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북한의 「헌법」 제21조에는 “국가소유는 전체인민의 소유이다. 국가소유에는 제한이 없다”고 규정되어 있다(장명봉, 2015: 705). 동법 24조, 그리고 북한 「민법」 58조에는 개인소유의 범위를 “개인적이며 소비적인 목적을 위한 소유”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주민들은 자본축적이 아닌, 개인적 소비의 목적 하에 부동산에 대한 소유가 가능하다. 이러한 점에서 북한지역에는 자유민주주의체제에서 생각하는 부동산 상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북한 부동산의 「부동산관리법」 제30조에는 “부동산은 해당 기관의 승인 없이 다른 기관, 기업소, 단체나 공민에게 넘겨주거나(매매), 빌려줄 수(임대)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장명봉, 2015: 705). 이에 따르면 북한에서 부동산 거래는 위법사안이다. 그러나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시작된 주택이나 공장건물, 광산 등 다양한 종류의 부동산 상품에 대한 거래는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법적으로 행해지는 부동산 거래 형태와 특징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한편, 북한지역 부동산 시장 및 제도와 관해 적지 않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최근의 연구로는 공민달(2018), 문흥안(2015), 정은이(2015a; 2015b) 등을 들 수 있다. 선행연구는 주택상품의 거래나 부동산 개발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부동산 거래행태를 상품별로 그리고 지불가격이나 기간, 계약방식 등에서 다룬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북한에서 출판되는 <경제연구>, <김일성종합대학학보> 등을 보면, 부동산 사용료나 기준 등 관리에 대한 당국의 고심과 대책을 적지 않게 읽을 수 있다.1)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부동산 시장문제를 다룬다면 기존연구와 상이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북한지역 혜산시의 부동산 거래행태(임대, 매매)를 상품별(주택, 상점, 공장건물, 광산, 편의시설, 토지)로 살펴보고, 이것의 특징과 원인을 밝힘으로써 대북제재 하에서 북한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본 연구는 탈북민 인터뷰와 문헌연구를 통해 진행하려 한다. 인터뷰 대상은 2013년 이후 탈북한 사람들 중 혜산시에서 부동산 상품별 거래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들이다. 이 시기 탈북한 사람들을 선정한 것은 김정은이 2014년을 “건설의 해”로 정하고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돈의 출처를 따지지 않고, 아파트 건설에 투자하게 하고, 이윤도 최대한 보장해 주라고 지시(고성표, 2018; 노정민, 2014)를 내린 것을 비롯해 부동산 개발 및 분양에서 변화의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혜산시 출신 입국자를 선정한 것은 이 지역 출신 탈북민의 수가 여타 지역보다 많아 자료수집이 쉽기 때문이다. 통일부 조사에 따르면 2018년 12월 말 국내 입국자 3만 2,118명 중 양강도 입국자는 5,247명으로, 함경북도 1만 9,291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2) 문헌연구는 국내에 입수된 1차 자료, 그리고 본 연구와 관련한 2차 자료를 통해 진행한다.
인구 약 20만 명의 양강도직할시인 혜산시는 나선시나 회령시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행정지역 가운데서 중급도시에 속하는 지역이다. ‘혜산’이라는 지명이 산의 혜택을 입고 살아가는 곳에서 유래된 것처럼 이 지역은 전체 면적의 74%가 산림지역으로 풍부한 임업자원을 갖고 있다. 중국과 잇닿아 있는 국경지역이어서 무역을 위한 크고 작은 무역회사들이 집결되어 있으며, 비공식적인 밀매가 왕성하다. 이러한 영향으로 시장운영이 활발한데 혜산시에는 5개의 공식적인 시장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김병욱 외, 2018: 29).
혜산시는 이러한 지경학적 환경을 가진 국경지역이어서 비 국경지역 내지 다른 지역의 부동산 거래행태와 다를 수 있다.3) 또한 혜산시 출신이라고 하지만 탈북연도, 기억의 부정확성 등으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드러날 수 있다. 이러한 오류를 해소하는 데 관심을 둔다면, 본 연구가 얻고자 하는 국경지역뿐 아니라, 일반지역에서의 부동산 거래의 객관적인 변화를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은 생산수단 그리고 교환수단으로 기능하는데 본 연구는 후자의 기능, 즉 교환수단으로의 임대와 매매에 관심을 두고 있다. 부동산 거래에서 매매가 소유권(사용권, 수익권, 처분권)에 대한 이전이라면, 임대는 주로 사용권에 대한 이전이다. 북한의 부동산은 국가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어 부동산 상품에 대한 매매라고 하면 제한적인 수익권(국가가 허용한 범위 내)과 사용권에 대한 이전이며, 임대는 사용권에 대한 이전이라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인식에서 부동산 상품별 거래행태를 다루려고 한다.
Ⅱ. 부동산 거래와 북한 당국의 인식
일반적으로 거래는 경제주체들 사이에 일어나는 상행위인데 현금 또는 현물에 대한 매매·대여·담보 등에 의해 이루어진다. 상품의 종류에 따라 재화에 대한 권리의 발생이나 변경, 소멸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박창욱·송호신, 2017: 25). 부동산 거래는 부동산 상품을 대상으로 하는데 주택, 상가, 공장, 오피스텔 등이 있다. 주택이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의식주의 한 형태로 주거생활을 보장해주는 상품이라면, 상가는 편의 및 쇼핑제품, 전문제품을 취급하는 곳으로 소비자에게 해당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또한 공장은 원료와 노동력 등을 투입하여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재화를 생산하는 부동산 상품이라 할 수 있다(조덕훈, 2017: 167-251).
부동산 상품은 지리적 위치의 고정, 수급조절의 어려움, 거래의 비공개성, 비조직적인 운용에 의존하는 등 부동산 시장 자체의 특성에 따른 영향을 많이 받는다(김재태 외, 2017: 112-114). 부동산 거래는 매도인과 매수인,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계약서 작성으로부터 시작되는데, 계약서에는 매수인 혹은 임차인이 지불해야 할 지불금의 액수, 지불수단, 기간 등이 명시된다.
부동산 거래는 경제적 가치가 높은 상품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며 이에 따른 손익차가 크다. 그러므로 계약 전에 부동산 등기의 확인, 허가 및 신고사안에 대한 확인, 현장확인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계약체결 시에는 진정당사자 여부나 다운계약서, 면적불일치, 설정권리 명기 등에 대한 확인이 요구된다(김재태 외, 2017: 142-150).
부동산 시장이라고 하면 부동산 상품에 대한 거래가 이루어지는 공간, 즉 부동산 상품의 소유권이나 사용권이 매매나 임대 등을 통해 거래되는 장소나 영역이라 할 수 있다(박창욱·송호신, 2017: 25).
북한에서 부동산이란 용어가 법령에 등장한 것은 1990년에 제정된 북한의 「민법」인데, 제141조에는 “부동산 거래를 내용으로 하는 계약은 서면으로 맺고 공증을 받아야 효력을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다(장명봉 편, 2015: 809). 이후 「대외민사관계법」(1995년 제정),4) 「사회주의재산관리법」(1996년 제정)5)을 통해 법률용어로 정착되었으나(손희두, 2012: 19), 북한의 기관, 기업소, 단체들에서 재산을 관리하면서 부동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2005년에 들어 국가토지를 이용하는 기관, 기업소, 단체, 개인들에 한해 토지사용료를 부과하도록 하였는데, 이때부터 ‘부동산’이라는 용어가 쓰이게 되었다. 2009년에 들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으로 「부동산관리법」이 제정되었는데, 자연부원과 고정재산, 유동재산으로 구성되었던 사회주의재산의 항목 중에서 일부 고정재산(기계와 설비)이 부동산 항목으로 분리되었다. 「부동산관리법」에서는 부동산을 토지, 건물, 시설물, 자원으로 구분하고 있다. 토지에는 농업 토지, 주민지구 토지, 산업 토지, 산림 토지, 수역 토지, 특수 토지 등이 속한다. 건물 및 시설물에는 산업 및 공공건물, 시설물, 살림집 건물 등이 있으며, 자원으로는 지하자원과 산림자원이 있다(장명봉, 2015: 719).
부동산에 대한 북한 당국의 인식은 「부동산관리법」(장명봉, 2015: 719), 「토지법」 등을 통해 알 수 있다(<표 1> 참조).
구분 | 「부동산관리법」 | 개성공업지구 부동산규정 |
---|---|---|
내용 | 부동산은 토지와 건물, 시설물, 자원 같은 것으로 나눈다. | 부동산이란 토지리용권과 건물, 거기에 달린 물건이다. |
법조항 | 제2조 부동산의 구분 | 제3조 용어의 정의 |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북한은 해당 토지의 표면에 대한 이용권(사용권)만을 허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 부동산으로 구입한 토지의 영역에 지하자원과 같은 매장물이 있다면 또 다른 부동산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다.
북한이 토지의 표면에 대한 이용권과 더불어 매장물에 대한 소유권을 분리해 보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북한은 토지를 공화국정권이 광복과 더불어 착취계급으로부터 빼앗은 전취물(전투에서 얻은 노획물)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정권만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인식이다. 이는 다른 부동산과 달리 토지에 대해 “민주주의 혁명단계에서 이룩한 혁명의 고귀한 전취(戰取)물이다”고 규제하고 있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장명봉, 2015: 705). 부동산에 대한 북한의 인식은 처분행위에 대한 강제에서 찾을 수 있다. 「부동산관리법」 제30조에 따르면 모든 부동산은 해당 기관의 승인하에서만 매매나 임대가 가능하다. 북한에서는 남한의 부동산 관련법규에서 찾아볼 수 있는, 해당 부동산에 대한 사용·수익·처분권 중 사용권만이 인정되고 있다.
Ⅲ. 부동산 상품별 거래 실태
북한에서 주택은 국가가 무상으로 공급하는 상품이어서 개인 간 거래는 명백한 불법이다. 그러나 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주택사용허가증(입사증)의 소유자 이름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불법적인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주택거래는 ‘주택 거간꾼’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북한 주민들은 이들을 ‘데꼬 사장’6)이라고 부른다. 주택매매가 불법이지만 데꼬사장에게 거간비(수수료)만 지불하면 주택관리 기관이나 사법기관에 단속되지 않게 구매할 수 있다(Daily NK, 2008). 몇 년 전만 해도 부동산 거간비는 부르는 것이 가격일 정도로 비쌌지만, 현재는 판매가격의 10%를 지불하면 된다(탈북민 나○복 증언, 2018년 11월 5일).
북한의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 중 주택은 돈주들에게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2019년 들어 평양시 중심구역에서 좋은 주택은 미화 20만 달러이며, 방 면적은 150평방미터(45평), 1m2당 가격이 1천 300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안윤석, 2019). 북한에서 건설되는 주택들은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하기 때문에 입주한 사람이 이 부분을 완성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으며, 추가 비용도 발생한다. 이를 이용해 일부 장사꾼들은 중국에서 양변기나 욕조 등을 구입하여 주택시장에 공급하고 이득을 보기도 한다.
혜산시 중심지에 위치한 대부분의 주택은 1980년대 초까지 건설된 것으로 4층 내외의 연립주택들이다. 연립주택에는 방 1칸 혹은 방 2칸에 부엌이 달려 있으며, 방 한 칸의 크기는 가로 4m, 세로 6m 정도이며, 방 두 칸짜리 연립주택의 면적(전용면적)은 48m2(14.5평)이다. 단층 다가구주택 방 한 칸의 크기는 가로 3m 세로 4m, 두 칸인 경우, 24m2(7.3평)정도이다(탈북민 오○경 증언, 2018년 11월 17일).
북한의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혜산시는 2010년 이후부터 신규주택이 많이 건설되고 있다. 최근 신설되고 있는 주택은 방 3칸, 베란다와 화장실, 그리고 전실(거실) 등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혜산시의 주택거래는 북한의 여타 지역과 마찬가지로 매매와 임대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혜산시의 주택가격은 어느 곳에 위치하고 있는가에 따라 다르다. 가격이 비싼 순위를 보면, 가장 비싼 곳은 혜산역전이 가까운 혜신동, 혜장동, 혜강동, 혜흥동 일대이며, 그 다음 비싼 곳은 권력기관이나 대학이 위치한 혜화동, 성후동, 위원동 등이다.7) 광산이나 군부대가 위치한 연풍동, 마산동, 춘동, 혜탄동 등은 가격이 싸다. 혜신동이나 혜장동 일대의 집값은 같은 평수의 혜화동, 성후동의 연립주택 가격에 비해 약 1.5배 이상, 신장리와 노중리, 은총리에 있는 단층 다가구주택의 가격에 비해서는 8배 이상 높다.8)
혜산시 내에 위치한 연립주택의 가격은 단층 다가구주택에 비해 2배 정도 비싸다. 혜산시는 겨울철에 영하 40도까지 내려갈 정도로 북한에서 가장 추운 지역이다. 주민들은 땔감이 적게 소요되면서 장마나 산사태 등과 같은 자연재해를 적게 입을 수 있는 연립주택을 많이 선호한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물자운반에 편리하면서 텃밭을 가꾸거나 가축을 키울 수 있고, 전기공급이나 상수도 이용 등에서 생활환경이 다소 양호한 단층 다가구주택을 구입하기도 한다.
주택매매비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계약하는 즉시 지급된다. 주택 판매자가 즉시 지급을 선호하는 이유는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 불법거래이므로 합법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주택가격은 주택상태, 위치, 생활조건 등을 고려하여 정해진다. 혜산시는 중국의 장백현과 마주하고 있어 상거래에서 북한원화나 달러보다 인민폐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주택가격도 인민폐로 책정되고 인민폐로 결제된다. 단층 다가구주택의 경우 인민폐가 부족하면 현물로 대체하기도 한다. 매매계약은 신규주택사용허가증(신 입사증) 발급을 통해 마무리 된다.
혜산시에서 주택가격이 가장 비싼 지역(혜신시장이나 혜산역전의 근처)과 낮은 지역(광산이나 군부대가 위치한 지역)의 매매행태를 구매가격이나 지불수단, 지불기간, 계약방식에서 비교하면 아래의 표와 같다(<표 2> 참조).
구분 | 시장, 역전일대 | 기타 지역 | |||
---|---|---|---|---|---|
연립주택 (방2칸, 48㎡) | 단층 다가구주택 (방2칸, 24㎡) | 연립주택 (방2칸, 48㎡) | 단층 다가구 주택 (방2칸, 24㎡) | ||
가격 (백 위안) | 800~1,000 | 400~600 | 250~300 | 100~120 | |
지불 수단 | 인민폐 | ○ | - | ○ | - |
북한원 | - | ○ | - | ○ | |
지불기간 | 즉시 | 즉시 | 즉시 | 즉시 | |
계약방식 | 문건 | 문건 | 문건 | 문건 |
북한에서 주택을 빌려주는 행위, 즉 임대는 ‘동거’한다는 말과 유사하다. 집주인이 동거를 허락하였다고 해도 국가가 승인하는 동거입사증을 발급받아야만 입주가 가능하다. 동거비를 받는 것은 불법이어서 식량이나 식품을 받는 대가로 동거를 허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동거행위가 2003년 종합시장 운영이 공식화되면서 여러 가지 용도의 주택임대 행위로 확대되었다.
북한의 다른 모든 지역과 마찬가지로 혜산시에도 주택임대가 성행하고 있다. 시장이나 역전 주변에서는 짐 보관이나 식당, 상품판매 등을 목적으로, 중국세관과 가까운 지역에서는 무역업자들의 편의를 보장하기 위해 주택임대가 이루어진다. 임대업자들은 방 한 칸의 일부 혹은 창고나 집 주변을 증축해 임대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임대비 지급기간 유형에는 1일 기준, 월 기준, 연 기준이 있다. 몇 시간 동안 짐을 보관하거나 ‘대기숙박’, 밀수품을 보관하려는 경우에는 1일 기준이다. 시장에서 짐을 보관하거나 식당운영, 상품판매를 하려는 경우나 하숙이나 동거를 하려는 경우 등은 월 기준이다. 임대비를 연 기준으로 지불하는 경우도 있는데 대신 할인혜택이 있다. 이 경우 월 지불액에 비해 20% 정도 싸다. 지급물은 대체로 인민폐인데 1일간 짐을 보관하는 경우에는 북한원화나 현물도 가능하다. 월 기준인 경우, 한 달 임차료가 500위안이다(탈북민 박○화, 이○녀 외 증언, 2018년 11월 2일).
계약은 대부분 구두로 진행하는데, 이는 임대 그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문서를 남겨놓으면 훗날 법적 증거로 채택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짐을 보관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임대하는 경우에는 문서를 작성한다. 이유는 집주인이 임차인 별로 체크해 가며 돈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표 3> 참조).
구분 | 시장, 역전일대 | 대학가 | 밀수촌 | |||
---|---|---|---|---|---|---|
짐 보관 | 식당, 상품판매 | 하숙 | 거주 | 밀수품 보관 | ||
구매가격 (위안) | 100~150 | 500~600 | 150~170 | 100~120 | 50~200 | |
지불 수단 | 인민폐 | - | ○ | ○ | ○ | ○ |
북한원 | ○ | - | - | - | - | |
지불기간 | 월 | 월 | 월 | 월 | 일 | |
계약방식 | 문건 | 문건 | 문건 | 문건 | 구두 |
북한은 2003년 5월 20일 상업성 지시 제48호를 통해 영업이 부진한 국영상점을 기관·기업소 등이 임대하여 운영하도록 하였다. 동 지시문에는 도, 시군 인민위원회 상업부서들이 상품부족으로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점, 백화점의 층이나 매대를 기관, 기업소가 임대할 수 있게 하며, 상품은 시장가격보다 싸게 팔도록 통제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에 따라 혜산시에서도 개인들이 기관·기업소의 명의를 얻어 국영상점을 임대하고 있다. 상점 임대는 계약서를 작성한 다음 해당 기관의 승인을 얻는 식으로 진행된다. 상점의 규모에 따라 한 명 혹은 여러 명이 매대를 나누어 임대하는 경우도 있다. 상점 임대는 상업부문의 책임 있는 간부와 기관, 기업소 기관장의 합의 하에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 장사가 잘되는 좋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임대료는 상품의 종류나 가격, 상품의 부피 등에 따라 책정되며, 지불은 매월 또는 재고를 정리한 다음 이루어지는데, 임차인들은 외상 상품이 모두 팔리는 시점에 임대료를 지불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것은 임대인이 임대료를 채 받지 못한 상태에서 현 임차인 대신 다른 사람과 임대차계약을 맺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점 임대료는 인민폐로 지불하며, 임차인이 식품매매를 하는 경우 쌀이나 기름 같은 현물로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 상점 임대는 국가기관, 기업소를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모든 계약은 문서로 진행된다(<표 4> 참조).
구분 | 지불액(위안) | 지불수단 | 지불기간 | 계약방식 |
---|---|---|---|---|
공업품 | 1,000~1,500 | 인민폐 | 매월 또는 재고정리 이후 | 문서 |
식품 | 600~700 | |||
가전제품 | 1,000~1,500 | |||
약품 | 600~700 | |||
기타 잡화 | 500~600 |
혜산시에는 북중간 수출입 상품의 관세에 관한 일을 처리는 혜산세관이 있어 국가기관 산하 무역지사들이 적지 않게 상주하고 있다. 본사를 평양시나 기타 도시지역에 두고 있는 무역회사들은 업무추진을 위해 사무실과 숙소, 수출입 상품을 보관할 수 있는 창고가 있는 출장소가 필요한데, 혜산시 내 가동하지 않는 공장건물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공장건물이 시장이나 기차역 근처 등 교통이 좋은 곳에 위치한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임대료는 건물의 위치와 전기공급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최근 들어 공장건물 임대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이를 주선하는 과정에 간부들이 중개비로 자기 몫을 챙길 수 있고, 기업들은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장건물 임대사업을 ‘더 벌이’9)라고 부르는데, 기업소들에서는 생산용 건물의 일부까지 임대하는 경우도 있다.
공장건물에 대한 임대료는 일반적으로 판매 이윤의 30%인데(곽명일, 2017), 이는 동일한 평수의 소토지나 상점 임대료에 비해 높다. 이유는 공장건물에 대한 임차료를 무역회사와 같은 돈 있는 기관이나 기업이 지불하고 있으며, 임차인이 용도에 맞게 리모델링하여 즉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혜산시 공장건물의 월 임대료는 1,000~2,000위안(한화 17~34만 원)이다. 임대료 지급은 월 기준인데, 인민폐로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공장건물의 임대는 국가기관과 기업소 사이에 이루어진다. 따라서 해당 임대차계약은 공장·기업소의 행정 실무담당자들이 문서를 통해 진행한다. 이 경우, 계약서의 임대료와 실제로 지급하는 임대료가 많이 차이 난다. 이는 사실상 ‘다운계약서’이며, 실제 계약금과의 차액은 공장 간부들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임대로 구입한 공장건물은 보통 사무실과 숙식하는 방, 물품보관 창고로 이루어져 있다. 보통 55평 정도인데 이 가운데서 사무실이 50.84m2(15평, 가로 6.2m, 세로 8m), 숙식하는 방이 33.48m2(10평, 가로 6.2m, 세로 5.4m), 물품보관창고가 99.17m2(30평, 가로 9m, 세로 11m)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표 5> 참조).
북한에서는 탄광 및 광산에 대한 임대업도 성행하고 있다. 탄광, 광산에 대한 임대업은 무역와크10)를 갖고 있는 국가기관, 기업소들이 하고 있다. 함경북도 청진시 청암구역 금바위(토막동)에서 대서로 이어진 검은산 일대에는 골짜기마다 금광들이 산재되어 있다. 한 개의 갱에 보통 5~10명 정도의 인력이 고용되어 일하고 있는데, 갱을 운영하는 돈주들을 ‘광주’라고 부른다. 광주들은 매달 생산물의 일부를 돈이나 현물로 바치는 것 외에 금 밀매에 관한 보호비 명목으로 관할 지역의 보안서에 뇌물을 바쳐야 한다.
함경북도 은덕군 일대에는 지난 2014년부터 돈주들에 의해 많은 노천 채탄장들이 생겨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오소리굴 같은 작은 갱도 있고 자동차가 들어갈 정도까지 큰 갱들도 있다. 채탄권을 놓고 외지에서 온 주민과 현지 주민들 간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성표, 2018).
혜산시에는 혜산광산, 노중광산을 비롯해 중소규모의 광산들이 다수 있다. 이들 광산에서는 금광, 동정광, 중석 등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탈북민 나○복 증언, 2018년 11월 17일). 중국의 투자로 운영되는 혜산광산을 제외한 중소규모의 광산들은 임대업을 통해 일정한 소득을 얻고 있다. 혜산지역의 광산들은 국가계획위원회로부터 받은 연간생산계획을 수행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양수기나 동발목을 비롯해 광물생산에 필요한 설비와 자재, 그리고 노동자들에게 공급할 식량이나 생활비(월급)도 부족하다. 중소광산들은 이러한 문제를 타 기관이나 기업소, 개인에 대한 광산임대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임대료 지급은 현금이 아닌 광석을 통해 대부분 이루어지는데, 광석을 캐낸 즉시 지불된다. 임차인이 채굴에 필요한 설비를 임대인으로부터 빌려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임대료를 인민폐로 지급하기도 한다. 탄광, 광산에 대한 임대는 국가기관, 기업소 사이에 이루어지고 있어 갱에 대한 임대계약은 문서로 체결된다(<표 6> 참조).
북한의 편의시설에는 식당, 목욕탕, 수영장, 미용실, 이발소 등이 있다. 과거에는 이러한 편의시설의 운영을 국가 예산에 의존하였으나, 최근에는 돈주들이 참여하여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평안남도 순천시에 위치한 순천화력발전소를 들 수 있다. 2014년부터 2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을 운영하고 있는데 목욕탕과 한증탕, 식당과 매점을 비롯한 현대적인 편의시설들을 갖추고 있어 손님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편의시설은 발전소에서 나오는 폐열을 이용하고 있어 운영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다(설송아, 2015). 편의시설을 운영해 얻은 이윤은 화력발전소와 돈주들에게 각각 배분되고 있다.
혜산시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여도 편의시설들을 국가건물에서 운영하였으나 최근에는 개인이 집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개인집에서 운영을 하더라도 국영 편의시설 직원으로 종사해야 한다. 개인집 위주의 소형 편의시설이 늘어남에 따라 국가시설 위주의 대형 편의시설은 다른 용도의 건물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탈북민 김○화 증언, 2018년 11월 10일).
편의시설 임대가격은 위치에 따라 다르다. 시장이나 역전에 위치해 있는 경우 중국 돈으로 500~600위안 정도 지불해야 하며, 그 밖의 지역인 경우 절반가격 수준이다. 편의시설 임대료는 월 기준으로 책정되고, 인민폐와 원화(북한돈)로 지급된다. 편의시설에 대한 임대는 계약문서를 통해 이루어진다(<표 7> 참조).
구분 | 지불액(위안) | 지불수단 | 지불기간 | 계약방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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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역전 근처 | 식당 (20평) | 500~600 | 인민폐 | 월기준 | 문서 |
목욕탕 (50평) | |||||
이발, 미용 (30평) | 100~200 | ||||
기타 지역 | 식당 (20평) | 200~300 | |||
목욕탕 (50평) | |||||
이발, 미용 (30평) | 100~200 |
북한에서 개인들의 소토지 매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은 2005년부터 실시된 소토지 사용료(토지세) 납부였다. 북한은 토지사용료를 부과하기 위해 필지별로 토지가격을 정하였는데 텃밭과 소토지도 사용료를 부과하였다. 이때부터 소토지 농사를 짓고 있던 사람들은 소토지 사용료에 근거해 타인에게 판매(이용권)할 수 있게 되었다. 매매가격은 토지의 급수, 즉 상등, 중등, 하등인가에 따라 차이가 있다. 함경북도 일대에서 강냉이 작물이 자라는 상등 소토지인 경우 한 평에 2,000원, 하등 소토지인 경우 1,000원에 거래되었다(탈북민 마○순, 신○화 증언).
농촌지역들에서 거래되는 소토지는 지력(산성도)과 교통조건, 평지 또는 산지, 양지 또는 음지인가에 따라 매매가격이 다르다. 지력은 밭을 새로 일구어서부터 농사를 몇 년 동안 지었는가에 따라 평가되며, 농사지은 연한이 적을수록 지력(산성도)이 높은 땅으로 평가된다. 혜산시에서 지력이 높은 소토지는 1,000평당 인민폐로 220~250위안(한화 37,000~42,000원)인데, 일반 소토지(지력이 보통인 경우)에 비해 구매가격이 2배 정도 높다. 도로와 가까울수록 거름이나 수확물을 운반하는데 양호하므로 가격이 높고, 특히 장마철이면 산사태가 자주 발생하므로 평지나 양지일수록 선호도가 높다. 양지의 소토지에는 옥수수, 보리, 콩과 같은 작물의 수확률이 높아 구매자가 많다.
소토지 매매비에 대한 지불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 상등의 소토지를 구매한 사람은 즉시에 지불하기도 하며 구매와 함께 70%의 판매금액을 인민폐로 지불하고, 나머지 30%는 그해 가을에 농산물로 지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을철에 현금 대신 농산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표 8> 참조).
구분 | 지불액 (위안/1,000평) | 지불수단 | 지불기간 | 계약방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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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원화 | 현물 | 일부 즉시 | 수확 이후 | 문서 | 구두 | ||
지력이 높은 소토지 | 220~250 | ○ | - | ○ | - | - | ○ |
일반 소토지 | 100~150 | - | ○ | - | ○ | - | ○ |
북한의 모든 지역과 마찬가지로 혜산시에서는 소토지에 대한 임대도 찾아볼 수 있다. 소토지 임대료는 해당 소토지의 지력도와 종자를 누가 부담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 지력이 높은 소토지에 임차인이 종자를 부담하면 생산량의 10%를, 임대인이 종자를 부담하면 생산량의 20%가 임대료로 책정된다. 이에 반해 일반 소토지에 임차인이 종자를 부담하면 생산량의 5%를, 임대인이 부담하면 15%를 임차료로 지불해야 한다. 소토지 임대료는 대부분 가을에 현물로 계산된다. 임대계약은 대부분 구두로 진행하나 문서로 남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향후 분쟁이 생길 경우, 합법적인 해결이 어렵지만, 개인 간의 해결에서 증거로 될 수 있기 때문이다(<표 9> 참조).
구분 | 지불액 | 지불수단 | 지불기간 | 계약방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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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력 높은 소토지 | 임차인 종자 부담 | 임대인 종자 부담 | 수확물, 일부 북한원화 | 수확 이후 | 문서 |
일반 소토지 | 생산량×10% | 생산량×20% | 구두 | ||
생산량×5% | 생산량×15% |
Ⅳ. 혜산시 부동산 거래 특징과 원인
이상의 연구에 따르면 혜산시 부동산 상품별 거래에서는 일련의 특징이 발견되었는데, 이를 여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부동산 상품의 유형에 따라 매매 혹은 임대가 다르게 이루어졌다. 주택과 토지상품에 대해서는 매매와 임대, 상점과 공장건물, 광산, 편의시설에 한해서는 임대만 이루어졌다. 상점이나 공장건물, 광산은 다른 부동산 상품에 비해 전민소유의 성격이 짙고 이에 대한 법적통제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상품에 따라 거래대상이 달랐다. 주택과 토지상품은 개인 간이나 개인과 기업소 그리고 기관 간에, 상점과 공장건물, 탄광, 광산, 편의시설은 기업소와 기관 간에 거래가 주로 이루어졌다.
둘째, 부동산 상품의 유형에 따라 지불기간이 달랐다. 주택과 소토지 매매비, 그리고 공장건물과 광산 임대비 지불은 즉시에 이루어졌다. 주택이나 공장건물, 편의시설에 대한 임대비는 월 단위로 지불되었고, 소토지 임대비 지불은 가을철에 이루어졌다.
셋째, 부동산 상품의 유형에 따라 지불수단이 달랐다. 공장건물이나 상점을 임대한 경우, 지불수단은 인민폐가 기본인데 소토지를 매매하는 경우에는 북한원화도 통용되었다. 소토지나 광산임대비에 대한 지불은 현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거래계층의 경제적 능력과 관계되는데 빈곤한 사람들이 원화나 현물로 지불하기 때문이다.
넷째, 부동산 상품의 유형에 따라 거래에 참여하는 계층이 달랐다. 혜산시 주민들은 재산의 보유정도에 따라 상층, 중간층, 하층으로 구분된다. 증언에 따르면 상층은 집을 포함해 재산이 인민폐로 20만 위안(한국돈 3천 5백만 원) 이상이며, 특히 상층의 약 5%에는 50만 위안(한국돈 8천 5백만 원)이상을 가진 돈주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11) 상층에는 대외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 특히 세관검사나 무역기관 간부로 재직하면서 중국을 수시로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다. 상층에 있는 사람들은 가정부와 개별교사까지 고용하는 등 높은 수준의 물질생활을 하고 있다. 중간층은 장사밑천이 있어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인데 상인들과 밀수꾼들이 많다. 중간층 직업군으로 교사나 의사12), 그리고 미용사, 이발사, 요리사 등 기술자들을 들 수 있다. 이밖에도 혜산시 주변 농촌지역에서 수백 마리의 가축을 기르거나 수백 평의 소토지에 특종 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도 중산층이라 할 수 있다. 하층은 하루 벌이로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노동자, 농민이다.
<표 10>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부동산 상품별 거래에서는 참여한 계층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다섯째, 부동산 상품의 유형에 따라 계약방식이 달랐다. 공장건물, 상점, 편의시설, 광산에 대한 임대 계약은 국가가 정한 문서로 맺었으나, 소토지 매매와 임대는 개인이 만든 문서나 말(구두)로 계약이 대체되었다.
거래대상 간 말로 계약을 맺는 것을 구두계약이라고 하는데, 북한의 「민법」 제93조에 따르면 말로 맺은 계약도 인정된다.13) 개인 간 부동산 거래에서 문서계약을 지양하는 것은 증거로 채택되면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약 이행에 대한 책임부여 등을 위해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
부동산 상품별로 해당 거래가 발생하는 비중을 나타내면 <표 11>과 같다.
구분 | 지불기간 | 지불수단 | 계약방식 | |||||
---|---|---|---|---|---|---|---|---|
즉시 | 월 | 가을 | 외화 | 현물 | 문서 | 구두 | ||
연립주택 | 매매 | ○ | - | - | ○ | - | ○ | - |
임대 | - | ○ | - | △ | △ | △ | ○ | |
토지 | 매매 | ○ | - | - | △ | - | - | ○ |
임대 | - | - | ○ | - | ○ | △ | ○ | |
상점 | 임대 | - | ○ | - | ○ | - | ○ | - |
공장 | 임대 | ○ | △ | - | ○ | - | ○ | - |
편의시설 | 임대 | - | ○ | - | ○ | - | ○ | - |
광산 | 임대 | ○ | - | - | - | ○ | ○ | - |
여섯째, 부동산 거래에서 국경지역인 혜산시의 지경학적 특성이 반영된 것을 찾아볼 수 있었다. 북한에서 돈주들은 공장건물이나 상점 등을 구입하여 시장에 필요한 상품을 생산하거나 보관하는데 사용한다. 혜산시는 국경지역이어서 시장에 필요한 상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부동산 거래보다 수출입 상품을 보관하기 위한 부동산 상품에 대한 거래가 많이 이루어졌다.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혜산시의 부동산 상품 거래에서는 일련의 특징이 발견되었다. 이와 같은 특징이 나타나는 것은 ① 북한의 부동산 정책의 변화조짐, ② 북한주민들의 자본축적에서 양호한 부동산 시장의 특징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의 변화조짐은 북한 당국이 부동산관리를 세금수취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는 「부동산관리법」의 제정과정과 세금수취를 정당화하기 위한 논조가 반영된 북한의 공식적인 출판물인 <경제연구>나 <김일성종합대학학보>를 통해 분석이 가능하다.
먼저 북한의 「부동산관리법」 제정과정을 보면 다음과 같다. 북한은 맨 처음인 2006년 4월 열린 제11기 최고인민회의 4차 회의에서 전국적인 부동산 조사와 사용료 수취를 결정하였다. 그리고 당해연도 예산안에 ‘부동산 사용료’라는 재정수입 항목을 신설했다. 다음 해인 2007년에는 국가예산의 15.4%를 부동산 사용료로 충당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후 2009년 11월 11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395호로 「부동산관리법」을 채택하였다. 이 법은 부동산 이용 허가를 받았을 경우, ‘국가가격제정기관’이 정한 사용료를 재정기관에 납부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당국은 공장, 기업소나 단체, 개별주민들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에 대해 사용료를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이상을 통해 북한은 부동산 사용료 납부를 초기 법 제정이 없이 진행해 오다가 4년이 지나서야 법제화 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표 12> 참조).14)
연도 | 2006년 | 2007년 | 2009년 |
---|---|---|---|
내용 | ‘부동산사용료’ 재정수입항목 신설 | 국가예산 15.4% 부동산 사용료 충당 | 「부동산관리법」채택 |
한편 북한의 『경제연구』 2010년 1호에는 부동산 관리에서 부동산 사용료와 같은 경제적 공간을 이용하면 부동산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기관, 기업소들의 활동을 자극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최성혁, 2010: 42). 2016년 4호에서는 부동산 사용료가 재정적 통제를 강화하고 부동산의 이용에 따르는 손실을 보상하며 부동산의 유지보수와 확대에 필요한 자금 원천을 확보하는 방향에서 정해져야 한다면서 부동산 사용료의 운영방법에 대해서까지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김금해, 2016: 51-53).
북한에서 부동산 사용료 운영에 대한 지속적인 합리화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당국이 세금수취를 통한 국가예산수입의 지속적인 보충수단으로 부동산정책을 변화시켜 나가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김병욱, 2018: 82-83).
부동산정책의 변화조짐은 또한 북한당국이 주택 부동산의 개발과 분양을 전시성 사업의 수단으로 접근하는 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 김정은 등장 이후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주택건설을 통해 지도자의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국가예산으로 완성하기 어렵다. 한편 주택건설에 관여하는 기관이나 시공을 담당한 기업소들은 건설에 필요한 예산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돈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그래서 당국이 용인한 것이 국가기관, 기업들과 돈주들의 협력에 의한 주택건설이었는데, 이는 국가예산을 적게 들이면서도 주택난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반영한 것이 2013년 2월에 공포된 “기관, 기업소 및 주민자금에 의한 살림집 건설규정을 채택함에 대하여”라는 규정이다(동용승, 2016: 76). 동 규정이 발효됨으로써 돈주들은 주택부동산 개발과 주택분양에 따른 거래에서 법적보호를 받게 되었다.
같은 해 북한은 평양시에 “주택위탁사업소”를 설치하도록 하였다. 주택을 필요로 하는 주민들이 주택위탁사업소에 새집을 신청하고 돈을 지불하면 사업소가 주택을 건설하여 배정해 주도록 하고 있다(정은이, 2015a: 4). 북한에는 현재까지 개인이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부동산 중계업소나 남한에서처럼 부동산업을 전문으로 하는 자격증제도가 없다. 주택위탁사업소는 국유사업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부동산 거래소 운영의 맹아라 할 수 있다.
2003년 종합시장의 등장으로 북한주민들은 사경제활동에 필요한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최근 들어 북한의 소비재 시장이나 금융시장, 노동시장, 물자교류 시장15) 가운데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투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① 강력한 대북제제의 영향, ② 기득권층의 일확천금 기회조성, ③ 북한지역 부동산 시장의 고유한 특성에 따른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북한의 부동산 시장은 강력한 대북제재에 직면하고 있는 북한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큰 돈을 모을 수 있는 시장이다. 김정일 집권시기 때만 해도 북한주민들은 돈을 많이 벌어들일 수 있는 직업으로 무역회사나 외화벌이 사업소 지도원, 무역선 선원직을 선호하였다. 그러나 김정은 집권이후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어 외국과의 경제교류가 막히게 되었다. 기존 직업으로 돈을 벌려면 많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므로 대안으로 찾은 것이 북한지역 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진입이라 할 수 있다.
둘째, 북한의 부동산 시장은 기득권층이 직권을 이용해 적게 투자하면서도 큰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시장이다. 부동산 거래는 어떤 유형의 상품이든 위법을 동반하고 있어, 성사되려면 사법통제기관 관계자들과 인맥이 있어야 한다. 기득권층은 이러한 측면에서 비 기득권층에 비할 바 없이 유리하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득권층의 진입이 많아짐에 따라 위법적 사안에 대한 묵인과 느슨한 통제를 야기하며 인명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다. 북한의 「살림집법」 제43조에서는 국가소유의 살림집을 팔고 사거나 비법적으로 다른 공민에게 빌려주거나 거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살림집법」 제62조에서는 이를 위반한 자를 처벌하게 되어 있다. 그 행위가 범죄에 이르는 경우, 「형법」 제146조에서는 1년 또는 3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주택 매매와 임대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다. 2014년 5월 12일 평양시 평천구역 안산 1동에서 발생한 20층 아파트 붕괴사고는 준공검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가운데 주민들이 입주하여 발생한 것이어서 관료들의 묵인 하에 주택 거래가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Daily NK, 2014).
셋째, 북한의 부동산 시장은 미개척지이며 많은 자금이 유입되는 시장이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상품은 고가의 재화라는 특성으로 하여 저축 혹은 재테크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김재태 외, 2017: 110). 북한의 부동산 시장은 현재 저축의 수단으로 기능하는 정도여서 개발될 수 있는 영역이 많다. 또한 북한지역의 부동산은 국가소유물이어서 사용권의 행사라는 제약이 따르지만, 체제변화와 더불어 매물로 활용될 가능성이 많다. 이러한 조건은 북한지역 부동산 상품에 대한 가치투자를 유인한다.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 상품을 구입하기 위한 자금이 북한과 혈연, 지연, 등 연계가 있는 해외주민들로부터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탈북민들의 송금이 북한에 남아있는 친인척들과 연계되어 부동산 거래에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인 대북무역업자들도 인연이 깊은 북한주민들을 내세워 부동산 시장에 손을 뻗치고 있다(정은이, 2015b).
Ⅴ. 결론
북한 모든 지역의 부동산 시장과 마찬가지로 혜산시에서도 주택뿐 아니라 상점, 공장건물, 편의시설, 소토지에 대한 임대와 매매까지도 성행하고 있다.
본 연구에 따르면 부동산 거래는 유형에 따라 판매 혹은 임대로 이루어지며, 문서 또는 구두로도 계약이 체결되었다. 계약금은 월이나 일 단위로 지불되는데 상품에 따라 인민폐로 지불되거나 알곡으로 대체되는 경우도 있었다. 혜산시는 북중 국경지역이어서 중국산 상품을 보관하기 위한 부동산 상품에 대한 거래가 중시되고 있다. 상품별 거래에서 돈주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상점, 공장건물 거래이며, 돈 없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은 소토지 거래였다. 혜산시 부동산 상품의 유형별 거래에서 이러한 특징이 나타나는 것은 부동산 관리를 세금수취의 공간과 전시성 사업의 수단으로 접근하는 북한의 부동산정책의 변화조짐과 미개척지이고, 돈이 많이 모여드는 북한지역 부동산 시장의 특징 등에 따른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부동산 시장이 최근의 강력한 대북제재하에서 어떻게 변화될 것이며, 북한의 돈주들은 어떠한 시장의 상품에 투자하게 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진다.
1990년대 북한은 국가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장을 적극 활용하였다. 당시의 농산물 시장이 통제품인 공산품도 판매하는 종합시장의 역할을 하였지만, 당국은 이를 묵인하였다. 시장이 활성화됨에 따라 2003년에는 국가가 허용하는 범위 내의 공산품도 판매할 수 있는 종합시장으로 합법화하였다. 지난 2016년 2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함에 따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3월부터 과거보다 강도 높은 제재에 들어갔다. 대북제재에 대한 미중간의 초국가적 협력이 강화될수록 수출 및 수입물자에 대한 엄격한 규제로 이어지고 국가경제의 운영이 침체되는 상황이 전개된다. 이는 민생불안을 촉진시키는 요인으로 전개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북한당국은 부동산 시장을 포함한 시장전반에 대한 통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정권이 개방적인 시장정책을 시행한다고 해도 강력한 대북제재로 절대적인 외화보유율이 감소하게 되고, 모든 시장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소비재 시장이나 생산재 시장(김영희, 2017: 58-59) 등 다른 시장에 비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혜산시 부동산 시장의 변화전망을 통해 간접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대북제재가 지속된다면 북한지역의 전반적 수출입량이 줄어들고 그 여파로 부동산 거래가 축소될 것이다. 그러나 혜산시가 갖고 있는 지경학적 특성이 이에 대한 상쇄작용을 할 것이고, 긍정적 효과를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대북제재에 맞선 당국의 적극적인 경제정책실행으로 인해 혜산시의 부동산 시장이 특혜를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당국은 군수 및 특정한 일반산업의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북중 국경지역을 통해 비공개적으로 마련하려고 한다. 이에 따라 당 및 사법기관들은 중국을 대방으로 한 국가기관이나 회사들의 비법적인 활동을 묵인하게 되는데 무역회사나 외화벌이 기관들이 혜산지역에 많이 이전해오는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종합해 보면 대북제재가 강화될수록 북한의 부동산 시장 전반은 증가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혜산시의 공장, 기업소나 상점과 같은 부동산 상품은 합법적이 아닌 비법적 수출입 상품보관에 활용될 것이며, 밀수품 중개를 위한 서비스업이 이 지역에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