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코르나이는 시장조정기제와 사적 소유간의 친화성이 사유화의 확대와 더불어 시장 활성화로 이어진다고 했다(Kornai, 1990: 447-450). 실제로 개혁개방과 동반한 사회주의권에서 국가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사유화는 기득권층과 상인 간 공생 관계에 기반하여 시장화를 촉진시키는 데 기여하였다. 북한에서 대량 아사가 발생한 1990년대를 기점으로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은 전민 소유 하의 부동산 사유화의 첫 단계인 거래의 활성화와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주택이나 공장건물, 상점건물 등 다양한 부동산 상품의 가격이 어떤 요인들에 의해 결정되는가 하는 것을 살펴보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2002년 7.1 경제조치 이후 공식시장인 종합시장에서의 “한도가격제”1) 운영을 통해 시장의 전반가격을 통제하고 물가상승을 막고 있으나, 부동산 시장과 같은 비공식 시장은 이러한 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에서만은 시장경제체제에서와 유사하게 매도자와 매수자 간 자율적인 가격제가 비공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해당 국가의 정치·경제적 상황은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알려주는 신호로 간주하기도 한다(박성균, 2011: 6-7). 2016년부터 북한은 핵 개발에 따른 유엔의 강력한 대북제재에 처해 있다. 2020년에 들어서는 코로나 사태에 따른 국경봉쇄가 겹치면서 주민들 스스로 매매장사를 포기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통일신문, 2020.9). 대외적으로 장사품 유입이 어렵고 대내적으로 군대와 보안원(경찰)을 동원한 엄격한 방역검열로 인해 장사인력 그리고 장사품의 이동이 제한되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일부 도시 중심 시가지에 있는 종합시장에서는 빈 매대들이 생겨나고, 농촌지역의 10일장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곳도 속출하고 있어 이러한 영향에 따른 부동산 상품의 가격변화를 전망할 수 있다.
본 연구는 북한지역 혜산시의 부동산 가격실태와 그 함의를 밝혀보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혜산시 중심지 세 곳(상업시설 중심지, 권력기관 중심지, 산업시설 중심지)에 있는 부동산 상품 4개(주택건물, 공장건물, 상점건물, 편의시설 건물)의 가격실태와 가격결정에 미치는 일반적 및 지역적, 상품적 요인을 근거로 한 중심지별 부동산 가격결정의 특징과 변화전망이다.
북한지역 부동산 시장과 관련한 선행연구에서는 일부 부동산 상품(주택, 소토지)의 매매행태, 부동산 관련 법 제도의 변화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러한 최근 연구로는 이석기·양문수·정은이, 공민달, 김성욱, 정은이, 강정훈의 연구를 들 수 있다(강정훈, 2019; 공민달, 2015; 김성욱, 2016; 이석기 외, 2014; 임송, 2020; 정은이, 2013; 정은이, 2017). 본 연구에 가까운 연구로 정경주, 정은이의 연구를 들 수 있다(정경주, 2015; 정은이, 2013). 정경주는 북한의 토지임대료 결정요인과 특징을 분석하고, 북한과 중국, 베트남 3개국의 토지임대료 결정요인을 비교하여 개성공단공업지구 2단계의 협상 가능한 토지임대료 수준을 제시하였다. 정은이는 함경북도 무산군 지역을 대상으로 주택의 가격결정에 미치는 요인을 객관적 및 주관적 요인으로 구분하여 고찰하였다.
본 연구에서와 같이 다양한 부동산 상품, 특히 건축물을 대상으로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일반적 및 지역적, 상품적 요인으로 구분하여 살펴본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북한의 시 행정지역은 산하에 구역 혹은 군 행정지역이 있으며, 그 산하에 말단 관리단위로 동 행정지역이 있다. 연구 대상지인 혜산시는 양강도 도 소재지이며, 산하에 구역 행정지역이 없고, 25개의 동 행정지역으로만 이루어져 있다(평화문제연구소, 2004: 86).
본 연구는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부동산 상품별 거래에 관심을 두고 있다.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문헌 조사와 인터뷰 조사, 공간정보 조사를 진행하려고 한다. 문헌조사는 부동산 가격제정과 관련한 북한당국의 지시문이나 공식발표자료 등 1차 자료, 북한지역 부동산 거래와 관련한 국내·외 개인연구자료와 연구기관 보고서 등 2차 자료를 활용하려고 한다. 인터뷰를 통한 자료수집은 <부록 1>에서 볼 수 있듯이, 2015년 이후 입국하였고, 직간접적인 부동산 거래경험이 있는 혜산지역 탈북민 17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려고 한다. 또한 해당지역 부동산 상품의 분포상황을 구글지도를 통해서도 살펴보려고 한다. 이러한 연구과정을 흐름도로 나타내면 <그림 1>과 같다.
본 연구는 유사한 선행연구가 없고, 자료가 현저히 부족한 탐색형 연구여서 연구범위를 특정지역에 한정시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북·중 국경도시 혜산시의 도심지역과 그 일대를 살펴보려고 한다.
일반적으로 도심지역, 다시 말해 해당 도시의 중심지라고 하면 도시운영에 필요한 행정, 상업, 공공서비스 등 특정시설이 집중된 지역이다. 혜산시 도심지역이라고 하면 양강도 당 및 행정, 사법 통치기관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을 말한다. 본 연구는 혜산시를 세 곳의 중심지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는데, 여기서 중심지라고 하면 도심지역을 포함하여 이러한 지역과 가까운 18개 동 행정지역을 말한다.
본 연구가 공간적 범위를 혜산시로 선정한 것은 국내에 입국한 북한주민 중 이 지역 출신 탈북민의 수가 여타 지역보다 많아 자료수집이 양호하기 때문이다. 통일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말 국내 입국자 3만 3,637명 중 양강도 입국자는 5,970명으로, 함경북도 입국자 1만 9,808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https://www.unikorea.go.kr/unikorea). 따라서 부동산 상품 4개(주택, 공장, 상점, 편의시설)의 가격정보를 입수하는 데 용이하다. 또한 2015년 이후 입국자가 아닌, 북한지역을 이 시기 탈출한 주민들을 선정한 것은 김정은이 2013년 2월에 개인들이 소유한 여유자금을 활용해 주택건설을 하는 데 대한 지시를 내린 것으로 하여 정책적인 변화를 경험하였을 수 있기 때문이다.2)
북한지역에서 공장건물이나 상점건물, 편의시설 건물에 대한 거래는 대부분 국가기관이나 단체들 사이에 이루어진다. 개인은 국가기관이나 기업소의 종사자로 해당 소속체의 위임 및 감독하에 거래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특정한 부동산 상품, 예컨대 주택인 경우, 개인 간 혹은 개인과 기업간에도 이루어진다.
본 연구는 이러한 거래행태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표로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일반적으로 특정 상품의 거래행태라고 하면 거래품종이나 거래량, 거래방식, 거래가격 등이 포함되어야 하나 본 연구는 북한 자료수집의 어려움으로 인해 거래가격에 대해서만 살펴보려고 한다.
북한지역 부동산 대부분은 국가소유이나 주택인 경우, 개인소유도 있다. 따라서 개인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합법적인 매매와 더불어 전민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비합법적인 매매도 이루어지고 있다(김병욱, 2018). 본 연구에서는 임대가격에 대해서만 살펴보며 주택거래에 한해서는 임대가격과 매매가격을 함께 살펴보려고 한다.3)
북한지역 부동산 거래에서는 임대인 경우, 전세가 없고 월세와 연세가 있다. 대부분 월세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어 본 연구는 이에 대해 고찰하려고 한다.
본 연구는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일반적 요인으로 해당 지역의 주민구성이나 소비수준, 도시형성, 공공시설의 정비상태, 그리고 교통인프라 환경을 고찰한다. 또한 지역적 요인으로 지리적 환경과 국경과의 접근성, 상품적 요인으로 부동산 상품별에 따른 공급의 양호성에 대해서만 살펴보려고 한다.
Ⅱ. 부동산 거래와 북한 당국의 인식
일반적으로 부동산 상품은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교환을 목적으로 한 움직일 수 없는 재화를 말한다. 부동산 상품에는 주택, 공장, 상점 등 일정 단계의 개발을 거친 상품들이 있는가 하면, 산림이나 강, 광산과 같은 자연 그대로의 상품도 있다. 이러한 부동산은 그 용도에서 인간생활과 떼어놓을 수 없다. 예컨대 산림이나 호수, 농토지와 과수원이 인간의 정상적인 유기체 활동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여준다면, 주택은 주거생활을 보장하여 주며, 공장은 원료와 노동력 등을 투입하여 물질생활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여 준다.
부동산 거래는 인공 및 자연지물을 대상으로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의 매매·대여·담보를 통해 이루어진다. 매대와 임대 형식을 통해 실현되는데 매매가격이 매도자의 사용권과 수익권, 처분권 이전에 따른 가격이라면, 임대가격은 주로 매도자의 사용권 이전에 따른 가격이다.
부동산 상품의 가격은 다른 상품들과 달리 지리적 위치의 고정에 따른 수급조절의 어려움, 거래의 비공개성, 인위적인 도덕적 및 물리적 가치의 조정 등 부동산 시장 자체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부동산 상품은 경제적 가치가 높아 이에 따른 손익차가 크다. 그러므로 매매 혹은 임대를 통해 소유하려는 경우, 재화에 대한 부동산 등기확인, 경우에 따라 현장확인의 과정도 거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에 거래하려는 부동산에 대한 법적 권리가 발생하거나 변경, 소멸이 이루어진다(박창욱·송호신, 2017: 25).
한편, 부동산의 가치는 해당 부동산의 쓸모와 관계되는 효용성, 수요의 부족에 따른 희소성, 그리고 구매력과 관계되는 유효성을 통해 발생한다.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부동산 가격결정요인이라고 한다. 부동산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크게 일반적 요인과 지역적 요인, 상품적 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감정평가이론연구회, 2007: 57-62). 일반적인 요인은 해당 부동산이 위치한 지역이나 상품적 특성과 무관하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데, 여기에는 자연적 요인, 사회인구적 요인, 경제적 요인, 행정적 요인이 속한다. 각 요인의 구체적 의미를 보면 <표 2>와 같다.
자료 : 감정평가이론연구회(2007: 57-62).
부동산 가격의 결정에는 위에서 열거한 일반적 요인 외에도 지역적 요인과 상품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 상품은 위치한 지역의 환경에 따른 영향을 받는다. 예컨대 지역의 기상상태, 교통환경과 교통인프라 접근성, 자연 및 일반 재해 발생의 위험성, 상하수도의 공급상황 등이다. 이를 지역적 요인이라고 한다. 부동산 가격은 또한 해당 부동산 상품 자체의 특성에 따른 영향도 받는다. 건물인 경우 시공의 특징, 내진성, 유지관리상태, 노하도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를 상품적 요인이라고 한다.
부동산 상품의 가격은 이러한 요인들의 개별적 및 상호적 영향을 받아 결정되고 변화된다.
북한지역에서 부동산 가격이라고 하면 국가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부동산 상품에 대한 가격이다. 부동산 상품의 거래는 매매와 임대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매매가격이 제한적인 수익권(국가가 허용한 범위 내)과 소유권의 이전에 따른 가격이라고 하면, 임대가격은 사용권의 이전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가격은 형성에 미치는 요인과 결정에 미치는 영향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북한지역의 부동산 가격형성에는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건물이나 구축물, 도로, 항만 등의 가격결정에는 실제 지출한 건설투자액이 주된 요인으로 된다(허철환, 2015: 115).
북한지역에 당국이 승인한 공식적인 종합시장과 함께 비공식적인 “메뚜기 시장”4)도 공존하듯이, 주민들의 시장활동은 당국의 묵인과 용인하에 진행되고 있다(김병욱·김영희, 2013: 127). 이러한 점에서 북한지역 부동산 상품의 가격결정에 미치는 요인들의 영향은 일반상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비공식적인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들의 가격결정에 미치는 요인들의 영향을 공식적인 종합시장 일반상품들에 미치는 가격정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북한은 2003년 종합시장의 운영을 공식화하는 내각결정 제27호(시장관리규정 12호)를 발표했다. 결정내용을 보면 “시장에서 상품은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합의하여 팔고 사며, 중요지표의 상품들은 한도가격을 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 팔거나 사야 한다. 한도가격은 국제시장가격과 환율 시세를 고려하며, 시장에서 가격조절의 기초가 되는 쌀, 먹는 기름, 사탕가루, 맛내기 등 중요 지표에 대해서만 해당 시, 군 인민위원회가 책임지고, 자체 실정에 맞게 수시로 정한다.”고 규제되어 있다(임수호, 2008: 281). 내각결정문을 설명한다면, 종합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가격(시장가격)은 시장의 수급상황에 따라 변화되는데, 특정 상품(한도가격 지정상품)에 한해서는 해당 지역 정권기관이 국제시장의 환율변화와 해당지역 실정을 고려해 한도가격(최고 및 최저가격)을 수시로 제시해야 한다.
위에서 등장한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의 상품 가격유형에는 국정가격, 한도가격, 시장가격이 있다. 그 차이를 가격제정의 결정권, 가격제정의 기초, 가격의 성격에서 보면 <표 3>과 같다.
구분 | 가격제정의 결정권 | 가격제정의 기초 | 가격의 성격 |
---|---|---|---|
국정가격 | 내각 국가 가격제정국 | 소비자 위주 원가 | 고정가격 |
한도가격 | 해당 지역 인민 위원회 재정부 | 생산자 위주 원가 | 합의가격 |
시장가격 | 해당 지역 인민 위원회 상업부 | 시장 수요와 공급 | 자율가격 |
자료 : 김일환(2011: 133), 수정.
<표 3>에서 알 수 있듯이, 같은 품목의 상품이라도 어떤 유형의 가격이 적용되는가에 따라 당국의 통제가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한도가격은 시장의 수요에 따른 가격이지만, 국정가격과 마찬가지로 국가기관의 통제가 미치는 가격이다. 북한은 현재 쌀, 강냉이(옥수수), 콩기름(대두유), 조미료 등 26개 품목을 한도가격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는데(수출입은행, 2004: 122-123), 이러한 품목에 대한 가격을 통제함으로써 여타 상품의 시장가격 상승을 막고, 국정가격과의 격차를 해소하려고 한다. 한도가격의 실질적 운영을 위해 북한당국은 해당 구역, 군 인민위원회 상업부가 산하 시장관리소로 하여금 열흘에 한번씩 한도가격을 공시하도록 하고, 상인들이 이를 위반할 경우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박○화의 인터뷰, 2019년 11월 26일).5)
2003년 종합시장 운영과 더불어 북한 당국이 승인한 시장가격은 종합시장 내 상인들 간 합의로 이루어지는 가격이어서 자유롭게 결정되는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지역에서 거래되는 모든 상품가격은 쌀 가격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허진욱, 2013: 95) 쌀 가격의 상승과 무관하게 시장가격이 오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제도가 작동하고 있음에도 북한당국은 시장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2중, 3중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여러 대책들이 있는데, 예컨대 무역회사나 공장, 기업소들에서 시장 내에 혹은 근처에 직매점이나 도매소를 운영하도록 한 것이다. 내각 지시문 24호(2003.5.5.)를 통해 “무역회사들에서 수입상품을 들여와 개인들에게 비법적으로 넘겨주는 현상을 없앨 것”을 지시한 데 이어 무역회사가 직매점을 직접 운영하며 시장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여력이 되지 않는 공장, 기업소의 상품들을 직매점들에서 사들여 싼 가격에 판매하도록 하고 있다.
북한지역의 부동산 상품들은 북한의 원전에 지적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허철환, 2015) 상품가격의 유형에 포함되어 당국이 제정한 부동산 가격의 통제를 받고 있다. 예컨대 토지가격을 정함에 있어 농업용 토지가격을 먼저 정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다른 토지가격(산림토지가격, 산업토지가격 등)을 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임송, 2020: 5).
북한의 부동산 상품들은 당국이 한도가격을 지정한 26개 품종에 속하지 않음에도 거래 시에는 일반상품과 유사하게 한도가격제 운영에 따른 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Ⅲ. 혜산시 중심지와 거래가격 실태
양강도에는 현재 혜산시와 삼지연시 2개의 시 행정지역이 있다. 이 가운데서 혜산시는 양강도 행정지역의 소재지이다. <그림 2>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혜산시는 도내의 4개 군, 즉 동부는 운흥군, 서부는 삼수군, 남부는 갑산군, 북부는 보천군과 접해 있다.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의 길림성 장백조선족 자치현과 마주하고 있다.
양강도 그리고 혜산시 전반의 당 및 행정, 사법 통치에 관여하는 권력기관이 집중된 중심부와 가까운 18개의 동 행정 지역에는 특정한 인공지물6)이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김일성 동상이 위치한 혜명동을 비롯한 연봉동, 탑성동 주변에는 권력기관들이, 혜신동을 비롯한 혜장동, 혜산동 주변에는 상업시설들이, 혜산청년광산이 위치한 마산동 일대와 국경 지역과 가까운 강안동, 위원동 일대에는 양강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장, 기업소들이 밀집되어 있다.
상술한 바와 같이 도시지역에는 행정, 금융, 치안유지의 중심적 기능을 수행하여 도시의 운영에서 거점이 되는 지역이 있다. 이러한 지역을 상업시설 중심지, 권력기관 중심지, 산업시설 중심지, 교육문화 중심지로 구분할 수 있다.
위에서 열거한 혜산시 중심 시가지의 지정 및 지경학적 특징을 고려해 세 곳의 중심지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림 3>에서는 상업시설 중심지를 노란색으로, 권력기관 중심지는 분홍색으로, 산업시설 중심지는 푸른색으로 표시하였다.
그림의 왼쪽으로부터 대각선 방향으로 뻗어간 것이 북한과 중국 사이를 흐르는 압록강이며, 압록강의 왼쪽이 중국땅인 장백조선족 자치현 지역이다.
한편, 위에서 지적한 세 곳의 중심지를 구분할 수 있는 근거로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① 특정 부동산 상품이 상대적으로 많이 있으며, ② 현재로서 특정 부동산에 대한 거래가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③ 향후 거래가 많이 발생할 수 있는 지경학적 조건이 있으며, ④ 양강도에서 규모가 가장 큰 3대 편의시설(압록원, 은덕원, 봉화원) 중 한 개씩 있는 지역이다.7)
위의 그림과 <부록 2>에서 보듯이, 분홍색으로 구분한 권력기관 중심지에는 도급 및 시급 당 기관, 행정기관 그리고 사법기관들과 혜산의학대학교, 혜산농립대학교, 혜산교원대학교, 양강도 외국어학원을 비롯한 대학들이 밀집되어 있다. 행정구역상으로 성후동, 혜명동, 탑성동, 연봉1동이 속한다. 연봉1동 지역에는 김정숙사범대학과 2016년 완공된 육아원, 요양원 등이 있는데, 김정은이 혜산시 방문 시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노란색으로 구분한 상업시설 중심지에는 혜산시 최대 시장인 혜산시장, 양순백화점을 비롯한 상업시설들이 밀집되어 있다. 행정구역상으로 혜신동, 혜장동, 혜강동, 혜흥동, 신흥동, 혜산동이 속한다.
푸른색으로 구분한 산업시설 중심지에는 양강도 지역의 경제발전에서 중추를 이루고 있는 혜산방직공장, 혜산제지공장, 혜산광산, 혜산들쭉술가공공장, 혜산시멘트공장 등이 위치하고 있다. 여기에는 연풍동, 위연동, 연흥동, 강안동, 마산동, 춘동, 혜탄동, 혜화동이 속한다. 이 지역의 연풍동과 강안동은 압록강을 따라 위치하고 있으며, 다른 중심지들에 비해 압록강의 폭이 좁고 수심이 얕다. 북중간 국경경비대와 연계한 밀수품 거래가 왕성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주민들속에서 “밀수촌”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사회주의 정치체계가 작동하는 북한지역은 도시형성에서 과거 사회주의권과 마찬가지로 권력기관이 밀집한 시가지를 중심으로 주거시설들과 주민들의 물질생활 편의를 보장하기 위한 상업시설, 편의시설들이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한국전쟁 이후 혜산시 건설은 혜화동에서 위연동으로 통하는 도로와 혜산동에서 연봉동으로 이어진 도로가 만나는 T자형 도시개발이었다(최완규, 2004: 36). 이에 따라 1980년대까지만 하여도 혜산시에서 주민들의 생활환경이 가장 편리하고, 고급주택들이 많이 있는 지역은 국가권력기관이 밀집되어 있는 혜명동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 고난의 행군을 기점으로 생계유지를 위한 주민들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 2003년에 들어 농산물만 판매하던 농민시장(장마당)이 공산품도 판매할 수 있는 종합시장으로 합법화되면서 이 지역의 부동산 지형은 급격히 변화되었다.
혜산시에서 가장 큰 시장은 초기 역전이나 권력기관과 거리가 먼 신흥동에 위치하였다(박상진, 2015: 127). 이후 혜화동, 봉흥동, 혜산동, 혜흥동을 거쳐 2002년 7.1 경제조치가 발표된 다음해인 2003년에 오늘의 위치인 혜산시 혜신동에 세워졌다(박상진, 2015: 129). 오늘날 혜신시장은 중국상품을 판매하는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도매시장으로, 당국이 승인한 시안의 5개 시장(혜산시장, 연봉시장, 연풍시장, 위연시장, 마산시장)을 리드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기능 가운데는 시 인민위원회 상업부의 주관하에 혜산시안의 각 시장 상품의 한도 가격지정, 각 시장들에서 징수한 시장사용료(장세)를 종합하여 시 인민위원회 재정부에 납부하는 업무 등을 들 수 있다(최○희의 인터뷰, 2020년 7월 4일).
중국 장백현 지역에서 바라보이는 혜신시장은 압록강과 가까운 곳에 있는 지리적 환경으로 인해 이곳에 완전히 자리를 잡기까지 곡절이 많았다. 사회주의 북한의 이미지를 흐리고 있다는 이유로 2011년에 이전한다는 소문이 많았다(박상진, 2015: 129). 그러나 2012년 초부터 2013년 말 까지 근 2년간 공사를 통해 확장되었고, 이 지역은 상업시설 중심지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인터뷰에 따르면 상업시설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이 지역에서 부동산 상품 4개(주택, 공장, 상점, 편의시설)의 매매 및 임대가격은 <표 4>와 같다.
구분 | 면적(평) | 가격(달러) | 비고 | ||
---|---|---|---|---|---|
매매 | 아파트 | 34 | 11,000~15,000 | 방 2칸 | |
20 | 6,500~8,000 | 방 1칸 | |||
단층주택8) | 12 | 4,500~6,000 | 방 2칸 | ||
6 | 1,500~2,000 | 방 1칸 | |||
임 대 | 주택 | 20 | 15~20 | 방 1칸 | |
단층주택 | 12 | 13~18 | 방 2칸 | ||
상점건물 | 식료품 상점 | 30 | 100~150 | - | |
공업품 상점 | 30 | 150~200 | - | ||
공장건물 | 100 | 120~150 | 사무 및 창고 | ||
편의 건물 | 식당 | 50 | 150~200 | - | |
미용, 이발 | 50 | 50~70 | - |
상업시설 중심지의 부동산 상품별 거래실태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평당 주택의 매매가격을 보면 34평 아파트의 가격은 323~441달러이고, 20평 아파트 가격은 325~400달러이다. 12평 단층주택은 375~ 500달러이며, 6평 단층주택은 250~333달러이다. 12평 단층주택의 평당 가격은 34평 아파트나 20평 아파트에 비해 상한가와 하한가에서 높다.
둘째, 주택을 제외한 품목별 평당 임대가격은 공업품상점 건물>식료품상점 건물>식당건물>공장건물>미용소 건물과 목욕탕 건물순이다. 평당 임대가격을 비교해 보면, 공업품상점 건물은 5~6.6달러로 가장 높고, 미용소 건물이나 목욕탕 건물은 1~1.4달러로 가장 낮다.
셋째, 같은 품목임에도 임대가격에서 차이가 있다. 식당건물은 미용소 건물이나 이발소 건물에 비해 같은 평수임에도 평당 거래가격이 3~4배 높다. 공업품상점 건물은 식료품상점 건물에 비해 상한가에서 같다.
인터뷰에 따르면 권력기관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이 지역에 있는 부동산 상품 4개(주택, 공장, 상점, 편의시설)의 매매 및 임대가격은 <표 5>와 같다.
권력기관 중심지의 부동산 상품별 거래실태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주택의 매매가격을 보면 34평 아파트는 평당 235~411달러이고, 20평 아파트는 225~300달러이다. 12평 단층주택은 233~333달러이며, 6평 단층주택은 166~250달러이다. 12평 단층주택의 평당 매매 및 임대가격은 20평 아파트에 비해 높다.
둘째, 주택을 제외한 품목별 평당 임대가격을 보면, 공업품상점 건물>식료품상점 건물>식당건물>공장건물>미용소 건물과 목욕탕 건물순이다. 평당 임대가격을 비교해 보면, 공업품상점 건물은 2.6~4달러로 높고, 미용소 건물이나 목욕탕 건물은 0.8~1.2달러로 가장 낮다.
셋째, 같은 품목임에도 임대가격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식당건물은 미용소 건물과 이발소 건물에 비해 같은 평수임에도 평당 임대가격이 1.5~2배, 공업품상점 건물은 식료품상점 건물에 비해 1.2~1.3배 높다.
인터뷰에 따르면 산업시설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이 지역 부동산 상품 4개(주택, 공장, 상점, 편의시설)의 매매 및 임대가격은 <표 6>과 같다.
산업시설 중심지의 부동산 상품별 거래실태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주택의 매매가격을 보면 34평 아파트는 평당 191~294달러이고, 20평 아파트는 175~250달러이다. 12평 단층주택은 208~250달러이며, 6평 단층주택은 100~133달러이다. 12평 단층주택의 평당 매매가격은 아파트 34평이나 20평에서 상한가는 높지만, 하한가에서는 같거나 낮다.
둘째, 주택을 제외한 품목별 평당 임대가격을 보면, 공업품 상점건물>식당건물>공장건물>식료품 상점건물>미용소 건물, 목욕탕 건물순이다. 평당 임대가격을 비교해 보면, 공업품 상점건물이나 식료품 상점건물은 큰 차이가 없다. 미용소 건물이나 목욕탕 건물은 0.6~0.8달러로 가장 낮다.
셋째, 같은 품목임에도 임대가격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식당건물은 미용소와 이발소건물에 비해 같은 평수임에도 평당 거래가격이 2~2.5배, 공업품 상점건물은 식료품 상점건물에 비해 1.3~1.5배 높다.
김정은 정권에 들어서 돈주들도 참여한 주택개발로 인해 혜산지역의 부동산 거래는 활성화되고 있다. 중심지역 간 아파트와 단층주택의 매매가격을 비교하여 보면 <표 7>과 같다.
<표 7>에서 중심지 간 아파트 및 단층주택의 매대가격을 보면, 상업시설 중심지>권력기관 중심지>산업시설 중심지 순이다. 평당 매매가격을 보면, 상업시설 중심지의 34평 아파트는 같은 평수의 권력기관 중심지 아파트에 비해 1.0~1.3배, 20평 아파트보다는 1.3~1.4배나 높다. 또한 12평 단층주택은 1.5배, 6평 단층주택은 1.3~1.5배나 거래가격이 높다. 상업시설 중심지의 34평 아파트는 같은 평수의 산업시설 중심지 아파트보다는 1.5~1.6배, 20평 아파트는 1.6~1.8배나 높다. 또한 12평 단층주택은 1.8~2배, 6평 단층주택은 2.5배 높다.
한편, 혜산시 중심지 간 아파트와 단층주택의 임매가격을 비교하여 보면 <표 8>과 같다.
구분 | 아파트(20평) | 단층주택(12평) |
---|---|---|
상업시설 중심지 | 15~20달러 | 13~18달러 |
권력기관 중심지 | 12~14달러 | 10~12달러 |
산업시설 중심지 | 7~10달러 | 5~7달러 |
<표 8>에서 중심지 간 아파트 및 단층주택의 임대가격을 보면, 상업시설 중심지>권력기관 중심지>산업시설 중심지 순이다. 평당 임대가격을 보면, 상업시설 중심지의 20평 아파트는 같은 평수의 권력기관 중심지에 비해 1.25~1.4배, 10평 단층주택보다는 1.3~1.5배나 높다. 또한 상업시설 중심지의 20평 아파트는 같은 평수의 산업시설 중심지 아파트에 비해 2~2.1배, 6평 단층주택보다는 2.5~2.6배나 높다.
혜산시에는 중국의 장백현과 통하는 다리가 있고, 관련 활동을 주관하는 혜산세관이 있다. 북·중 무역에 종사하는 무역기관이나 외화벌이 기관들은 중국과의 수출입 업무를 추진하기 위한 사무실이나 상품을 보관할 수 있는 창고가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를 혜산시 내 공장건물을 임대하여 해결하고 있다. 공장건물의 임대료는 판매 이윤의 30%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데일리NK, 2015. 10. 27).
중심지역 간 거래되는 공장건물 가격을 비교하면 <표 9>와 같다.
구분 | 100평 | 비고 |
---|---|---|
상업시설 중심지 | 120~150달러 | 임대 |
권력기관 중심지 | 100~120달러 | 임대 |
산업시설 중심지 | 80~120달러 | 임대 |
<표 9>에서 중심지 간 공장건물의 임대가격을 보면, 상업시설 중심지>권력기관 중심지>산업시설 중심지 순이다. 평당 가격을 보면, 상업시설 중심지는 권력기관 중심지에 비해 1.2배, 산업시설 중심지보다는 1.2~1.5배나 높다.
북한은 2002년 7.1 경제조치 이후 상품이 부족하여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국영상점이나 백화점의 매대까지도 기관·기업소들에서 임대하여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9) 이에 따라 혜산시에서도 개인들이 기관·기업소의 명의를 얻어 상점건물을 임대하고 있다. 해당 상점건물이 시장이나 역 근처 등에 위치한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다(김○숙의 인터뷰, 2020년 5월 6일). 중심지 간 식료품상점 건물과 공업품상점 건물의 임대가격을 비교하여 보면 <표 10>과 같다.
구분 | 식료품상점(30평) | 공업품상점(30평) |
---|---|---|
상업시설 중심지 | 100~150달러 | 150~200달러 |
권력기관 중심지 | 70~100달러 | 80~120달러 |
산업시설 중심지 | 35~55달러 | 40~60달러 |
<표 10>에서 중심지 간 상점건물의 임대가격을 보면, 상업시설 중심지>권력기관 중심지>산업시설 중심지 순이다. 중심지에 따라 상품별 평당 거래가격이 다르다. 상업시설 중심지에 있는 식료품상점 건물은 권력기관 중심지에 비해 1.4~ 1.5배, 산업시설 중심지보다는 2.7~2.8배나 높다. 또한 상업시설 중심지에 위치한 공업품상점 건물은 권력기관 중심지에 비해 1.6~1.8배, 산업시설 중심지보다는 3.3~3.7배나 임대가격이 높다.
북한에서 편의시설이라고 하면 식당, 목욕탕, 수영장, 미용소, 이발소 등의 서비스 업체를 말한다. 과거에는 이러한 단위들이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었으나, 재정난으로 인해 최근에는 돈주들이 맡아 운영하고 있다. 중심지 간 편의시설 건물의 임대가격을 비교하여 보면 <표 11>과 같다.
구분 | 식당(50평) | 이발, 미용(50평) |
---|---|---|
상업시설 중심지 | 150~200달러 | 50~70달러 |
권력기관 중심지 | 100~120달러 | 40~60달러 |
산업시설 중심지 | 60~100달러 | 30~40달러 |
<표 11>에서 중심지 간 편의시설 건물의 임대가격을 보면, 상업시설 중심지>권력기관 중심지>산업시설 중심지 순이다. 평당 거래가격을 보면, 상업시설 중심지의 식당건물은 권력기관 중심지에 비해 1.5~1.6배, 산업시설 중심지보다는 2~2.5배나 높다. 또한 상업시설 중심지에 위치한 이발과 미용건물은 권력기관 중심지에 비해 1.1~1.2배, 산업시설 중심지보다는 임대가격이 1.6~ 1.7배나 높다.
Ⅳ. 가격결정요인에서 본 중심지별 가격결정의 특징
이상에 근거해, 혜산시 부동산 가격결정에 미치는 요인들의 영향을 보면 아래와 같다.
부동산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일반적 요인의 영향에서 상업시설 중심지는 주민소비 수준에서, 권력기관 중심지는 인프라 환경에서 우선순위를 차지한다. 지역적 요인의 영향에서는 산업시설 중심지가 우선순위이며, 권력기관 중심지가 하위순위이다. 상품적 요인의 영향에서 상업시설 중심지는 공장건물이나 상점건물의 수요 및 공급증가에서 우선순위를 차지하며, 권력기관 중심지는 하위순위이다. 이를 표로 나타내면 <표 12>와 같다.
구분 | 내용 | 상업시설 중심지 | 권력기관 중심지 | 산업시설 중심지 |
---|---|---|---|---|
일반 요인 | 주민 소비수준 | ◉ | ◯ | △ |
인프라 환경 | ◯ | ◉ | △ | |
지역 요인 | 국경과 접근성 | ◯ | △ | ◉ |
상품 요인 | 수요증가 | ◉ | △ | ◯ |
공급증가 | ◉ | △ | ◯ |
상술한 바와 같이 가격결정 요인이 혜산시 중심지 세 곳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 그 차이의 원인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상업시설 중심지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에 의해 상권이 형성되고, 이에 대응한 당국의 도시 재정비 사업과 맞물려 지역개발이 추진되었다. 지역에는 중국상품 최대 도매시장인 혜산시장이 있으며, 상인들도 많아 북한의 다른 도시지역 주민들에 비해 생활수준이 높은 편이다. 이는 혜산시장의 매대판매 가격이나 장세가 다른 도시 지역 시장에 비해 1.5~2.0배 가량 높은 것에서 알 수 있다(김병욱 외, 2018: 105-107).
1980년대 후반 이 지역 혜장동에는 8층 아파트들이 처음 건설되었는데, 대부분 방 2칸이었다. 2012년 시장건설과 더불어 혜신동, 혜산동 등에 아파트들이 재건축되고, 도시정비가 이루어졌다. 이 지역에는 혜산역전과 혜산세관이 있어 교통인프라가 양호하다. 혜산동, 혜강동 등의 동 행정지역은 중국국경과 인접하고 있다. 따라서 주택은 물론이고 공장건물이나 공업품 상점건물에 대한 거래수요가 높다.
권력기관 중심지는 1967년 6월 4일 보천보전투10)승리기념탑 건립과 더불어 김일성의 항일업적을 신비화하고, 백두혈통의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한 당국의 의도하에 일찍부터 개발되었다. 이 지역에는 도급 및 시급 당 및 행정기관, 사법기관에 종사하는 관료들을 위한 전용 아파트가 있다. 1980년대 후반, 혜명동에 처음으로 권력기관 종사자 전용 아파트가 건설되었고, 이어 성후동에 건설된 8층 아파트에는 대학 및 교육기관 종사들과 예술인들이 입주하였다. 전용아파트에 전기나 수돗물이 제대로 공급되는 것을 비롯해 이 지역은 도시 공공시설에 대한 정비 및 운영에서 타 중심지에 비해 양호하다. 이 지역은 주민구성에서 관료층이 상대적으로 많아 전반주민의 소비수준이 높은 편이다.
산업시설 중심지에는 산업시설 종사자들의 주거시설과 군부대가 위치하고 있다. 이 지역의 아파트 건설 역시 1980년대에 시작되었는데, 연흥동의 8층 아파트에는 당시 공장, 기업소 간부들과 모범노동자들이 입주하였다.
김정은 정권에 들어 혜산에서 출발하여 삼지연까지 가는 백두산 관광객들을 위한 광궤철도 공사가 4년 4개월 만에 완공되었다(강미진, 2018). 첫 출발지인 혜산시의 위연역이 새롭게 꾸려지고, 주변에 고층주택들과 공공건물, 숙박시설들이 건설되었다. 위연군 혁명전적지관리소, 백두산답사숙영소 등 많은 건물들에 대한 리모델링도 진행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위연역 주변의 교통이 편리한 아파트를 상점이나 창고로 활용하기 위한 부동산 거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김동현, 2019). 이 지역의 위연동은 강안동과 마찬가지로 중국국경과 인접해 있어 밀수가 이루어지는 데 양호하다. 따라서 공장건물이나 상점건물에 대한 수요가 높다. 그러나 혜산광산쪽 지역은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아 타 지역보다 공공시설의 정비상태가 낙후하다. 혜산시내 중심지별 주민들의 소비수준에서도 이 지역은 가장 낮다. 이는 혜산시 주민들이 사용하는 문화후생시설의 이용가격을 비교하여 보면 알 수 있다.
현재 혜산시 세 곳의 중심지에는 양강도에서 가장 큰 3대 편의시설(압록원과 은덕원, 봉화원)이 각각 위치해 있다. 상업기관 중심지에 있는 압록원과 산업시설 중심지에 있는 봉화원은 2016년에 각각 신설되었고, 권력기관 중심지에 위치한 은덕원은 2010년도에 개보수되었다.
<표 13>에서 보듯이, 압록원과 봉화원은 최근에 건설되어 모든 시설이 신식이고 서비스에서 큰 차이가 없으나, 사우나 이용가격을 보면 봉화원이 상대적으로 낮다.
구분 | 문화후생시설 | 위치 | 가격 |
---|---|---|---|
상업시설 중심지 | 압록원 | 혜신동 | 0.6달러 |
권력기관 중심지 | 은덕원 | 탑성동 | 0.6달러 |
산업시설 중심지 | 봉화원 | 마산동 | 0.4달러 |
혜산시의 아파트는 보통 24평의 4~5층이나 최근 건설된 아파트들은 48평이고, 11층인 경우도 있다. 2010년 이후 건설된 아파트들은 방 3칸에 화장실과 “전실”이라고 불리는 거실도 있다. 혜산시는 주택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1970년대 건설한 4층을 5층으로 증축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혜산시 중심지의 전반적인 주택의 가격은 낮은 층수에 시장과 가까우며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는 장소에 있는가에 따라 다르다(하○화의 인터뷰 내용, 2020년 3월 20일). 주택가격이 비싼 곳은 상업시설 중심지인 혜신동, 혜장동, 혜강동, 혜흥동 일대이다(이○미의 인터뷰, 2020년 3월 20일). 광산이나 군부대가 위치한 산업시설 중심지인 연풍동, 마산동, 춘동, 혜탄동 등은 가격이 싸다.
아파트 가격은 단층주택에 비해 비싸다. 혜산시는 1월 평균기온이 ‒19.3℃이고, 눈이 내리는 기간이 9월부터 다음 해 5월까지 190여 일이나 된다(평화문제연구소, 2004: 88). 북한의 다른 지역에 비해 평균기온이 추운 지역이어서 주민들은 단층주택에 비해 땔감이 적게 소요되는 아파트를 많이 선호한다. 그러나 상업시설 중심지의 일부 아파트가 평당 매매가격에서 단층주택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은 아래의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인 경우,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화목을 비롯한 일체 짐을 엘리베이터가 없어 등짐으로 올려가야 하는 것을 비롯해 사용상 어려움이 많다. 아파트 내에서도 2층이나 3층이 비싸고 4층에서부터 올라갈수록 거래가격이 싼 것이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중심지별 단층주택의 수요를 보면, 상업시설 중심지에서는 시장 주변에서, 권력기관 중심지역에서는 대학가 주변에서, 산업시설 중심지에서는 밀수촌 주변에서 높다.
중심지별 수요의 목적을 보면, 상업시설 중심지나 권력기관 중심지는 주거를 위한 목적이지만, 산업시설 중심지는 밀수를 위한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권력기관 중심지에서 주택임대에 대한 수요가 많은 것은 주거환경이 양호한 데도 있지만, 불비한 기숙사 조건으로 하여 학부모들이 대학생 자녀들을 위해 주택을 사들이기 때문이다(이○화의 인터뷰, 2020년 3월 8일).
북한에서 공장건물의 가격은 시장이나 역 근처 등에 있는 경우 비싸다. 그 이유는 임차인들이 용도에 맞게 즉시 사용할 수 있으며, 일단 공장에서 임대한 건물이어서 또 다른 승인이 없이도 다른 용도로 변경하는 데 양호하기 때문이다.
혜산시도 마찬가지나 용도상, 다른 지역과 달리 변강무역과 관련한 물자를 보관과 사무를 맡은 회사들의 수요에 의해 거래되고 있는 점이 다르다. 따라서 세관과 가깝고 교통조건이 양호한 곳을 선호하며, 이는 중심지 간 공장건물에 대한 임대가격의 차이에 영향을 주고 있다(신○화 인터뷰, 2020년 7월 10일). 그러나 <표 9>에서 보는 것처럼, 권력기관 중심지나 산업시설 중심지에서의 공장건물 임대가격인 경우, 상한가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그 이유는 혜산시 전반의 면적이 작고(정은이, 2017: 30),11) 따라서 세관이나 혜산역전을 기준으로 중심지 간 이동에서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혜산시 중심지 전반 상점건물의 가격결정에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시장 및 역전과의 접근성이 영향을 주고 있다. 다시 말해 상점건물이 상업시설 중심지와 가까울수록 수요가 높으며, 거래가격도 높다. 이러한 측면과 함께 상품적 요인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이○형의 인터뷰, 2020년 7월 4일).
혜산시 중심지 상점들에서 판매되는 상품품목을 보면 혜산시장에서 멀어질수록 상대적으로 고가인 상품을 취급하지 않는다. 상업시설 중심지의 상점들에서는 공업품이나 식품, 가전제품 등을 취급하고 있으나, 산업시설 중심지의 상점에서는 식품이나 농축산물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혜산시 중심지들에 있는 상점건물의 매매에는 공장이나 국가기관과 연계된 돈주라고 불리는 장사꾼(한화 1천만 이상)들이 참여하고 있다. 돈주들은 상점건물을 통째로 구입하여 직접 수입한 물건을 팔거나 일부 매대는 임대를 주고 있다. 산업시설 중심지 근처의 밀수촌에서는 밀매한 물건을 보관할 목적하에 상점건물의 일부를 짐보관소 형식으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밀수품들은 고가의 상품들이어서 보관행위가 발각되면 전부 회수되고, 법적 처벌도 가해지지만 비밀엄수에 따른 이윤이 많다(박○화 인터뷰, 2020년 8월 16일).12)
중심지별 편의시설 건물의 가격결정에는 특정 중심지와의 접근성 그리고 상품의 특성이 영향을 주고 있다. 편의시설 건물이 권력기관 중심지에 가깝게 위치한 경우, 상대적으로 거래가격이 높다(이○형의 인터뷰 내용, 2020년 7월 4일). <표 11>에서 볼 수 있듯이, 산업시설 중심지의 미용소 건물이나 이발소 건물의 거래가격이 현저히 낮다. 또한 중심지 전반에서 같은 평수의 식당건물이 미용소 건물이나 이발소 건물에 비해 거래가격이 높다. 그것은 북한지역 전반주민의 생활과 마찬가지로 혜산시인 경우도 식생활이 여전히 어렵기 때문이다.
Ⅴ. 결론: 혜산시 중심지별 부동산 가격결정 요인의 전망
지난 2016년 2월에 강행된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국제사회는 강도 높은 제재를 실행하고 있다. 대북제재로 인한 외부적 요인과 2019년 말부터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북한당국의 내부적 조치로 수출 및 수입물자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강행되고 있다. 이는 주민들의 시장을 통한 사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가증시켜 부동산 가격결정에 미치는 일반적 요인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혜산시 중심지에서 부동산 상품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및 상품적 요인의 변화, 이에 따른 부동산 상품의 가격전망은 어떨까?
본 연구결과가 인터뷰에 근거하고 있는 한계가 있음에도 전망한다면 대북제재가 지속된다고 해도 지역적 및 상품적 요인이 커져 혜산시 부동산 시장 전반의 가격이 북한의 다른 지역에 비해 현저히 감소되는 상황은 조성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네 가지로 설명이 가능하다.
첫째, 부동산 시장운영에 필요한 자금이 외부로부터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혜산시 상인 중 일부는 중국 장백시에 살고 있는 친척 혹은 조선족 상인들과 오랜 밀거래로 신뢰관계가 끈끈하다. 이런 사람들은 중국쪽 상인들로부터 현금을 꾸어서 부동산을 구매한다. 이로 인해 혜산시는 북한의 다른 지역에 비해 중국자본에 의한 부동산 자금의 조성과 유통이 활발하다.
둘째, 혜산시 중심지의 종합시장들에는 타 지역에 비해 많은 수의 상인들이 활동하고 있어 시장사용료나 종합시장 매매판매비가 높다. 한마디로 혜산시 주민전반의 물질생활 수준은 북한의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측이다. 따라서 북한지역 전반의 부동산 시장 가격이 하락해도 혜산시의 전반적인 중심지들에 미치는 충격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다.
셋째, 국경도시로의 지리적 환경에 따른 부동산 수요가 높다. 혜산시는 하천 대부분이 하류부에 속하여 하천망의 밀도가 작아 수심이 1m를 넘지 않는 장소들이 많다(평화문제연구소, 2004: 88). 또한 혜산시와 마주하고 있는 중국의 국경도시인 창바이현(장백현)에는 조선족들이 많이 살고 있어 밀수에 따른 언어소통이 양호하다. 북한당국이 김일성, 김정일의 혁명사적참관을 위한 백두산 답사지 운영을 최우선을 지원하고 있어 평양-혜산행 급행열차가 상대적으로 잘 운행되는 것을 비롯해 밀수품이나 중국상품을 전국으로 운반할 수 있는 인프라가 양호하다. 이러한 지역적 및 상품적 요인이 산업시설 중심지나 권력기관 중심지에서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막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넷째, 혜산지역을 통한 합법적 및 불법적 북·중 교류에 대한 북한 당국의 관심이 높다. 대북제재가 장기화될수록 북한 당국의 직접적인 개입이나 용인에 의한 밀수행위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체제운영의 득과 실로13) 양면의 칼과 같은 것이지만, 이러한 상호작용은 혜산시 중심지역 전반에서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