일부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북한은 장마당 등을 중심으로 시장화가 계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살림집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개인소유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매 등의 거래가 현실적으로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을 볼 때 앞으로도 이러한 방향으로 계속 변화되어 갈 것이라 예측된다.
북한은 1990년 9월 5일 민법을 제정하면서 여러 원칙을 천명하였는데, 여기서 북한 민법의 기본원칙은 민법을 체계적으로 구성하는 지침으로서 북한 민법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러한 여러 기본원칙들 중에서 생산수단에 대한 사회주의적 소유의 원칙 및 국가경제계획실현의 원칙은 최고의 기본원칙으로서, 민법의 해석·적용의 기준이 되는 ‘제왕적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권용우·김영규, 2004).6) 여기서 생산수단은 직접 생산에 이용되고 물질재화를 창조하는 재산으로서 토지·건물 등의 부동산이 중심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보면, 북한 민법(3조)의 ‘생산수단에 대한 사회주의적 소유의 원칙’은 북한 민법이 부동산거래를 규율함에 있어 최고의 기본원칙으로 기능하게 된다.
북한의 민법이론은 생산수단에 대한 소유관계 및 계획적 계약관계와 관련한 김일성의 교시로부터 법인제도의 존재이유를 찾으며(김영규, 2015; 김일성종합대학출판사 편, 1973: 83).7) 이에 따라 북한 민법상 법인(기관·기업소·단체)은 공법인·특수법인으로서의 특성을 띤다(김영규, 2010). 이에 비추어보면 북한 민법상 법인은 생산수단의 중심을 이루는 부동산과 관련된 소유권과 계획적 계약 등의 채권관계에서 주요한 당사자가 되며, 공민은 법인과 차별되는 2차적 지위를 갖는다(김일성종합대학출판사 편, 1973: 93).8)
생산수단에 대한 사회주의적 소유의 원칙에 따라 토지는 개인소유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건물 등의 부동산은 제한적으로만 개인소유의 대상이 될 뿐이다. 즉 북한 민법(45조, 54조)은 1964년 구소련 민법(95조, 100조)을 계수하여 토지와 그 정착물인 부동산과 의제부동산의 대부분을 국가소유권9)과 집단소유권10)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북한 민법 59조는 생산수단에 반대되는 소비품에 있어서 개인소유권의 대상이 되는 부동산을 명시하고 있는데 주택(살림집)이 이에 해당된다.11) 여기서 소비품에 대하여 북한의 민법이론은 “사람들의 생존과 정신문화적 수요를 충족시키는데 직접적으로 쓰이는 생활수단의 총체로서 생산수단에 대치되는 용어이다.”라고 설명하면서, 소비품을 팔고사기 계약과 상품공급계약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사회과학원 법학연구소 편, 1997: 381). 이러한 북한 민법이론의 태도는 적극적으로 주택을 개인소유권의 대상으로 다루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북한 민법 59조가 명시적으로 ‘살림집’을 개인소유권의 대상으로 다루고 있고, 승용차인 의제부동산도 개인이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 민법이론도 이에 따를 것으로 여겨진다.
이 밖에 북한 민법(49조, 50조)은 소유권 이외의 물권으로서 의제부동산에 해당하는 현대적 농기계에 대한 협동농장이용권12)과 공민의 살림집인 주택에 대한 이용권13)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권리들은 모두 생산수단에 대한 사적 소유를 인정하지 않는 북한 민법에 있어서 국가소유권으로부터 파생되는 소유권 이외의 권리들인 것으로서, 일종의 용익물권이라고 할 수 있다(김영규, 2009).
북한 민법은 1990년에 민법을 제정하면서 처음으로 ‘부동산’을 법률용어로써 사용하기 시작했는데(86조, 94조), 채권법에서 채권의 소멸인 변제장소14)와 부동산거래계약에 대해서 ‘부동산’ 관련 규정을 두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법이나 계약에서 변제의 장소를 정하지 않은 경우, 부동산으로 넘겨주어야 할 채무는 부동산소재지에서 변제하여야 한다(86조).”고 규정하여15) 부동산인도채무의 변제의 장소를 규정하고 있다.
둘째, 불요식행위의 원칙16)에 대한 특례로서 “부동산거래를 내용으로 하는 계약은 서면으로 맺고 공증을 받아야 효력을 가진다(94조).”고 규정하여 ‘부동산거래계약’에 대해서 요식계약으로 제한하고 있다.17) 따라서 서면·공증18)을 받지 않고 체결된 ‘부동산거래’를 내용으로 하는 계약은 무효가 된다. 이와 관련해서 북한의 민법이론은 선박을 거래하는 경우 공증과 함께 국가기관에 등록하여야 법적 효력을 가지는 것으로 해석함으로써, 의제부동산인 선박을 대상으로 한 계약에도 이를 적용하고 있다(김천일, 2002). 다만 여기서 계약을 통한 부동산거래의 구체적 모습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법무부 편, 2015).
또한 종래 북한의 민법이론은 팔고사기계약(매매계약)에 대해 매매제도가 자본가계급이 근로자들을 착취하는 도구로 되는 것을 금지한다는 취지에서 매매의 대상을 인민들의 소비적 수요를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한정시켜 왔다(사회과학원 법학연구소 편, 1997: 668). 북한 민법(148조, 155조) 역시도 공민 사이의 매매는 소비품으로 한정하고 부동산매매는 거래의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으며, 매도인이 이익을 얻는 되거리(전매)를 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 민법(177조 1항)은 “공민이 도서, 생활용품이나 문화 오락기구, 체육기자재 같은 것을 빌리는 행위는 빌리기계약에 따라 한다.”고 규정하여 빌리기계약의 대상에서도 주택 등의 부동산을 제외하고 있다.
북한은 1990년 민법을 제정한 이후에 1993년 9월 5일, 1999년 3월 24일, 2007년 3월 20일에 걸쳐서 3차례 개정을 하였다.
다음에서는 3차례 걸쳐 진행된 북한 민법의 개정내용 중 부동산거래규정들이 어떻게 변모되어왔는가를 살펴보기로 한다.19)
1990년 민법(11조)을 처음 제정할 때, 권리주체에 관한 ‘민사법률관계의 당사자’로서 내국인으로서의 법인(기관, 기업소, 단체)과 공민(자연인)과 합영회사만을 규정하고 있었다.20) 이에 따라 부동산을 매개로 하는 민사거래를 하는 합작회사나 외국법인이 민법상 권리주체가 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분명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1999년의 2차 민법개정에서 위 규정을 “공화국령역 안에 창설된 합영, 합작기업 그밖에 법이 인정한 다른 나라의 법인도 민사법률관계의 당사자로 된다.”고 개정하였고, 이를 통하여 북한의 일반지역이나 개성공업지구 등 특수지대에서 부동산을 매개로 민사활동을 하는 외국법인에 대해 권리주체로서의 법적 지위를 분명히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북한은 1998년 새로이 ‘김일성 헌법’을 채택하면서 생산수단을 대상으로 한 집단소유권의 명칭을 종래의 ‘협동단체’에서 ‘사회협동단체’로 개정하였고, 국가만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전속적 개체와 협동단체소유권의 객체를 개정하였다(헌법 20조, 45조, 54조).
이러한 1998년의 헌법의 개정 내용을 그대로 반영하여 1999년 북한 민법은 국가소유권의 전속적 객체21) 및 사회협동단체소유권의 객체22)의 관련 규정을 개정하였다.
뿐만 아니라 1999년 민법(61조)의 개정23)에 의하여 가정재산에 대한 공동소유권을 선언하고 있으며(신영호, 2005), 이는 개인 살림집과 같이 나눌 수 없는 가정재산을 모든 가정성원의 공동소유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부동산에 대한 사적 소유를 금지하는 북한 민법으로서는 소위 입법의 개변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2002년에 상속법(12조)을 제정하면서 위 살림집이 가정재산으로서 실제로 공동소유의 대상이 되도록 하는 입법조치를 하였다는 점에서, 이러한 개정들은 북한에서 개인의 재산권적 지위가 보다 구체화될 수 있는 여지를 마련되었다.24)
종래에 조문의 제목을 붙이지 않던 북한 민법은 1999년 민법 3차 개정에서 각 조문에 제목을 명시하였다. 이에 따르면 민법(86조, 94조)을 제정하면서 처음으로 ‘부동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규정 중 ‘부동산거래계약’이 조문제목으로서 처음으로 민법(94조)에서 명시되었다. 이에 따라 민사관계에서 ‘부동산거래법’을 독립적으로 다룰 수 있는 법적 단초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민법 제정(179조 2항)시 “공민들 호상간의 빌리기계약에서는 사용료를 주고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여 공민 사이의 빌리기계약을 오직 무상계약에 의해서만 체결하도록 강제하고 있었다. 그런데 1999년 개정에서 위 규정(179조 2항)을 삭제하였고, 이에 따라 빌리기계약은 무상이 원칙이나, 당사자의 합의에 의해 유상계약이 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였다. 이는 향후 북한이 중국을 경제개혁·대외개방을 쫓아서 실용주의노선을 취하고 대외개방을 전면적으로 하게 될 경우에, 토지 등의 부동산임대차를 인정하는 근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Ⅲ. 민법전 이외의 북한의 실질적 민법과 부동산거래법의 변모
북한은 2009년 11월 11일 부동산의 등록·실사·이용·사용료납부 등에서 사회주의적 소유를 공고·발전시키기 위해 부동산관리법(1조)을 제정하였으며, 이는 부동산에 관한 민사관계를 규율하는 실체법·절차법의 성격을 같이 가지고 있다.
먼저 부동산관리법(30조)은 실체관계와 관련해서 “부동산은 해당 기관의 승인 없이 다른 기관, 기업소, 단체와 공민에게 넘겨주거나 빌려줄 수 없다.”고 규정하는데, 이는 북한 민법(148조, 179조)과 같은 맥락에서 부동산을 대상으로 하는 넘겨주기(매매)와 빌려주기(임대차)를 금지하는 것이다. 또한 ‘부동산이용에서 지켜야 할 요구’에서 “부동산을 팔고 사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28조 6호).”는 강행규정을 두고 있다. 이 또한 부동산을 대상으로 하는 매매와 임대차를 금지하는 규정(30조)을 다시 확인하는 주의적 규정이다. 이에 따르면 북한의 형식적 민법을 비롯한 모든 실질적 민법은 부동산을 대상으로 한 매매(전매)·임대차(전대차)·사용대차 등 모든 부동산거래를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북한 부동산관리법(23조)은 ‘부동산이용허가’와 관련해서 부동산이용권을 취득하는 주체로서 법인 이외에 공민을 새로이 규정하는 등 입법의 변모를 보인다.25) 이는 개인에게 실질적으로 부동산이용권을 인정한다기보다는, 사회주의재산인 부동산의 이용을 통한 경제회생의 도모와 국토관리질서를 강화한다는 점에 그 입법취지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장철익, 2011. 3. 31). 그러나 법인이 아닌 공민 개인에게도 부동산이용권을 인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새로이 내놓았다는 점에서 종래와는 다른 입법태도로 보인다.
한편 부동산관리법(4조, 8조, 9조, 14조-17조)은 부동산등록기관, 토지의 등록방법, 건물과 자원의 등록방법 등은 부동산에 대한 등록과 지적 관련한 절차법적 규정을 두고 있고,26) 이러한 절차규정은 북한 민법이 부동산물권변동에 대해 등기제도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입법적으로 보완하는 것으로서 공시제도로서의 가치를 가진다. 또 위 법은 부동산(2조 1항)을 ‘토지와 건물, 시설물, 자원’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여기서 부동산으로서 토지 이외에 ‘건물, 시설물, 자원’은 토지에 고정적으로 정착되어 있는 물건(토지의 정착물)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밖에 부동산관리법(39조)은 국가가 부동산관리를 통일적으로 지도하기 위하여 내각에 비상설기구인 국가부동산관리위원회를 두고, 위 위원회가 부동산의 정책집행에서 제기되는 중요한 문제들을 통의하고 대책을 세우도록 명시하고 있다.
북한은 1996년에 사회주의적 소유를 공고 발전시키며 위하는 등의 목적 아래 ‘사회주의재산관리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은 민법과 같이 사회주의 재산을 소유형태에 따라 국가재산과 사회협동재산으로 나누고 있고, 대상의 특성에 따라 자연부원과 고정재산, 유동재산으로 나누고 있다(13조, 14조).27)
한편 위 법(15조)은 사회주의재산이 부동산과 동산으로 분류될 수 있는 근거를 규정하고 있는데,28) 이는 북한 민법이 부동산을 동산과는 구분하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서, 물건을 부동산과 동산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는 현실을 입법에 반영한 조치이다.
북한은 2009년 살림집의 건설·이관·인수 및 등록·배정·이용·관리에서 제도와 질서를 엄격히 세우기 위한 목적 아래 ‘살림집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2조)은 ‘살림집의 구분’에서, 북한 민법(37조)이 규정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소유주체에 따른 소유형태로서 각각 국가소유살림집, 사회협동단체소유살림집, 개인소유살림집으로 나누어 살림집을 구분하면서 국가는 살림집소유권과 주택이용권을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위 북한 살림집법은 살림집의 거래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북한의 현실에서 음성적으로 행해지는 살림집의 매매·임대차(동거)·교환 등의 부동산거래를 규제하기 위한 입법이다(이은정, 2013).
종래 사회주의 민법이론은 채권은 물론이고 물권의 본질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로 파악하는 바(王利明·郭明書·吳漢東, 1988), 1986년에 제정된 중국 민법통칙도 토지이용권 등 처분행위를 착취의 도구로서 금지하고 있었다.29)
그런데 1987년 경제특구인 심천(深圳)에서 토지이용권의 유상양도가 행해진 이후 1990년에 토지이용권의 유상양도를 인정하는 ‘중화인민공화국 城鎭 국유토지사용권 출양과 양도에 관한 잠정조례’를 제정하였다(野村好弘, 1990).
북한은 이를 계수하여 1992년 외국인투자법을 제정하여30) 외국투자가에게 토지이용권을 인정하고 거래의 대상의 입법을 뒷받침하기 위해 1993년 토지임대법(1994년 토지임대법 시행규정)을 제정하였다.31)
또한 북한은 개성공업지구·금강산관광지구에 제한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부동산거래법으로서 2004년 개성공업지구 부동산규정과 금강산관광지구 부동산규정을 제정하였고, 2014년 라선경제무역지대에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부동산거래법으로서 라선경제무역지대 부동산규정을 제정하였다. 또한 토지이용권의 유상양도를 인정하는 입법으로 2002년 신의주특별행정기본법을 제정하였으며,32) 금강산관광의 중단에 따라 금강산관광지구 부동산규정을 폐지하고 새롭게 2011년과 2013년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과 부동산규정을 제정하였다.33) 이 중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40조)은 ‘공화국의 안전을 해하거나 사회질서를 심히 위반하였을 경우’에 제재 규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주의경제질서로서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김영규, 2016).34)
이와 같이 1992년 이후 제정 또는 개정된 외국인투자법, 토지임대법, 개성공업지구 부동산규정 등은 각개의 단행법마다 차이는 있으나, 모두 위에서 본 중국의 잠정조례를 계수하여 북한에 투자하거나 경제행위를 하는 외국인에게 배타적인 토지임차인으로서 토지사용권을 인정하고, 이의 유상양도·저당권설정 등의 처분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백승기, 1994). 여기서 1990년 중국의 잠정조례에 의한 유상양도 등을 주된 권능으로 하는 토지사용권에 대해서 중국의 민법이론은 채권보다 우월한 물권적인 권리로서 이해된다. 또 2007년 중국 물권법은 토지사용권을 용익물권으로 다루면서 이를 주택기지사용권과 건설용지사용권으로 보다 체계화하고 있다(강평, 2007).
법과 규정은 사문화되었다. 이후 북한은 2011년 5월 31일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5조)을 제정하여 외국투자가의 재산권보호를 명시하였고, 2013년 4월 4일 금강산국제관광특구 부동산규정(13조)을 제정하여 토지이용권과 건물소유권을 취득하고 양도하는 부동산거래를 인정하는 입법조치를 하고 있다.
다음에서는 외국인에게 토지임차권을 인정하는 상징적 입법인 ‘토지임대법’과 남북경협을 뒷받침하기 위한 입법으로서 북한에서 라선경제무역지대 등의 특수지대의 토지이용권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개성공업지구 부동산규정’을 중심으로 북한 부동산거래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본다.
토지임대법(8조, 9조)에 의한 토지이용권의 취득은 토지임대차계약에 의하며 이 계약은 협상에 의함이 원칙이나, 특수경제지대(라선경제무역지대)에서는 입찰과 경매의 방법으로도 할 수 있다(법률출판사 편, 2007). 여기서 토지임대법(3조)에 의한 토지이용권의 대상은 국가소유의 토지로서 토지이용권이 미치는 범위는 토지의 지표는 물론이고 천연자원과 매장물을 제외한 지상과 지하에도 미친다.
토지임대법(15조)에 의하면, 토지임차인은 임대인의 승인을 받아 임차한 토지이용권을 제3자에게 판매·재임대·증여·상속 등의 처분을 할 수 있다. 여기서 토지이용권의 처분을 위한 ‘승인’은 일종의 ‘허가’로서의 성격을 띠며(과학백과사전출판사 편, 2001), 토지이용권의 처분은 임차인이 투자한 자본의 회수수단이 된다.
토지임대법(21조-23조)은, 토지임차인이 금융기관으로부터 금융을 위해 토지이용권을 저당할 수 있고, 토지에 있는 건축물과 부착물도 함께 저당되는 처분의 수반성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35) 다만 저당권실행을 위한 집행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실제 담보수단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든다.
북한은 2002년 남북경제협력을 위한 입법으로 개성공업지구법을 제정하면서 개발업자에게 토지임대차계약에 의한 토지이용권을 인정하는 규정을 명문화하였다.41)
그리고 토지임대차와 매매·교환·증여·분양·저당 등을 통한 부동산거래의 구체화 등을 위해서 2004년 ‘개성공업지구 부동산규정’(부동산규정)을 제정하였으며, 이는 개성공업지구 안에서의 토지이용권 등의 부동산취득 등 거래와 관련한 토지이용권에 대한 실체규정과 절차규정을 같이 다루고 있다.42) 따라서 이에 의하여 취득되는 토지이용권은 북한 민법과는 다르게 특별하게 다루어지는 것으로서 부동산거래법 중 특례법으로서의 특성을 띠게 된다.
개성공업지구 부동산규정(3조 3호)은 북한 민법(86조)이 규정하는 부동산의 정의(定義)와 범위에 대해서 ‘토지이용권과 건물, 거기에 달린 물건’으로 법규해석하고 있다.
위 규정은 이외에도 부동산거래법의 전제가 되는 분양·양도·매매·교환·증여·상속·임대·등록임차권·저당 등에 대한 정의규정을 두고 있다.43) 이는 북한법제에서는 처음 명시하는 점에서 북한 부동산거래법의 독자적 지위를 평가하고, 향후 북한의 일반지역으로 부동산거래가 확대될 경우에 법적 안정성을 기할 것으로 파악된다.
또 개성공업지구 부동산규정(3조)에서 명시하는 매매·교환·증여·임대·저당 등의 개념은 우리 민법(356조, 554조, 563조, 596조, 618조, 621조)의 관련 규정과 서로 유사하므로 향후 남북 민사법제의 통합에서 그 접근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소가 된다.
개성공업지구 부동산규정은 토지이용권을 비롯한 부동산의 취득, 양도, 임대, 저당 등에 대한 실체법적인 규정들이 그 중심을 이루고 있지만, 또 실체규정과 함께 부동산거래의 등록44) 및 저당권의 처분(경매실행)45) 등 절차법 규정을 같이 다루고 있다.
한편 개성공업지구 부동산규정의 절차규정을 구체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절차법으로 2005년에 개성공업지구 부동산등록준칙과 개성공업지구 부동산집행준칙을 각각 제정하였다.46) 이는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가 남북한의 합의를 거쳐 입법화한 것으로서 적용 자체가 개성공업지구에 입주한 기업과 개인만을 그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북한법체계 안에서 그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라는 내재적 한계가 있다.47) 그러나 위 준칙들은 개성공업지구 안에서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양도, 임대 저당하는 등의 부동산거래에서 권리실현과 관련하여 개성공업지구법과 부동산규정에 근거한 절차를 규율하는 부속법이므로, 이것이 제한적으로나마 북한의 부동산거래법으로 기능한다. 그리고 부동산등기법과 민사집행법 등 우리의 민사 절차법과 유사한 규정을 다수 수용하고 있다는 점에서48) 향후 남북한 부동산거래법의 통합을 위한 접근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소가 되리라 기대된다.
개성공업지구 부동산규정(6조)은 ‘토지임대차계약의 체결’에 있어서 개발업자에게 임차인의 지위에서 토지임대차계약을 의무화하면서 ‘토지의 위치와 면적, 용도, 임대기간, 임대료, 계약취소사유’ 등을 임차권등록의 필요적 등록사항으로 규정하면서49) 관련 규정을 두고 있다.50) 여기서 토지이용권의 등록은 우리 민법(186조)에서와 같이 창설적 효력이 인정된다.
또한 개성공업지구 부동산규정(6조, 25조, 26조)은 토지이용권을 등록한 자는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이용기간 안에 양도·임대·저당 등의 처분을 할 수 있으며, 위 처분이나 그 사유가 발생한 경우와 소멸된 경우 모두 공업지구관리기관에 등록하여야 효력을 가진다. 다만 개발업자는 분양할 수 없는 도로, 공원 등의 토지는 공업지구관리기관에 명의변경등록을 하여야 하고, 그 토지의 이용권은 공업지구관리기관에 귀속된다.
개성공업지구 부동산규정(38조)은 ‘임대건물의 보수의무’와 관련해서 원칙적으로 임대한 건물의 보수는 임대인이 하는 것이 원칙이되, 임차인의 잘못으로 건물을 보수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임차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51) 이는 북한 민법(182조)의 ‘빌린 물건의 수리’의 규정에 비추어보면 큰 수리는 임대인이 하고, 중간 수리는 합의에서 정한 자가 하고, 작은 수리는 임차인이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52)
개성공업지구 부동산규정(27조, 28조, 42조, 45조, 49조, 50조)은 저당권의 효력이 미치는 목적물의 범위 등과 주된 권리와 종된 권리의 수반성(27조), 사기·강박으로 이루어진 부동산거래(양도, 임대, 저당)의 취소와 이를 알지 못하는 제3자에 대한 취소의 제한(28조), 임대자의 계약취소사유(42조), 저당권의 효력이 미치는 피담보채권의 범위(45조), 저당권자의 권리와 추가적임 담보제공의 요구(49조), 저당권의 행사범위와 보험보상금·손해보상금에 대한 권리행사(50조) 등을 규정하고 있다.
위에서 열거한 개성공업지구 부동산규정은 우리 민법상 저당권의 효력이 미치는 목적물의 범위와 종된 권리에의 수반성(358조), 사기·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와 선의의 제3자 보호(110조 3항), 임대차의 법정해지권의 행사사유(627조, 654조에 의한 610조 준용), 저당권의 효력이 미치는 피담보채권의 범위(360조), 저당권자의 저당물보충청구권(362조), 저당권의 행사와 물상대위(370조에 의한 342조의 준용) 등의 규정과 유사한 입법으로 생각된다.
북한 주민 아닌 자(외국인이나 남한의 기업이나 개인)에게 토지임대차계약을 비롯한 등록에 이르는 절차를 통해서 물권적인 토지이용권의 취득을 인정하고, 토지이용자에게 토지사용료를 부과하는 점53) 등에서 토지임대법과 개성공업지구 부동산규정은 서로 유사한 입법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개성공업지구 부동산규정(19조-22조, 28조, 29조)은 토지임대법이 규정하고 있지 않은 건물소유조건과 소유방법·건설조건 및 건물소유권의 등록,54) 사기·강박으로 이루어진 부동산거래의 취소 및 취소의 금지55) 등에 대하여 규정한다.
또 개성공업지구 부동산규정(45조 2항, 51조, 52조-54조)은 토지임대법(23조-25조, 27조)이 구체적인 내용을 두지 않고 있던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의 범위,56) 저당권소멸57), 저당권의 경매실행58) 등에서 상세규정을 둠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 있다.59)
북한 민법과 부동산관리법은 토지는 물론이고 살림집을 제외한 건물 등의 부동산에 대해서 여전히 생산수단으로 취급하여 개인의 소유권취득을 금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개인소유권을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살림집에 대해서도 소유권이전을 위한 매매·교환을 금지함은 물론이고, 임대차 등의 거래의 대상으로도 되지 못한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부동산거래 현실은 살림집(주택)에 대한 매매와 전매가 행해지고 있으며(Daily NK, 2006)60) 살림집의 교환도 이루어지고 있다(법무부 편, 2013).61)
이 밖에 북한에서는 학교와 시장 지역을 중심으로 임대차와 전대차가 현실적으로 활발하게 행해지고 있다(머니투데이, 2018).62)
Ⅳ. 북한 부동산거래법의 향후 추이
북한은 소비품만을 팔고사기 계약(매매)과 빌리기계약(임대차·사용대차)의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으므로 비소비물인 부동산은 민법·부동산관리법 등의 모든 북한의 민사법제에서 거래가 금지된다. 그러나 이는 ‘법전 속의 법’일 뿐이고, 살림집인 부동산에 대하여 북한에서는 현재 매매·전매(되거리)·교환 등을 통한 소유권이전의 거래가 이루어지 있고, 동거라는 이름으로 임대차·전대차 등이 실제 행해지고 있다. 따라서 향후 주택에 대하여 빌리기계약의 이름으로 무상의 사용대차가 행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1999년 민법개정에서 공민 사이의 빌리기계약에서 사용료를 주고받을 수 없도록 한 규정(179조 2항)을 삭제했다는 것은 부동산관리법(23조)이 공민에게 토지이용권을 인정할 수 있는 근거규정과 함께 향후 북한이 중국을 쫓아서 실용주의노선을 취하게 될 경우에, 토지 등의 부동산임대차를 인정하는 근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북한의 사실상 배급제가 폐지되고 종래 농민시장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되던 사적인 거래보다 현재 북한 당국의 묵인 아래 장마당에 의하여 다루어지는 시장화의 현실은 주민들의 사영경제활동의 활동과 음성적 거래를 반영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부동산거래를 금지·제한하고 있는 법과 이를 뛰어넘어 실제로 행해지고 있는 현실 간의 큰 괴리를 메우기 위해 북한 민법상 주택의 매매·전매·교환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입법의 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개성공업지구의 부동산규정은 2016년 2월 10일 남북경협의 단절과 개성공단 잠정폐쇄로 인하여 현재 사문화(死文化)되어 있다.
그러나 앞으로 남북경제 협력문제는 북핵과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수반하는 문제지만 멀지 않아 재개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 경우 개성공업지구가 가장 우선적으로 과거 남북경협의 수준을 회복하게 될 것이 예측된다. 그리하여 ‘개성공업지구 부동산규정’이 남북경제 협력을 뒷받침하는 북한 부동산거래법으로서 다시 중요시될 것으로 예견된다.
또한 금강산관광이 재개되거나 개성공단 이외의 제2 또는 제3의 남북경협을 위한 특수지대가 마련될 경우에도 토지이용권 등을 둘러싼 부동산거래에 대한 입법에 있어서, 단순히 ‘법전 속의 법’이 아니고 ‘실생활 속의 법’으로 기능해 왔었던 ‘개성공업지구의 부동산규정’의 주요 규정들이 상당 부분 그대로 수용될 것으로 판단된다.
2014년에 제정된 라선경제무역지대 부동산규정(2조-4조)은 부동산의 정의규정을 비롯하여 부동산거래에서 중요시되는 양도·매매·교환·증여·상속·저당 등에 대해서도 각각 그 개념을 정의하고 있고, 부동산의 취득범위·부동산거래의 내용 등에 대해서도 2004년에 먼저 제정된 개성공업지구 부동산규정(2조-4조)과 거의 유사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또한 라선경제무역지대 부동산규정은 개성공업지구 부동산규정부동산의 취득과 등록(제2장, 6조-22조), 부동산의 양도, 임대, 저당(제3장, 23조-56조)과 거의 유사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63)
즉, 특수지대에서의 토지이용권 등 부동산거래를 규율하기 위한 선행 입법조치인 개성공업지구 부동산규정이 라선경제무역지대 부동산규정에 가장 영향을 준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는 향후 북한에서 새로운 특수지대에 대해 토지이용권과 부동산거래에 대한 입법에 있어서도 개성공업지구 부동산규정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토지임대법·개성공업지구 부동산규정·라선경제무역지대 부동산규정 등을 통하여 토지이용권의 취득과 양도 등을 인정한 부동산거래법은 현재 북한에서 특수지대와 외국인에게만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표방하는 핵·경제 병진노선이란 핵개발과 더불어 경제개혁도 계속 추진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는 점에서 향후 북한이 경제개방을 보다 적극적으로 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경제개방이 더욱 확대되면 토지이용권의 취득과 양도를 인정하는 규정들이 점차 북한의 도시지역으로 확대되고, 더 나아가 농촌지역을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확대될 거라는 점에서, 점(點)에서 선(線)으로, 선에서 면(面)으로 점차 확대하여 나갔던 중국의 부동산거래법제64)를 계수하게 될 거라는 전망은 쉽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위에서 본 북한의 부동산거래현실은 향후 북한 부동산거래법의 변모를 예측하게 하며, 또한 현행 북한의 부동산거래법이 중국의 관련 법(法)을 계수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경제개혁·대외개방을 추진하면서 뒷받침했던 입법의 추이(推移)를 그대로 따라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종래 생산수단과 소비품으로 물건을 나누던 태도에서 벗어나 1990년 민법(86조, 94조)을 제정하면서 부동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이를 사회주의재산관리법(15조) 등에 반영하고 있으며, 부동산관리법(2조 1항)·개성공업지구 부동산규정(3조 3호) 등은 우리 민법의 부동산에 대한 정의규정과 유사한 법규해석을 내리고 있다.
특히 개성공업지구 부동산규정에서 부동산거래로서 매매·교환·증여·임대·저당 등을 정의하는데, 이는 우리 민법(356조, 554조, 563조, 596조, 618조, 621조, 1025조)의 관련 규정에서의 정의와 유사하다. 또 개성공업지구 부동산규정의 하위입법으로서의 개성공업지구의 부동산등록준칙·부동산집행준칙은 우리 부동산등기법·민사집행법과 유사한 다수 규정을 두고 있다.
또한 북한의 개성공업지구 부동산규정(27조, 28조, 42조, 45조 49조, 50조)은 우리 민법이 규정(110조 3항, 358조, 342조, 362조, 370조, 610조, 627조, 654조)과 유사하게 저당권이 효력이 미치는 범위, 사기·강박의 의사표시와 선의의 제3자 보호, 임대차의 법정해지권, 저당권자의 저당물보충청구권, 물상대위 등의 규정을 두고 있다.
위에서 열거한 남북한 부동산거래법 관련 규정들은 특히 입법기술적인 요소를 반영하는 것으로서 남북한 민법의 접근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소로 평가된다.
남북한 부동산거래법을 둘러싼 민사법제의 통합을 모색함에 있어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및 사유재산권보장·사회적 시장경제질서 등의 우리 헌법(4조, 23조, 119조)의 가치는 양보할 수 없는 기본가치이며 이를 토대로 한 우리 민법(105조)의 사적 자치 역시 기본원칙이 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에 배치되는 것으로서 북한 민법이 사회주의 민법(3조, 44조-57조, 148조, 177조)의 기본원칙으로 규정하는 부동산 등 생산수단에 대한 사회주의적 소유의 원칙 관련 물권 규정과 계약 모두를 착취의 도구로 파악하여 부동산을 대상으로 한 매매와 전매·임대차를 금지하는 규정 등은 통일 이후 모두 폐기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부동산을 대상으로 매매와 전매·임대차를 금지하는 북한 부동산관리법(28조, 30조)의 규정과 ‘공화국의 안전을 해하였을 경우’에 행정·형사책임과 ‘제재’를 명시하는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40조) 등의 규정도 모두 폐기되어야 한다.
또한 개성공업지구 부동산규정(56조-58조)이 ‘제재’와 관련해서 벌금부과 등의 공법적 규제에 대한 것만 규율할 뿐이고, 분쟁해결에서 토지이용권 등의 보호방안에 대한 구체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것은 사적인 권리에 대해서 중시하지 않는 입법태도로서 남북한 부동산거래법의 통합에 있어서 수용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Ⅴ. 결어
이 밖에 북한 민법(182조)의 빌리기 계약과 개성공업지구 부동산규정의 목적물의 수선(38조)을 규율하는 규정은 수선의무를 둘러싼 임대차분쟁에서 법적 안정성을 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관한 명문규정이 없는 우리 민법 및 통일 민법에의 수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또 종래 북한지역을 대상으로 부동산거래법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현재 북한에서 토지·건물 등의 부동산을 점유하는 북한 주민에게 지상권·전세권 등 용익물권을 인정할 것인지, 사용대차·임대차 등 차주권을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를 거쳐서 이에 관한 특례법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향후 남북의 통일이 이루어지게 되면 현재 대부분 국가·사회협동단체 소유화의 대상인 북한의 부동산은 사유화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견되며, 여기서 북한의 모든 부동산에 대해 감정평가가 이루어지고, 매매·임대차 등의 부동산거래가 점차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관련 전문직업인으로서 감정평가사·공인중개사 등의 역할이 더욱 중요시될 것이며, 이들에 대한 보수교육 등을 실시하여 북한 부동산거래법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도 통일을 위한 준비작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