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주택가격 변동의 흐름, 즉 주택가격 국면을 판단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주택 관련 정책 입안자들은 주택가격 국면을 판단한 후, 이에 입각한 정책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으며, 주택수요자와 주택공급자 같은 주택시장 참여자 역시 주택가격 국면이 어디에 있는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국면 판단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국면별 차이점을 분석하는 일이다. 시장 국면에 따라 주택시장 참여자들의 행동이 달라지고, 각종 정책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효과도 국면별로 크게 다를 수 있다.
그동안 주택가격의 국면분석과 관련된 많은 국내 논문들이 발표되었으나, 대부분 국면 판단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국면별 특성을 살펴본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우리나라 주택가격의 시계열 특성이 주택가격 국면에 따라 어떻게 다른가를 실증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주택가격 국면별로 어떠한 특성이 나타나는가를 이해하는 것은 주택시장 참여자들의 합리적인 의사 결정 및 정책 당국의 합리적인 정책 결정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일이라 하겠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은 주택가격 국면 파악 방법이다. 시장 국면을 파악하는 방법으로는 마르코프 국면전환 모형에 의한 국면 식별, 비관측요인(unobserved component) 모형이나 HP 필터 등을 이용한 추세/순환 분리, 국면 전환점 분석(turning point analysis)을 이용한 국면 식별의 세 가지 방법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1) 본 연구에서는 전환점 분석을 이용하여 주택가격의 국면을 파악하였다. 전환점 분석은 가격변동의 변곡점(정점과 저점)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국면을 상승국면과 하강국면으로 구분하는 방식이다. 전환점 분석은 그래프상으로 확인이 가능한 비모수적(non-parametical) 방식으로 국면을 구분하기 때문에 식별이 간단명료하며, 새로운 데이터가 부가되어도 식별결과가 바뀌지 않는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2)
본 연구에서 주택가격의 국면별 시계열 특성은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한다. 첫째, 주택가격 AR 모형의 계수 추정결과가 국면별로 어떠한 차이가 나는가를 분석한다. AR 모형의 계수는 시장에 예기치 못한 충격이 발생하였을 때 충격 효과가 주택시장에서 어떻게 파급되어 나가는가를 보여주는 지표로서, 충격반응함수를 통해 시장 충격의 동태적 효과를 파악할 수 있다. 가격변동 충격이 주택가격의 상승국면과 하강국면에서 어떻게 달라지는 가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다. 둘째, 주택가격 움직임의 특징 중의 하나로 지적되는 것이 변동성 집중(volatility clustering) 현상이다.3)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변동성 집중현상이 국면별로 차이가 있는지를 검토한다. 변동성 집중현상과 관련하여 국내 주택가격을 이용하여 분석한 기존의 연구들은 충격의 방향에 따라 변동성이 달라지는 변동성의 비대칭성을 다룬 바 있다. 본 연구의 분석결과는 이들 기존 연구의 분석결과를 보완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주택시장은 지역 간 이질성이 큰 시장이며, 주택가격의 동조화 현상도 최근 들어 더욱 약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따라서 전국 주택가격의 시계열 특성이 지역 주택가격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공간적 범위를 전국 주택가격과 함께 7개 대도시의 주택가격까지로 확대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전국과 대도시 혹은 대도시 간의 국면 동조화 경향이 얼마나 되는가를 국면 일치도(condordance)를 통해서 살펴보고, 아울러 이러한 국면 일치도의 통계적 유의성을 Harding and Pagan(2006)의 방식을 원용하여 검정하는 작업도 병행하였다. 지역 간의 국면 관련성에 관한 기존의 논문들이 많이 있으나, 국면 일치도의 통계적 유의성을 검정한 논문은 찾아보기 어렵다.
본 연구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Ⅰ장의 서론에 이어, Ⅱ장에서는 전환점 분석을 이용하여 주택가격 국면을 식별한 국내외 선행연구들을 살펴본다. Ⅲ장에서는 연구 방법론에 대하여 설명하며, Ⅳ장에서는 실증분석 결과를 제시한다. Ⅴ장은 결론이다.
Ⅱ. 선행연구
시장의 국면 파악을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은 전환점 분석(turning point analysis)이다. 전환점 분석은 비모수적 방식을 이용하여 변수의 정점(peak)과 저점(trough)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Burns and Mitchell(1946)에 의해 처음 제안되었고, 이후 Bry and Boschan(1971) 및 Harding and Pagan(2002)에 의해 정교화되었다. 전환점 분석은 미국 NBER을 위시하여 각국의 경기 전환점 식별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는 본 연구에서와같이 주택시장의 국면 파악에 전환점 분석을 적용한 논문들을 살펴본다. 먼저 여러 국가의 자료를 이용하여 주택시장의 국면 특징을 분석한 해외연구로는 Borio and McGuire (2004), Bracke(2013), Haavio(2012), Helbling and Terrones(2003), Kern and Wagner (2017) 등이 있다.4)
Helbling and Terrones(2003)는 14개 선진국(industrial countries)들의 실질 주택가격 전환점 분석을 통해 주택가격의 하강국면이 주가의 하강국면보다 거시경제 및 금융안정에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는 분석결과를 보고하였다. Borio and McGuire(2004)는 13개 선진국의 자료를 이용한 분석에서 주가의 정점이 주택가격의 정점보다 약 2년 정도 선행하며, 이자율이 주택가격의 동학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Haavio(2012)는 17개 OECD 국가의 실질 주택가격, 실질 주가, 경기 자료를 이용한 분석에서 자산가격 특히 주택가격의 정점은 경기 하강(recession)에 선행하는 특징을 보인다는 결과를 보고하였다. Bracke(2013)는 한국을 포함한 19개 OECD 국가의 자료를 이용한 분석에서 주택가격 상승국면이 하강국면보다 길며, 상승국면에서 지속기간이 길어질수록 상승국면이 끝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결과를 제시하였다. Kern and Wagner(2017)는 상승국면과 하강국면의 정도에 따라 가격 급등(boom) 국면과 가격 급락(bust) 국면을 정의하고, 가격 급등과 급락의 주기는 평균 60분기이며, 가격 급등과 급락 국면의 높은 상관성은 발견되지 않는다는 분석결과를 보고하였다. 개별 국가의 자료를 이용하여 주택가격의 국면 전환점을 살펴본 해외연구로는 Akimov et al.(2015), Hall et al.(2006), Sala-Rios et al.(2018) 등이 있다. Hall et al.(2006)은 뉴질랜드의 14개 지역을 대상으로 주택시장에서의 지역 간 국면 관련성에 대하여 분석하였으며, Akimov et al.(2015)은 호주의 8개 대도시를 대상으로 주택가격 전환점을 살펴보았다. 두 연구 모두 지역 간 국면 관련성 지표로 Harding and Pagan (2002)의 국면 일치도(concordance index)5)를 사용하고 있다. Sala-Rios et al.(2018)은 스페인의 주택가격과 GDP의 관련성을 두 변수의 국면 일치도를 통해 분석하였다. 전환점 분석을 이용하여 주택시장의 국면을 파악한 국내 연구로는 황상연(2010), 황영진(2015), 노정휘·성주한(2015) 등이 있다. 이들 연구는 모두 국민은행의 주택가격지수를 사용하였다. 황상연(2010)은 전국 및 26개 도시의 주택가격지수를 이용한 분석결과에서 서울의 주택가격과 수도권 내 도시와는 국면의 장기적 연관성이 존재하며 연관성이 높은 시기는 외환위기 이후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라고 보고하였다. 황영진(2015)은 전환점 판단을 위한 최저 국면기간을 변경시킬 경우6) 주택경기 순환일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살펴보았으며, 주택가격과 경기종합지수의 시차 상관계수를 통해 주택가격과 경기의 관련성을 분석하였다. 분석결과에 대한 해석에서 황영진(2015)은 주택경기의 국면이 실물경기와는 다분히 괴리된 측면이 있으며, 별도의 독자적인 요인에 의해 주택경기 국면이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하였다. 노정휘·성주한(2015)은 전국과 서울의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을 분석하였다. 변동주기는 전국과 서울 모두에서 전세가격의 주기가 길다고 보고하였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기존의 연구들은 주로 국면 식별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기존의 연구들과는 달리 국면별로 식별된 데이터를 이용하여 시계열 특성이 국면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비교 분석하였다. 본 연구와 같은 방식의 선행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Ⅲ. 연구방법
본 연구에서는 주택가격의 국면을 상승국면과 하강국면의 2개 국면으로 구분한다. 상승국면은 주택가격 순환변동(cycle)의 저점에서부터 정점까지의 국면으로, 하강국면은 정점에서부터 저점까지의 국면으로 정의한다. 주택가격의 전환점(정점과 저점)은 Bry and Boschan(1971)의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식별한다. 알고리즘은 다음과 같다.
-
① (identification) 정점과 저점은 다음을 만족하는 국지적(local) 극대/극소점이다.
-
② (alternation rule) 정점과 저점은 번갈아 나타나야 한다.
-
③ (censoring rule) 전환점 간의 거리는 최소한 q보다 커야 한다.
Bry and Boschan(1971)의 알고리즘에서 전환점들은 두 전환점 간의 최소거리 q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q를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대한 특별한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q를 크게 하면 순환 주기가 길어지면서 장기 싸이클을 의미하게 되고, q를 작게 하면 순환 주기가 짧아지면서 단기 싸이클을 의미하게 될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Bry and Boschan(1971)이 월간자료 분석에서 사용하였던 q=5로 설정하여 주택가격 싸이클의 정점과 저점들을 식별하였다.
지역별 주택가격들은 각각의 순환 싸이클을 갖는다. 이러한 지역별 순환 싸이클이 상호 얼마나 연관되어 있는가를 살펴보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Harding and Pagan(2002, 2006)의 분석 방법을 이용한다. Harding and Pagan(2002)은 먼저 두 변수 간의 국면 관련성을 다음과 같은 국면 일치도(Index of Concordance, IC)를 통해 살펴볼 것을 제안하였다.
위에서 와 는 t 시점에서의 두 변수(x와 y)의 국면을 표시하는 더미 변수로서, 0 또는 1의 값을 갖는다. 국면 일치도 값의 범위는 [0,1]이며, 1은 두 변수의 국면이 언제나 일치하는 것을 그리고 0은 두 변수의 국면이 정확히 반대인 것을 표시한다. 두 변수 간에 국면 관련성이 없다면 국면 일치도 값은 0.5이며, 따라서 국면 동조성(synchronization)으로서의 의미가 있으려면 국면 일치도 값이 0.5 이상이어야 한다. 국면 일치도는 총관찰치 중 국면이 일치하는 비율로서 그 의미가 쉽게 전달된다는 장점이 있으나, 상승 혹은 하강국면의 지속기간이 길어지면 국면 관련성이 과대 계상될 수 있으며, 0.5를 넘어서는 값이 유의한지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Harding and Pagan(2006)은 두 국면변수 간의 상관계수를 이용하여 국면 일치도의 통계적 유의성을 검정하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식 1)은 다음과 같이 두 국면변수의 상관계수를 포함하는 식으로 정리될 수 있다.
위에서 는 국면 더미 변수의 평균, 는 각 국면변수의 표준편차, 그리고 는 두 국면변수의 상관계수를 표시한다. (식 2)는 국면일치도(IC)와 두 국면변수의 상관계수가 단조적으로(monotonically)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며, 이에 따라 국면 상관계수의 유의성 검정결과를 국면 일치도(IC)의 유의성 검정에 적용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의 값과 그에 대한 유의성 검정은 Harding and Pagan(2006)에서와 같이 다음과 같은 OLS 회귀식을 이용한다.
위에서 종속변수인 는 양의 시계열 상관(positive serial correlation)을 가지며, 잔차항 ut가 i.i.d.라는 OLS 추정에서의 기본가정에 위배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에 대한 유의성 검정에서 Newey and West(1987)의 HAC(heteroskedasticity and autocorrelation consistent) 추정법을 사용하였다.
주택가격의 국면별 시계열 특성 비교는 자기회귀(AR) 모형을 이용한다. 국면별 AR(p) 모형은 다음과 같다.
위에서 Δyt는 주택가격변수를 로그 차분한 값이며, 계수의 위첨자 +는 상승국면에서의 계수를 그리고 위첨자 −는 하강국면에서의 계수를 표시한다. AR 모형의 계수는 시장에 나타난 충격(ut)에 주택가격이 어떻게 반응해 나가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로써 상승국면과 하강국면에서의 주택가격의 동적(dynamic) 움직임을 비교할 수 있다.
주택가격변수가 갖는 특징 중의 하나는 변동성 집중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본 연구에서는 상승국면과 하강국면 모두에서 이러한 변동성 집중현상이 나타나는가를 검토한다. 변동성 집중현상은 ARCH 모형을 적용하며, Engle(2002)의 LM 검정을 이용하여 변동성 집중현상의 통계적 유의성을 검정하였다. 본 연구의 ARCH 모형은 다음과 같다.
위에서 는 AR 모형의 잔차항(ut)의 분산이다. Engle의 LM 검정에서는 (식 6)의 회귀계수가 동시에 유의적인지를 검정하며, T×R2의 값이 점근적으로 χ2(q) 분포를 따르는 성질을 이용하여 검정한다.
Ⅳ. 실증분석
본 연구에서 주택가격 데이터는 한국감정원의 아파트가격지수를 사용하였다. 데이터 기간은 2003년 11월부터 2020년 6월까지이며, 대상 지역은 전국, 서울, 6개 광역시이다. 주택가격지수는 지역별 소비자물가지수를 이용하여 실질 가격 변수로 변환하였으며, 소비자물가지수는 X12-ARIMA로 계절 조정하여 사용하였다.
AR 모형에서는 변수가 안정적인 변수일 필요가 있다. 변수의 안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ADF검정, PP검정, KPSS검정을 이용한 단위근 검정을 실시하였다.7) 검정식에서 차수(lag)는 6으로 설정하였으며, 추세항은 고려하지 않았다. <표 1>은 단위근 검정결과를 보여준다.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각 지역의 실질 아파트가격지수는 모두 I(1)으로 확인되며, 이 결과에 따라 AR 모형의 추정은 로그 차분된 변수를 이용한다. <표 2>는 차분 변수들의 기초통계량이다.
<그림 1>은 Bry and Boschan(1971)의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식별한 주택가격 싸이클의 변곡점들과 국면을 보여준다. 전국 주택가격지수의 경우, 데이터 기간(2003년 11월~2020년 6월) 동안 총 9회의 변곡점(5번의 저점과 4번의 정점)이 확인되었으며, 7개 대도시의 경우에는 광주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전국 지수보다 적은 5~8회의 변곡점이 나타나고 있다.
<그림 1>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전국 주택가격 국면과 비슷한 국면 변동을 보이는 대도시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결과는 서울을 위시한 어떠한 도시도 우리나라 전체의 주택가격 국면을 선도하지 못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두 번째 특징은 주택가격의 국면이 도시별로 상이하며, 전국적인 주택가격 동조화 현상도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총 199개월의 분석 기간에서 7개 도시가 같은 국면에 있었던 때는 2014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6개월 동안의 상승국면이 유일하며, 6개 도시가 같은 국면에 있었던 경우도 상승국면에서 19개월 그리고 하강국면 22개월로 총 41개월에 불과하였다.
<표 3>은 국면 일치도 추정치와 그에 대한 유의성 검정결과이다.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국 주택가격과의 국면 일치도가 가장 높은 도시는 인천으로 국면 일치도가 0.788이며, 이어서 서울이 0.703의 국면 일치도를 보인다. 국면 상관계수를 이용한 유의성 검정에서 인천, 서울, 대구, 울산의 국면 일치도는 통계적으로 유의하며, 부산, 광주, 대전의 경우에는 비유의적인 것으로 검정된다. 도시 간의 국면 일치도에서는 서울-인천(0.768), 부산-대전(0.738), 대구-광주(0.804)의 국면 일치도가 통계적인 유의성을 보이며, 나머지 관계에서는 통계적 유의성이 없는 즉, 국면 관련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검정되었다.
주택가격 국면의 동조성이 높은지 혹은 낮은지를 판단하는 객관적인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상대적인 비교는 가능할 것이다. 본 연구의 분석 기간 이전인 1986년 1월부터 2003년 10월까지의 국민은행 실질 아파트가격지수를 이용하여8) 전국과 서울의 국면 일치도를 계산하면 0.981이며, 전국과 인천은 0.894이다. 호주의 8개 도시를 분석한 Akimov et al.(2015)에서 멜버른의 경우 8개 도시 평균과의 국면 일치도는 0.899이다.9) 이러한 결과에 비추어 보면 본 연구 기간에서 보이는 전국과 도시 그리고 도시 간의 국면 일치도는 낮은 수준이라고 판단되어도 무방할 것으로 생각된다.
앞 절에서의 국면 구분 결과를 이용하여 여기에서는 국면별 시계열 특성을 살펴본다. 국면별 시계열 특성은 첫째, 상승국면과 하강국면에서의 데이터 특성은 어떻게 다른지, 둘째, 충격-반응의 시계열 과정을 보여주는 AR 모형에서 계수의 추정결과가 어떻게 다른지, 셋째, 자산가격 변동의 특징 중 하나인 변동성 집중현상이 국면에 따라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검토한다.
<표 4>는 국면별 데이터 특성 차이를 보여준다.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국 주택가격지수는 전체 199개월 중 상승국면에 속한 기간은 총 111개월, 하강국면에 속한 기간은 88개월로 상승국면이 하강국면보다 길다. 그러나 상승국면이 하강국면보다 긴 현상이 전국적으로 동일하지는 않다. 7개 대도시 중 서울, 대구, 광주, 울산은 상승국면이 길며, 부산, 인천, 대전은 상승국면보다 하강국면이 길다.
국면별 데이터 특성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상승국면에서의 주택가격 평균 상승률이 하강국면에서의 평균 하락률보다 높으며, 분산(변동성) 역시 크다는 점이다. 왜도, 첨도, 쟈크베라 통계량에서도 상승국면과 하강국면에서 큰 차이가 나타난다. 왜도, 첨도, 쟈크베라 통계량 모두 상승국면에서는 하강국면보다 높은 통계량을 보이며, 통계량의 유의성 검정에서 대전의 첨도 통계량을 제외하고는 모두 높은 통계적 유의성을 갖는다.10)
<표 5>는 국면별 AR(p) 모형의 추정결과이다. 모형 추정에서 차수(p)는 전체 데이터를 이용하여 계산한 BIC 기준에서의 적정 차수를 따랐다. BIC 기준에 의한 적정 차수는 전국, 서울, 인천은 1이며, 나머지 도시들은 2이다.
국면별 모형 추정결과에서 보이는 특징은 상승국면에서의 계수 추정치(혹은 추정치의 합)이 하강국면에서의 계수 추정치(혹은 추정치의 합)보다 크다는 점이다. 이러한 차이는 전국주택가격지수뿐만 아니라, 나머지 7개 도시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AR 모형의 계수는 시장에 충격이 발생하였을 때 충격 효과가 주택시장에서 어떻게 파급되어 나가는가를 보여주는 지표로서, 충격반응함수를 통해 시장 충격의 동태적 효과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림 2>는 1%의 가격변동 충격에 따른 전국주택가격지수의 누적 충격반응함수이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주택시장에 나타나는 예기치 못한 가격변동 충격의 효과는 하강국면보다는 상승국면에서 더욱 강하고 길게 나타나고 있다.
<표 6>은 분산(변동성) 집중현상에 대한 검정결과이다. 검정은 ARCH 모형을 이용하였으며, 모형의 차수(lag)는 1과 2의 두 경우를 살펴보았다.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국 주택가격의 경우, 상승국면에서는 ARCH 효과가 존재하고, 하강국면에서는 ARCH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검정 되고 있다. 개별 도시의 경우, 부산·광주·대전·울산의 상승국면에서 1%의 유의수준에서 ARCH 효과가 검정 되며, 서울은 10%의 유의수준에서 ARCH 효과가 검정 되고 있다. 반면, 하강국면에서는 대전의 경우에만 5%의 유의수준에서 ARCH 효과가 검정 되며, 나머지 도시에서는 ARCH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결과들은 주택가격 하락국면보다는 주택가격 상승국면에서 변동성 집중현상이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Ⅴ. 결론
본 연구에서는 Bry and Boschan(1971)의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전국 및 7개 대도시의 주택가격 국면을 상승국면과 하강국면으로 구분하고, 국면별로 주택가격의 시계열 특성이 어떻게 다른가를 분석하였다. 변곡점 식별을 위한 국면의 최소 지속기간은 6개월로 설정하였으며, 데이터 기간은 2003년 11월부터 2020년 6월까지이다.
실증분석결과를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전국과 지역 혹은 지역 간의 주택가격 국면 동조성은 낮다. 둘째, 주택가격 상승국면에서 주택가격의 변동성이 높으며, 가격증가율의 왜도(비대칭성), 첨도(fat tail), 비정규분포 등의 통계적 속성도 주택가격 상승국면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셋째, 시장 충격에 따른 주택가격 변동 효과는 상승국면에서 더욱 크고 길게 지속한다. 넷째, 변동성 집중은 주로 주택가격 상승국면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주택가격 상승국면에서의 변동성 집중현상은 우리나라 주택가격의 비대칭적 변동성을 다룬 국내 연구결과들(임재만, 2006; 최차순, 2019; 한용석 외, 2010)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이들의 연구결과들은 우리나라 주택가격의 변동성이 주택가격 하락충격보다는 상승충격에서 더욱 커지고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주택가격 상승국면에서 주택가격 상승충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두 결과는 서로 보완적인 결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주택가격 상승국면에서 변동성 집중현상이 나타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주택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부동산 불패 신화, 자기실현적 예측, 밴드 왜건 효과가 작동하는 상황에서는 주택가격 상승이 또 다른 주택가격 수요로 이어지면서 가격 상승의 피드백 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본 연구의 분석결과는 분석대상 기간 중 주택시장 참여자들의 주택가격 상승 기대와 이에 따른 피드백 순환이 내재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아울러 주택가격 상승국면과 하강국면에서 시계열 특성이 크게 다르다는 본 연구의 분석결과는 정책 당국이 주택가격 국면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주택 관련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음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특히 정책 변화와 같은 시장 충격에 대하여 주택가격의 반응이 국면별로 그리고 지역별로 상이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하여, 더욱 세심한 사전적 정책 효과 검토가 요구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