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건축물1)의 하자(瑕疵)는 건축소비의 질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오랜 기간에 걸친 시공 끝에 건축물이 준공된 이후 건축물의 소비과정에서 제 기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선 그 건축물을 소비하는 이에게 매우 큰 불편을 야기한다. 또, 하자 발생 후 이를 제대로 보수하여 관리하지 않으면 건축물 자체의 내구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게 된다. 해마다 수십만 건의 건설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실정2)을 감안하면 건설공사 이후에 맞닥뜨리는 건축물의 하자는 실상 건축물의 준공을 위한 시공행위만큼, 아니 건축물이 존속하는 기간 내내 영향을 줄 수 있는 매우 실제적인 문제이다.
건축물 하자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일찍이 1957년에 시공과정에서 건축물의 품질을 담보하기 위한 하자보증금 예치제도를 도입하였다. 이후 주요 건축물의 하자담보책임을 규율하는 법령이 정비되면서 현재는 크게 4개의 법령에서 하자담보책임제도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와 병행하여 하자보증 제도도 운용되고 있다. 이 같은 하자담보책임 제도는 주로 시공 중 하자발생을 예방하고, 시공 이후 하자 발생에 따른 문제를 금전적으로 처리하는 데 집중되어 있어 실제 건축물 소비자가 직면하는 생활상의 불편을 경감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하자보수 문제는 주로 의무자(=시행자 또는 시공자, 수급인)와 권리자(수분양자, 발주자) 사이의 하자 발생원인과 보수방법 등을 둘러싸고 잦은 분쟁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공동주택이나 집합건물이 건축물의 다수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준공 이후 하자 발생을 둘러싼 분쟁은 입주자의 하자보수요구 → 시행사의 시공사에 대한 보수요구 → 시행사를 상대로 한 입주자의 소제기 → 시행사의 시공사 및 보증인에 대한 소제기 등 하나의 패턴을 보이고 있다. 하자담보책임 의무자와 권리자 사이의 갈등 해결에 사법 의존도가 높아지는 만큼 해결에 이르는 기간 동안 실생활의 질은 저하되며, 시공사 등 담보책임 의무자의 불확실성도 증가하게 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건축물의 하자가 소비자의 실생활에 미치는 시급성이나 중대성에 비해 그 해결 과정은 경직적이며 장기간이 소요되고 있는 실정에 착안하여 우리나라 건축물 하자관리가 보다 실효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한다. 이를 위해 현행 하자담보책임을 규율하는 주요 법령과 그 관계를 분석하고, 하자담보 책임제도로부터 파생되는 하자보증제도를 통해 우리나라 건축물의 하자발생의 실태를 분석하였다.
본 연구는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2장에서는 하자담보책임제도를 둘러싼 이론적 배경으로 현행 하자담보책임제도의 법률상 근거와 이들의 관계 등을 살펴보고, 이와 함께 보충적·독립적으로 운용 중인 하자보증금제도에 대해 살펴본다. 3장에서는 하자담보책임제도와 관련한 선행연구를 검토하고, 4장에서는 지난 2000년 이후 21년간 보증기관의 하자보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자발생실태와 문제점을 분석한다. 이어 5장에서는 4장을 통해 확인된 실태와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안하며, 6장 결론을 통해 연구의 의의 및 한계 등을 살핀다.
Ⅱ. 이론적 배경
‘담보책임(擔保責任)은 통상 매매, 증여, 도급, 소비대차 등 유무상의 계약관계에서 계약대상인 목적물이 갖는 불완전성에 대한 급부자의 책임을 의미한다. 여기서 목적물의 불완전성은 권리나 물건에서 발견되는데, 이때 권리의 하자를 방지하는 담보를 추탈(追奪)담보, 물건의 하자를 방지하는 담보를 하자(瑕疵)담보라고 한다. 담보책임을 부과하는 형태는 각 계약유형별로 계약해제권(매매), 손해배상청구권(도급, 매매) 대금감액청구권(매매), 하자보수청구권(도급) 등으로 나뉜다. 담보책임은 완전한 급부를 이행하지 못한 자의 책임이므로 증여와 같은 무상계약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유상계약에서는 급부자의 과실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3)
우리나라에서 건축물 및 건설생산물4)의 하자담보책임에 대해서는 현행 4개의 법률(① 민법, ② 집합건물의 소유 및 권리에 관한 법률; 이하 집건법, ③ 공동주택관리법; 이하 공관법, ④ 건설산업기본법; 이하 건산법)에서 주로 규정하고 있다. 먼저 민법은 제667조(수급인의 담보책임)를 통해 도급계약 상의 하자담보책임을 규정하면서 수급인의 도급인에 대한 ‘하자보수청구권(제667조 제1항)’과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권(제667조 제2항)’을 각각 규정하고 있다. 또, 집건법은 제9조(담보책임)를 통해 분양자 또는 시공자의 구분소유자에 대한 담보책임을 규정하고 있으며, 공관법은 제36조(하자담보책임)를 통해 공동주택 사업을 시행하는 사업주체 또는 시공자의 공동주택 입주자(입대회의, 관리단, 관리주체, 임차인 등)에 대한 담보책임을 규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건산법은 제28조(건설공사 수급인 등의 하자담보책임)를 통해 건설생산을 위한 건설공사 도급계약에서 수급인의 발주자에 대한 하자담보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각 법률은 중첩 또는 보완적으로 준용되는데 이들 법체계에서 규율하는 하자담보책임을 개관하면 <그림 1>과 같다. 민법이 ‘도급계약’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하자담보책임의 종류를 하자보수청구권과 손해배상청구권으로 병립해놓고, 하자담보책임의 이행방법 또는 권리자의 권리행사방법을 규율한 것이라면, 집건법과 공관법, 건산법은 대부분 도급계약을 통해 생산되는 물리적 또는 구조적 특성에 따른 건축물(건설생산물)별 담보책임에 대해 의무자와 권리자 그리고 담보책임의 기간에 대해 규율하고 있다.5)
우선 논의의 중심인 ‘건축물 하자’란 무엇인지 개념규정을 살펴보자. 민법을 포함한 4개 법령 중에서 하자의 정의는 공관법에서 찾을 수 있다. 공관법(제36조 제4항)은 하자를 “공사상 잘못으로 인하여 균열·침하(沈下)·파손·들뜸·누수 등이 발생하여 건축물 또는 시설물의 안전상·기능상 또는 미관상의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결함”으로 정의한다. 즉, 공사상 잘못을 전제하면서 구체적인 사례(균열·파손·누수 등)로 예시하고, 이어 건축물의 안전상·기능상·미관상 결함으로 일반화하고 있다6). 한편, 판례는 “건축물의 하자라고 함은 일반적으로 완성된 건축물에 공사계약에서 정한 내용과 다른 구조적·기능적 결함이 있거나, 거래관념상 통상 갖추어야 할 품질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아니한 것7)”으로 정의한다. 이밖에 건축물의 하자발생 원인을 기준으로 ‘설계상 하자’, ‘시공상 하자’, ‘사용자의 오사용에 따른 하자’로 분류하기도 하며, 하자발생 시기를 기준으로 ‘사용승인 전 하자8)’, ‘사용승인 후 하자’ 등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법령별 하자담보책임제도의 당사자 및 적용대상에 대해서 살펴보면, 민법이 도급계약 상 도급인과 수급인을 담보책임의 당사자로 본 것과 달리 건산법은 ‘발주자와 수급인’을 그 당사자로 규정한다. 건설공사가 대부분 도급계약을 통해 이루어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건산법 상 하자담보책임의 권리자로 ‘발주자’를 규정한 것은 건설 생산체계 상 특성을 반영한 것일 뿐 유의한 차이를 찾기는 어렵다.9) 따라서 건산법 상의 하자담보책임이 ‘도급계약’을 전제로 한 당사자 사이의 문제라는 점은 확인된다. 반면, 집건법과 공관법은 특정 계약형태에 따른 하자담보책임을 전제한 것이 아니라, 적용대상 건축물과 그 건축물의 생산 및 소유(이용)관계를 기준으로 당사자를 규정한다.
하자담보책임의 적용대상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민법이 하자담보책임의 목적물에 대한 특정을 하지 않은 반면, 건산법은 건설공사를 통해 생산되는 ‘건설생산물’에 대해, 집건법은 ‘집합건물’에 대해, 공관법은 ‘공동주택 등’에 대해 하자담보책임을 특정했다는 점이 다르다. 공동주택, 집합건물은 모두 건설공사를 통한 건설생산물의 일종임을 고려할 때 건산법은 이들 건축물뿐만 아니라, 여타의 건설공사를 통한 토목, 산업설비, 플랜트, 조경 등 제반 건설생산물의 하자담보책임을 다룸으로 세 법령 중에 그 적용범위가 가장 포괄적이라 할 수 있다.
적용대상의 문제에서 논란이 있는 것은 집건법 상 ‘집합건물’과 공관법 상 ‘공동주택’의 관계이다. 모든 집합건물은 공동주택인가? 반대로 모든 공동주택은 집합건물인가? 두 건축물의 관계를 따지기 위해 두 법령에서 정의하는 집합건물과 공동주택의 개념10)을 통해 살펴보면 집합건물이 공동주택을 포함하는 보다 포괄적인 개념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예외11)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공동주택은 집합건물에 포함된다. 집합건물과 공동주택의 관계를 살피는 이유는 두 법령의 당사자 관계와 하자담보책임의 구체적인 내용 등이 법 적용 순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학설은 공동주택은 집합건물이므로 집합건물 중 공동주택 등만을 따로 규율한 공관법이 집건법의 특별법적 지위를 갖는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다만, 집건법 제2조의2에서 ‘집합주택의 관리 방법과 기준,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주택법, 공동주택관리법의 특별한 규정은 이 법에 저촉되어 구분소유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공관법이 집건법의 특별법임에도 불구하고, 일반법인 집건법이 우선한다고 이해한다’(허강무, 2018). 반면, 판례는 두 법령의 하자담보책임에 관해 ‘근거법령과 입법취지 및 권리관계의 당사자와 책임내용 등이 서로 다른 전혀 별개의 권리로 판단하면서 하자보수청구권 및 손해배상청구권은 독립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고 한다.12)
두 법령의 당사자 관계, 타법률 적용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공관법은 하자담보책임의 의무자로 크게 ‘사업주체와 시공자’를 규정하는데, 공동주택 사업의 시행자인 국가나 지자체, 공기업, 민간건축주를 포함해서 이들과 계약하여 건설행위를 한 시공자를 하자담보책임의 의무자로 본다. 공관법 상 하자담보책임의 권리자는 이 공동주택에 입주한 입주자, 입주자로 이루어진 적법단체(입주자대표회의, 관리단 등)와 공공임대주택의 임차인 등이다. 주택법상 입주자가 공동주택을 공급받은 소유자 및 그 직계가족을 의미하므로 권리자는 공동주택 소유에 근거한 자라 할 수 있다. 한편, 집건법 상 하자담보책임의 의무자는 분양자와 (분양자와 계약한) 시공자이며, 권리자는 구분소유자이다.
공관법이나 집건법 모두 하자담보책임의 의무자로 공급자(사업주체, 시행자, 분양자)와 생산자(시공자)를 공히 규정하고 있는데, 이들 간에는 거의 대부분 민법이나 건산법 상 도급계약에 의한 도급인(발주자)과 수급인의 관계가 성립된다. 따라서 공관법과 집건법의 하자담보책임 의무자인 공급자와 생산자는 그들끼리 다시 민법 또는 건산법 상 하자담보책임의 권리-의무관계가 형성되며, 공관법이나 집건법 상 하자담보책임 권리자(구분소유자 등)는 공급자(사업주체, 시행자, 분양자) 또는 생산자(시공자)에 대해 중첩적인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집건법에서는 시공자가 분양자를 대신해 권리자에게 부담하는 하자담보책임을 두 가지 측면에서 제한하였는데, 하나는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권(민법 제667조 제2항) 행사를 분양자가 무자력 등일 때 제한적으로 하도록 한 것이며, 다른 하나는 시공자가 분양자에게 부담하는 하자담보책임에 따라 손해배상을 이미 납부한 경우라면 그 만큼의 책임을 궁극적 권리자인 구분소유자에게 다시 부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공관법은 하자담보책임의 내용으로 민법을 준용하지만, 집건법은 민법준용과 더불어 타법에 하자담보책임조항이 있을 경우 그를 우선 적용한다. 따라서 집건법에 우선 적용되는 법령으로 건산법을 고려할 수 있다. 건산법에서는 수급인이 발주자의 지시 또는 발주자가 제공한 자재의 결함 등에 의한 하자, 즉 ‘발주자 원인’에 따른 하자에 대해서는 수급인의 책임을 면하고 있는데(제28조 제2항), 만약 이 조항이 집건법의 타법 우선 적용 조항(집건법 제9조 제2항)에 의해 적용된다면 집건법상 시공자가 분양자의 지시나 제공 자재로 인한 하자에 대해서는 권리자인 구분소유자에게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공관법과 집건법의 비교를 요약하면 사업주체가 생산자(시공자, 수급인)에 대해 물을 수 있는 하자담보책임에 관해 공관법은 특별한 예외를 두지 않아 결과적으로 공관법 적용 대상인 아파트, 연립주택 등을 건설한 시공사는 사업주체가 수분양자(소유자) 등 권리자에게 부담하는 하자책임과 동일한 수준의 하자책임을 부담하게 되어 집건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책임이 무거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각 법령별 담보책임기간에 관한 논의는 크게 담보책임기간의 법적 성질, 책임존속기간, 책임기간의 기산점에 대한 논의로 요약될 수 있다. 공관법이나 집건법에서는 하자담보책임기간을 제척기간으로 해석될 수 있도록 규정한 데 반해, 건산법은 조문상13)으로만 보면 발생기간으로 해석될 수 있으나, 판례상으로는 제척기간으로 판시한 사례도 있다.14) 책임존속기간은 건산법에서 공종 별로 폭넓게 규정하고 있으며, 3개 법령은 대체로 건축물 구조상의 결함을 초래하는 기둥 및 내력벽 하자를 10년, 이를 제외한 구조상 하자를 5년 그리고 건물의 기능상 중요도에 따라 3년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일반법으로서 민법이 건축물 하자담보책임기간을 10년으로 규정한 것에 비해 특별입법을 통해 그 책임의 범위를 하향세분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책임기간의 기산일과 관련해서는 개별법에서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으며, 일반적인 원칙은 전유부분은 소유자(사용자)에게 인도된 날15)을, 공용부분은 사용가능함을 확인받은 날을 기준으로 하며, 건산법의 경우 완공일과 사용개시일 중 빠른 날을 기산일로 한다. 하자담보책임과 관련된 3개 법령의 주요 내용은 <표 1>과 같다.
하자담보책임을 규율하는 현행 4개 법령의 주요 내용과 법령 간 관계에 덧붙여 하자담보책임을 파악할 때 반드시 점검해야 할 사항이 ‘하자보수보증제도’이다. 실무계에서 하자담보책임 문제가 상당부분 ‘보증서’ 문제로 전환되거나, 당사자 간 분쟁 시에도 종국적으로 보증채무 이행 여부로 귀결되는 경우가 다수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건설공사에서 하자보증금 예치제도가 공식 도입된 것은 1957년이다. 당시 경인국도 포장공사 준공식에 참석한 이승만 대통령이 부실공사를 발견하자, 이후 모든 공공공사에서 공사비의 10%를 하자보증금으로 예치하도록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건설공제조합, 2003: 82). 하자보증금 예치제도는 공사를 완료하면서 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를 공사결함에 대비해 공사대금 중 일부를 발주자가 따로 떼어 지급을 유예하는 것이다. 준공 후 일정 기간 동안 공사결함이 발견되면 이를 보수하는 데 쓰겠다는 취지이다. 건설업자 입장에서는 공사를 완공하고도 공사대금을 전액 받지 못해 억울한 일이 된다. 해서 어쩔 수 없이 나중에라도 예치된 하자보증금을 온전히 받으려면 공사하는 동안 품질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하자보수보증제도의 근거는 현행 국가계약법, 지방계약법, 공동주택관리법 등에 규정돼 있다.16) 즉, 국가나 지자체 등과 계약한 계약당사자가 목적물을 완료한 경우, 계약금액에 비례한 일정 금액을 일정 기간 동안 하자보증금으로 예치하라는 것이다. 공관법은 이를 차용하였다.17) 집건법과 건산법은 하자보증금예치라는 명시적 근거를 두지 않지만, 해당법 적용대상 목적물도 계약당사자 간 약정으로 하자보증(금)서를 대부분 운용하고 있다.18)
하자보증금 예치는 보증금에 상응하는 유가증권 등으로 대체가 가능한데 대표적으로 보증(보험)서로 제출할 것을 규율한 것이다. 결국 보증금 또는 보증서를 하자보증제도의 골간이라 할 때 문제는 이 하자보증제도와 하자담보책임의 관계이다. <그림 2>에서 보듯이 하자보증은 대체로 보증(보험)의 형태로 각 당사자 간 하자담보책임과 연계된다. 그렇다면 하자보증은 하자담보책임과 다른 독자적인 것인가? 아니면 이를 보완하는가? ‘보증’의 주채무에 대해 갖는 특성, 즉 부종성·보충성·독립성19)을 고려할 때 하자보증은 궁극적으로 하자담보책임을 주채무로 하는 보증채무라 할 수 있다. 다만, 하자보증서 제도가 특정 법률의 하자보증금 예치를 근거20)로 운용되는 점을 고려하면, 하자담보책임이라는 주채무에 이 보증채무가 직접적으로 부종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하자담보책임과 하자보증제도는 인정근거와 권리관계의 당사자 및 책임내용 등이 서로 다른 별개의 권리라고 하면서 하자담보책임의 일환인 손해배상청구권과 보증금청구권이 부진정연대채무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21) 그러나 대법원은 ‘담보책임에 의한 손해배상채무와 하자보증금 지급채무가 그 대상인 하자가 일부 겹칠 수 있고, 그렇게 겹치는 범위 내에서는 결과적으로 동일한 하자의 보수를 위해 존재하므로, 입주자대표회의 등 권리자가 이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행사하여 하자보수 비용을 현실적으로 수령하여 보수목적을 달성하였다면 다른 권리가 소멸될 수 있다22)’고도 하였다.
요컨대 하자보증제도, 특히 보증서는 ‘하자보증금 납부의무’를 주채무로 하는 보증채무의 약정이므로 하자담보책임과 별개의 근거를 가진 것이지만, 하자담보책임에서 대상으로 삼는 하자와 하자보증금의 지급 조건으로 삼는 하자는 동일한 목적물로부터 유래되므로 두 권리 중 하나의 권리가 행사되어 하자가 치유되었다면 다른 권리는 소멸할 수 있어 사실상의 대체관계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Ⅲ. 선행연구 검토
하자담보책임과 관련된 연구는 ‘하자의 정의’, ‘하자보증기간의 적정성’, ‘공관법과 집건법상 하자담보책임제도의 정합성 비교’, ‘하자담보책임제도에 관한 국제적, 비교법적 연구’ 등 주로 법률적인 관점에서 그 제도상의 개선방안을 찾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내구재인 건축물 소비과정, 특히 국민의 보편적 주거생활에서 하자가 주는 불편성과 긴급성에 대한 실효적 해결책을 다룬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본 연구는 하자담보책임제도의 법적 근거나 정합성 제고에 못지않게 실제 국민의 생활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중점을 두었다.
김학환(2011)은 민법을 비롯한 다양한 법률에서 규정하는 하자담보책임제도에서 ‘하자의 개념’이 담보책임제도의 핵심사항임에도 법률상 불비된 채 ‘하자의 구제’ 등에 치중하고 있는 상태를 지적하였다. 김학환은 독일, 프랑스, 일본의 하자개념23)에 관한 입법동향을 살피면서 우리 법제에 하자개념 도입시 검토할 사항을 제안하였다. 김학환(2011)의 연구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하자개념을 우리법제에 도입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수 있다.
홍성진(2020)은 공동주택관리법과 집합건물법으로 이원화된 ‘시공자’의 하자담보책임에 주목하여 집건법 상 시공자의 책임이 일정 조건에서 제한됨에 반해 공관법 상 시공자의 책임범위는 무엇인지 법무부에 질의하였다. 질의결과, ‘공관법 상 시공자에게는 사업주체와 동일한 손해배상책임이 부과되며, 이 손해배상책임은 집건법과 달리 사업주체(분양자)가 무자력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부담하며, 사업주체와 시공사가 함께 손해배상책임을 질 경우, 이는 부진정연대채무에 해당한다’는 회신을 얻었다. 홍성진(2020)은 두 법령상 하자담보책임의 정합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으로 ① 신뢰보호원칙 하에서 담보책임 적용대상과 관련하여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24)은 공관법을 적용하고, 그 외 집합건물은 집건법을 적용한다고 해석하였으며, ② 입법체계 정당성 원칙 하에 집건법에 명문규정이 없는 하자보수보증금 예치제도를 집건법에도 규정할 것을 제시했다. ③ 또 비례의 원칙 관점에서 공관법상 시공자 책임을 집건법 수준으로 제한할 것을 제시했다.
집건법과 공관법상 하자담보책임의 혼선 중 하자담보 책임기간에 주목한 연구로는 신미연(2019)을 들 수 있다. 신미연(2019)은 하자담보책임 기간과 관련하여 2016년 8월 제정된 공관법으로 인해 책임기간의 법적 성질이 문제될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공관법상의 하자담보 책임기간을 과거 주택법과 집건법 관계로부터 확립된 일관성을 유지해 제척기간이 아닌 발생기간25)으로 해석하여 구분소유자의 권리보호 관점에서 실권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김세연·우재형(2018)은 하자담보책임제도를 다루는 영미법계와 대륙법계의 체계를 <표 2>와 같이 비교하였다. 특히 김세연·우재형(2018)은 국제건설계약에 적용되는 하자보증증권의 무인성(unconditionality)26) 에 주목하였는데, 국제건설계약에서 하자보수를 강제할 수 있는 보증서 제도와 관련하여 통상적으로 주채무와 절연된 보증채무의 독립성을 바탕으로 주채무의 불이행 여부에 불문한 지급조건에 대해서 자국법원의 지급정지가처분 및 국제상업회의소(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 ICC) 중재를 통한 정지방법을 제시하였다. 김세연·우재형(2018)의 연구는 국제계약에서 하자보증제도가 갖는 중요성을 다루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자료 : 김세연·우재형(2018) 논문 결론을 저자가 요약 정리.
하자담보책임이라는 주제는 다양한 계약을 원인으로 급부한 목적물의 불완전성에 기해 발생하는 문제이다. 지금까지 이 주제에 대한 선행연구는 이 불완전성을 둘러싼 원인, 책임성질, 책임기간, 해결방안 등에 대한 사항을 주로 법률적 관점에서 찾은 것이 사실이다. 일반원리에 따른 개별사안의 해결이라는 것은 현실을 다루는 매우 중요한 방법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개별 사안에 대한 문제 해결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반원리로서 법률 정비는 물론 하자의 실제상황, 보수여건, 당사자의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본 연구는 법률적 관점을 근간으로 삼되, 현행 우리나라의 주요 건축물별 하자발생 및 처리양태를 실제 자료를 통해 분석하여 그 대안을 찾는다는 점에서 선행연구와 차별성을 갖는다고 할 것이다.
Ⅳ. 실태분석 및 문제점 도출
건축물을 포함한 건설생산물의 하자발생실태와 그 대안을 살펴보기 위해 건설보증기관의 하자보수보증27) 중 발급 이후 보증기간(담보책임기간)이 종료되기 전에 하자발생이 보고된 총 88,699건28)의 데이터를 대상으로 분석하였다.
<표 3>은 분석대상 자료를 요약한 것으로, 지난 2000년부터 2020년까지 건설공제조합에서 발급한 하자보증서는 총 150만여 건이며, 이들의 보증금액 총액은 43.9조 원임을 알 수 있다. 이 중 하자발생이 보고된 건은 9만 4천여 건이며, 금액으로는 9.27조 원이었다. 21년 동안 연평균 약 7만 1천여 건의 하자보증서가 발급되었고, 이 중 평균 약 4,488건의 하자가 발생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분석 기간 동안 하자보증 1건당 평균 보증금액은 2,927만 원이었으며, 하자가 발생한 건의 보증금액 평균은 9,843만 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하자 보증의 평균 보증금액보다 하자발생 건의 보증금액이 약 3배 이상 높은 것은 하자발생이 평균보다 높은 고액 보증 건에서 많이 나타났음을 의미하는데, 평균 하자보증금율 5%를 감안하면 계약금액 약 20억 원 규모의 공사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하자가 소규모 공사보다는 일정 규모 이상의 공사에서 많이 발생하였다는 점을 의미한다.
구 분 | 발급건수 | 보증금액 | 하자건수 | 하자금액 |
---|---|---|---|---|
총계 | 1,500,322 | 43.9조 원 | 94,244 | 9.27조 |
연평균 | 71,444 | 2.09조 원 | 4,488 | 0.44조 |
1건 평균 | 2,927만 원 | 9,843만 원 |
<그림 3>은 분석기간 중 연도별 하자발생율을 발급 건수와 보증금액을 기준으로 각각 살펴본 것이다.
2000년 이후 발급한 하자보수보증 총 150만여 건 중 21년간 하자가 발생한 94,244건은 전체 발급 건수 대비 약 6.3%에 해당된다. 그런데 이들 하자발생 건의 보증금액은 전체 보증금액의 약21.1%였다. 즉, 하자발생율이 건수 기준으로는 6.3%, 금액기준으로는 21.1%라는 것을 의미한다. 보증건수보다 보증금액을 기준으로 한 하자발생율이 높다는 점도 하자발생 공사의 규모가 발생되지 않은 공사의 규모보다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21년간 연도별 하자발생율을 금액기준으로 보면 2011~2014년 동안 타 기간에 비해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하자발생이 수년간의 시공환경, 준공물량, 준공 이후 사용관행, 기후 등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받는다는 점에서 이 기간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4대강 사업 등 건설물량이 예년에 비해 늘었났던 시기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건설생산물별 하자발생실태를 살피기 위해 건설생산물을 <표 4>와 같이 분류하였는데, 크게 주택·건축·토목으로 대분류 후, 주택(3개 중분류)은 아파트공동주택·아파트외공동주택·기타주택으로, 건축물(4개 중분류)은 학교·군부대·상업건축물·기타건축물로, 토목(11개 중분류)은 도로·철도·전력시설·교량·터널·조경·항만시설·관로시설·하천제방·택지부지·기타토목 등 총 18개로 분류하였다.
<표 4>에서 보듯이 실제 하자가 발생한 88,699건을 우선 대분류 (주택·건축·토목) 단위로 보면, 건축 하자가 43.6%로 가장 많으며, 주택 36.7%, 토목 19.7% 수준으로, 주택·건축 두 건축물 하자가 전체 하자의 80.3%를 차지하여 압도적으로 높음을 알 수 있다. 이와 달리 토목생산물의 하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토목공사의 특성상 하자발견이 주택이나 건축물에 비해 용이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수 있다.
토목생산물은 대개 관급공사로 발주되어 하자담보책임기간 동안 정기적으로 각 연차별 하자 기간 만료 전에 하자를 점검, 확인하게 되는데, 이는 적극적으로 하자발생을 탐색하기 어려운 토목공사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토목생산물의 하자탐색이 주택이나 건축에 비해 어렵다는 점은 완공 이후 자연환경에 그대로 노출되는 특성으로 인해 하자 탐색의 어려움을 의미한다.
<표 4>에서 보듯이 18개 세부 생산물 중에서는 단연 기타건축물과 공동주택의 하자비중이 각 25.5%, 23%로 가장 높았다. 공동주택과 기타건축물의 하자비중이 높은 이유는 설계 시공상의 복잡성으로 하자 발생이 잠재된 건축생산물이라는 점과 다중이용시설이며, 관리주체가 명확하다는 공통점에 기인한다. 즉, 내재된 하자에 대해 사용 과정에서 하자촉진 여지와 관리주체의 적극적인 하자탐색 등이 결합된 결과로 추정된다.
하자발생 기록이 있는 전체 88,699건의 평균 하자보증기간은 1,299일이었는데, 이 중 하자가 발생한 시기는 보증기간 개시일로부터 평균 약 860일이 경과된 시점으로 분석되었다. <그림 4>는 전체 18개 건설생산물별로 준공 이후 하자가 발생하는 평균소요기간과 평균 보증기간을 대비한 것이다. 터널, 비아파트 공동주택, 학교건축물, 철도시설물의 하자발생 시기가 보증기간 대비 절반이 지난 시점으로 분석되었고 절대 시간으로는 군부대, 학교, 상업건축물, 조경공사의 하자가 타생산물에 비해 빨리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공동주택의 경우 아파트가 준공 후 1,159일, 비아파트가 약 806일 만에 하자가 발생되는 것에 비해, 주택을 제외한 건축물은 준공 후 평균 645일이 경과된 시점에 하자가 발생하여 일부 토목 생산물을 제외하고 타 생산물에 비해 하자발생 시기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건축생산물은 전체 생산물 중 하자 비중(43.6%)도 가장 높음과 동시에 하자발생 시점도 가장 빨라, 하자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일반건축물의 하자가 비교적 조기에 발견된다는 점은 일반건축물이 하자관리에 취약하다는 점을 시사하며, 다중 이용시설로서 상업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높아 공동주택에 비해 입주자대표회의 등 관리주체로부터 일관된 관리행위를 기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한편 전체 하자발생건 88,699건의 하자보수 보증금액 평균은 약 10,050만 원으로 분석되었는데, 이 중 하자가 발생된 것으로 신고된 평균금액은 9,675만 원으로 나타났다.
<그림 5>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철도·전력시설·터널·항만시설 등 토목공사의 하자발생액이 공사금액에 비례하여 높게 나타났으며, 일반건축물과 주택의 하자발생액은 각각 6,457만 원과 9,982만 원으로 분석되었다. 특히 아파트와 같은 대형공동주택은 건축물 중 가장 높은 하자발생액을 보였는데, 역시 공사규모에 비례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림 6>은 하자발생액 중 보증기관에서 대지급한 결과를 연도별로 정리한 것이다. 즉, 분석기간 21년간 하자보증서 발급 건 중 하자가 발생한 건은 <그림 3>에서 확인한 것처럼 전체 발급 건수대비 6.3%였고, 전체 보증금액대비 21.1%였는데, 이처럼 하자가 발생한 건 중 보증기관의 보증금 지급을 통해 문제가 해결된 것은 보증 건수를 기준으로 평균 약 18.7%이며, 보증금액을 기준으로는 약 4.5%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기관의 대지급 건수비중이 금액비중보다 높다는 점은 소액 공사 건에 대한 대지급이 많았음을 의미하는데, 상대적으로 영세한 건설사업자의 보수 불이행이 빈발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보증기관의 대지급이 하자담보책임 의무자인 시공사(수급인)의 보수불이행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수급인의 보수불이행은 우선 경영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의 영향을 받는다고 봐야 한다. 이 같은 요인에는 수주물량·경쟁 환경은 물론 경기요인 등 거시요인으로부터 당해 하자 건의 보수비용 등이 작용할 수 있다. 또, 보수권리자와 지속적인 분쟁에 기해 보수이행보다 보증기관의 대지급을 선택적으로 활용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표 5>는 지난 21년간 하자가 발생된 건 중 그 하자발생이 해제(해결)된 원인별로 그 구성비를 집계한 것이다. 먼저 하자발생 보증건수를 기준으로 하자가 발생한 공사 중 약 75.1%는 시공사의 보수이행을 통해 하자가 해결되었는데, 이를 보증금액 기준으로 보면 전체 하자발생액의 약 81.8%에 해당한다. 보증기관의 보증금 대지급을 통한 해결은 하자가 발생한 건의 약 21.1%, 하자보증금액 기준으로는 4.36%를 차지했다. 대지급을 통한 해결에서 보듯이 보증금액 대비 보증건수 비중이 높은 것은 하자보수이행 능력을 상실한 영세업체의 소규모 공사에 대한 보증금 대지급이 많이 이루어졌음을 시사한다. 해결방법 중 ‘기타’는 시공사와 권리자의 합의 또는 소송을 통한 해결로 추정할 수 있는데, 소송의 경우는 하자발생을 신고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경우도 많으므로 실제 비중은 이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하자발생신고 이후 위 3가지 방법 중 하나로 해결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평균 696일로 분석되었다. 보증기관의 대지급이 보수이행능력을 상실한 시공사의 공사 건에 대해 보증금 청구 후 약 30일 이내에 이루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해결 소요기간으로 분석된 이 696일은 대부분 시공사의 보수시공을 통한 해결 기간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최초 하자발생 시 정확한 원인진단과 보수방법이 하자 해결 소요기간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해결유형 | 건수기준 | 금액기준 | ||
---|---|---|---|---|
1. 시공해제 | 66,529 | 75.1% | 7.58조 원 | 81.8% |
2. 대급해제 | 18,705 | 21.1% | 0.40조 원 | 4.36% |
3. 기타 | 3,465 | 3.8% | 1.29조 원 | 13.8% |
해제소요기간 평균 | 696일 |
지금까지 건설보증기관에서 지난 21년간 발급한 하자보증 자료를 바탕으로 하자발생 실태에 관한 주요 사항을 확인했다. 또, 2장의 이론적 배경을 통해 현행 하자담보책임을 규율한 네 법령의 주요사항과 법령 간 관계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이론적 배경에서 살펴 본 하자 관련 현행법령은 하자담보책임 권리자와 의무자 관계의 복잡성, 적용상의 혼선 등으로 인해 하자발생 시 이를 해결하는 과정보다는 확인하는 과정에 집중돼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또, 집건법과 공관법 동시 규율 대상인 공동주택이나 주상복합건물 등 건축물은 두 법령 간 내용에 따라 사업시행주체(공급자)와 구분소유자(=수분양자, 수요자)간의 문제가 결국 민법과 건산법에 따른 사업시행자(공급자)와 수급인(생산자)의 관계로 귀결되면서 결과적으로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이 상이해지는 양상을 낳게 하였다.
모든 하자를 사법판결을 통해 해결할 것이 아니라면 하자 문제 해결을 위해서 궁극적으로 당사자 간의 합의가 요구된다. 그런데 현행 법령 상 이 합의에 이르기 위한 기본정보라 할 수 있는 ‘하자의 개념’, 그리고 ‘판정절차’ 규정 등이 갖추어져 있지 않음으로써 하자를 둘러싼 권리자와 의무자 간 다툼을 실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실태분석을 통해서는 먼저 연간 신규 건설생산물의 평균 20% 이상이 준공 후 하자가 발생하며, 하자가 발생된 건설생산물 중에서 건축물과 주택의 비중이 80%를 넘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특히 건축물의 경우, 하자 발생 시기도 여타 생산물에 비해 빨라 하자 관리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하자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법상의 한계로 인해 해결에 장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었다. 주택의 경우, 준공 후 2.8년(1,056일), 건축물의 경우 평균 1.8년(645일)이 경과하면 하자가 발생해 그로부터 하자보수이행, 보증금지급, 소송 등을 통한 해결까지 또 다시 평균 696일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자원인에 대한 양 당사자의 공감대 형성을 비롯해 시공사의 보수이행이 수차 지속되는 과정에서 장기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이 같은 장기간의 해결과정에 소송 또는 보증금지급이라는 금전적, 법률적 해결책 외에 이렇다할 실질적 해결방법이 부재하다는 점은 하자 문제 해결의 유연성을 저하시킨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실태분석과 법 제도를 통해 확인한 하자담보책임제도의 실상은 건축물 하자가 일상적으로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발생된 하자에 대해 보수 등 실제적인 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보다 하자책임관계 등 법률적 쟁점에 집중되어 그 해결 방식이 실효적으로 작동되지 못하는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더욱이 이 같은 문제는 향후 우리나라 건설생산물의 노후화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어 문제의 심각성이 가중된다고 할 것이다.
Ⅴ. 하자담보책임제도 개선방안
하자 문제가 처음 제기될 때 핵심쟁점은 ‘하자 판정문제’로 집중된다. 하자판정을 기초로 비로소 당사자 간 책임과 권리가 확정되기 때문에 하자 문제의 제기는 그 자체로 매우 민감하고 첨예한 사항이다. 그러다 보니 하자발생을 신고하는 권리자(수분양자, 구분소유자)의 경우 하자의 원인을 배제한 채 건축물의 기능 이상 또는 그로 인한 생활상의 불편 자체를 하자로 단정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의무자(시공사)는 하자 여부를 기술적으로 확인하기보다 권리자의 주장을 반사적으로 회피하거나 부인하려는 유인에 노출된다. 두 당사자의 입장이 이처럼 차이나는 이유는 하자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 부족과 그 발생원인에 따른 책임부담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책임부담의 불확실성이 주로 하자 원인을 찾는 과정부터 이후 보수완료까지 소요될 시간과 비용에 있음은 물론이다. 의무자는 의무자대로, 권리자는 권리자대로 하자(또는 기능이상) 원인이 자신에게 귀결될 경우 떠안게 될 부담으로 인해 상대방 의견을 부인할 유인이 훨씬 크다. 요컨대 하자 문제는 구조적으로 당사자 간 자율 조정 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 점을 내재하고 있다. 이후 이 대립은 상호불신에 따른 분쟁으로 진화하여 하자 상태를 장기간 계류시키게 된다. 결국 문제의 심각성 여하에 따라 제3의 판정기관을 통한 확인, 또는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다수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같은 하자 문제를 실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최우선적 대안은 하자판정을 ‘객관적이고 신속하게’ 할 수 있는 ‘제3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하자판정과 관련해서 국토부는 현재 두 개의 관련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하나는 공관법29)에 의한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이며, 다른 하나는 건산법30)에 설치 근거를 둔 ‘건설분쟁조정위원회’이다.
실태분석에서 확인했듯이 하자 문제가 주택을 포함한 전 건설생산물에 걸쳐 있는 공통의 문제라고 보면 두 위원회의 기능31)을 융합하여 하자가 잠재된 민간의 모든 건축물까지 업무범위를 확대하되, 하자신고 → 판정과정 및 원인공유 → 결과통지 등 하자판정체계 전 과정의 전문성과 신속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실무적으로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와 건설분쟁조정위원회를 별도로 운영하더라도 두 기능을 융합하는 공적기구(가칭 하자판정 센터)를 갖추어 두 위원회의 기능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하자 문제 해결의 출발점으로 하자판정체계를 보강하였다면 이후 문제는 하자보수로 귀결된다. 하자보수는 가장 본질적으로 시공사의 역무이행으로 이루어지지만 경우에 따라 보증금 지급으로 대체되는 등 금전적 해결을 통한 방법도 병행된다. 대기업 건설사의 경우 사내 AS센터 또는 고객센터를 통해 하자 문제를 대처하지만, 이는 전국에 산재한 7만 여개의 건설사들 중 극히 일부에 해당한다. 따라서 역무보수를 통한 이행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대다수 중소 건설사들은 불확실성을 내재한 하자를 위해 상시적으로 보수팀을 운영할 정도의 비용부담을 감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자 원인을 파악하고, 그 보수 이행에 전문성을 갖춘 기구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를 위해 통합위원회 산하에 실제 역무보수를 이행하는 ‘하자보수센터’ 운용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하자보수센터가 하자보수 의무자를 대신하여 보수를 이행할 때 비용이 문제될 수 있는데, 그 비용은 보증기관의 하자보증채권과 연계되므로 건설보증기관으로 하여금 하자보수센터를 위탁 운용토록 하는 것이 역무보수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 판단된다. 하자보수센터에서는 현행 하자보증채권 범위 내에서 신속하고 전문적인 역무보수를 이행함으로써 권리자는 신속한 역무보수 서비스를 통해 하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의무자는 불확실성이 내재된 하자비용 부담을 보증채권 범위 내에서 이행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건설보증기관은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절감 등 보수 원가를 절감할 수 있어 보증금 대지급에 비해 질적으로 제고된 보증채무를 이행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하자보수의 전문성을 배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건설생산물의 하자담보책임은 일반적으로 담보책임기간 동안 존속한다. 담보책임기간은 민법, 건설산업기본법 등에서 건설생산물의 종류별로 규정하고 있는데, 최장 10년의 범위 내에서 건설생산물의 종류별 특성을 감안하여 정하고 있다. 문제는 담보책임기간 동안 발생한 하자가 아니라 사실상 건설생산물의 사용기간 동안 그 안전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하자담보 책임기간의 종료 후 건설생산물의 관리는 실상 성능유지를 위한 유지보수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이다. 그런데 하자에 의한 결함이든 관리 부재에 따른 결함이든 건설생산물 이용자에게 불편을 초래한다는 사실과, 나아가 관리부실에 따른 부의 외부효과(피해의 비배제성32))로 인해 위험성이 대중으로 확대될 경우 이는 사회 안전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따라서 하자담보책임기간 이후의 건설생산물 성능관리를 위한 성능보장보험제도를 구상할 필요가 있다.
<표 6>은 2020년 기준 우리나라 건축물의 용도별 노후화 정도를 나타내고 있다. 건축물의 동수 기준으로 전국 전체건축물의 38.8%가 사용승인 후 30년 이상이며, 특히 주거용의 경우 48.2%에 달한다. 지방의 노후화는 수도권에 비해 그 정도 더욱 심한데, 주거용 건축물의 절반 이상이 30년 이상 노후건물임을 보여주고 있다.
자료 : 국토교통부(2021).
하자담보책임기간 동안의 하자는 판정과 보수를 통해 문제해결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실행하되, 하자담보책임기간 이후의 건설생산물의 경우 건축물에 한해서라도 성능보장보험제도를 도입하여 운용한다면 사용기간 중 건축물의 안전을 증대하면서도 노후화 속도를 늦추어 건설소비에 따른 편익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
건축물 성능보장보험은 건축물 하자나 일상적 기능이상을 담보하는 보험으로 보험사고의 범위는 종래 하자담보책임에서 규율하는 하자수준으로 하되, 하자발생 원인을 담보책임제도에 비해 폭넓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 보험가입자와 수익자는 원칙적으로 건축주(구분소유주, 수분양자)로 하고, 1년 단위의 보험기간 운영을 고려한다면 기간 내 실제 건물을 사용·수익하는 자(임차인 등)의 가입을 배제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성능보장보험의 의무가입대상은 건축물의 규모 등을 고려하여 장기수선충당금 등의 재원이 확보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나 다중이용시설 등은 의무보험으로, 여타는 선택보험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33)
하자담보책임제도를 규율한 법령분석과 하자보증 실태분석을 통해 확인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이상에서 하자 문제의 해결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는 세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먼저 하자 문제 해결의 최우선 과제로서 하자판정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국토부 산하의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의 하자판정기능을 통합하여 하자판정센터를 운용하는 것과 건설보증기관을 통한 하자보수센터의 대행을 통해 역무보수를 통한 하자 문제 해결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방안이었다. 마지막으로 하자기간이 종료된 건축물에 대해 노후화에 따른 기능이상이나 하자위험을 담보할 수 있는 성능보장보험제도 도입을 제안하였다. 이밖에 하자관련 법령분석에서 확인된 하자개념규정의 신설을 포함해 <표 7>에 법적 정비사항을 정리하였다.
Ⅵ. 결론
본 연구는 현행 하자담보책임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법률적 한계와 실태분석을 통해 그 대안을 제시하였다. 그간 하자담보책임제도를 법률적인 관점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데에서 진일보하여 하자담보책임과 연계성을 띠는 하자보수보증 자료를 활용하여 하자발생의 실제 양상을 조명하고, 이를 현행 법률을 기반으로 대안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보증기관의 실태분석 자료에 따르면 해마다 사용승인을 받기 위해 하자보증발급대상이 되는 공사 중 담보책임금액 기준으로 약 21.1% 이상 평균적으로 하자가 발생하는데, 그 발생시기는 주택과 일반건축물의 경우 준공 후 각각 1,054일과 654일이 경과된 시점이었다. 이렇게 발생된 하자 중 약 18.7%는 보증기관의 보증금 대지급으로, 나머지는 담보책임기간 중 시공사의 지속적인 보수 내지는 소송을 통해 하자 문제가 해결된다고 요약할 수 있다. 문제는 일상생활에서 하자발생이 빈발하고, 그에 따른 당사자 간 분쟁이 잦지만 그 해결에는 또다시 2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는 등 결과적으로 해결이 지지부진하면서 권리자와 의무자 모두 높은 분쟁비용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대형 공동주택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 등을 통한 법적 대응이 가능하지만, 80% 이상의 하자가 지지부진한 경로에 그 해결을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하자의 불편성, 하자해결의 불확실성과 장기성을 감안할 때, 당사자 간에 실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하자원인 조사를 통한 ‘하자판정 기능’이 강화될 필요가 있음을 우선적으로 확인했다. 나아가 실생활에서 보다 전문적이고 신속한 하자보수가 이행되기 위해 하자보증채권의 범위 내에서 지역단위별로 하자보수센터를 설치하여 ‘하자치유의 접근성’을 제고할 필요성도 확인했다.
덧붙여 건축물의 노후화는 도시화가 진행되어가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문제로서 하자담보책임과는 별도로 건축물의 안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하자담보책임기간이 종료된 건축물의 지속적인 성능관리를 위해 성능보장보험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의 한계는 자료의 한계로 인해 원·하도급으로 대별되는 건설생산의 공급 체인을 고려하여 하자실태를 분석하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또 건설경기와 하자발생의 상관관계를 실태분석 과정에서 보다 입체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점도 후속연구를 통해 보완할 사항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