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은퇴는 가구소득의 급격한 감소를 가져오며, 그로 인해 기존의 자산소득과 자녀의 지원 그리고 공적연금에 의존하게 함으로써 가구의 경제활동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게 된다. 통계청의 가계복지조사자료를 이용하여 국내 은퇴가가구의 특성을 분석한 연구(김진성, 2015)에서는 국내 가계의 은퇴는 가구주 연령 기준으로 60대 초반에 본격적으로 시작해서 70대 초반에 이르러야 절반 가량의 가구가 은퇴하며, 80대가 넘어서도 은퇴하지 못하는 가구 비중이 16%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처럼 국내 가구의 은퇴가 늦어지는 이유는 은퇴 준비의 부족과 그로 인한 경제적 문제 때문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전되는 현실에서1) 은퇴가구의 소득과 자산의 문제는 고령자가 대부분인 이들 가구의 경제적 안정과 삶의 질에 직결되어 있으며 장래 고령화의 급격한 진전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국내 노인빈곤율이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임을 감안할 때 고령화의 진전과 함께 가구의 은퇴는 이들 가구의 경제적 안정성, 주거복지 그리고 여가문제 등 이들 가구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그간 은퇴가구에 대한 연구들은 은퇴에 따른 소비, 소득수준의 변화나 주거문제 등 여러 가지 관점에서 분석이 이루어진 바 있다.
가구의 은퇴와 관련된 주요 이슈 중의 하나는 가구가 은퇴와 함께 급격히 자산을 처분하는지에 대한 논의였다. 은퇴가구의 소득, 소비 그리고 자산구조를 설명하는 이론인 생애주기모델에서는 가구는 은퇴와 더불어 자산보유를 급격히 줄이는 행태를 보이는 것으로 설명하였다. 그러나 생애주기모델에서의 이론적 설명과 달리 은퇴가구는 미래수명의 불확실성, 상속동기, 급격한 의료비 지출 등과 같은 요인들로 인해서 일정기간 이상 자산을 축소하지 않고 보유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선행연구에서는 이런 은퇴가구의 자산보유 행태를 소위 확장된 생애주기모델로 설명하고 있다(김현정·김우영, 2010).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먼저 은퇴가구의 자산보유 패턴이 은퇴 이후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를 검증하고자 한다. 또한 이런 자산보유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검증하고자 하며, 기존 연구에서 체계적으로 고려하지 못했던 미래수명에 대한 기대, 가구주의 건강과 배우자와의 사별 등 다양한 요인들을 모형에 포함함으로써 은퇴가구의 자산구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은퇴가구에 대한 주거복지정책이나 일자리 정책 등 관련 정책수립시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표본선택편의를 가진 패널자료를 추정하는 방법론인 패널표본선택모형을 채택하였다. 은퇴가구의 자산결정요인 분석은 1단계의 은퇴 여부와 관련이 있게 되며, 이런 표본선택편의가 존재하는 경우에 활용할 수 있는 모형이다. 은퇴가구의 자산보유 패턴을 분석할 수 있는 패널자료로는 한국고용정보원(2021)의 고령자패널조사자료가 있으며, 1차(2006년)부터 7차 조사(2018년)까지의 자료를 이용하였다.
은퇴가구의 자산구조를 분석한 선행연구들은 대부분 횡단면자료를 이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은퇴가구의 자산변화 추이에 대한 정확한 추정이 어려워지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자료의 이용가능성과도 연관된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본 연구는 한국고용정보원의 고령화패널조사 자료를 이용함으로써 은퇴가구의 12년 동안의 자산변화 추이를 분석하였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균형패널자료의 활용은 횡단면자료를 이용하는 데 따른 연령효과(cohort effect)와 기간효과(period effect)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어서 은퇴에 따른 가구의 자산변화 추이에서의 오류를 수정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Attanasio and Hoynes, 2000). 또한 은퇴가구의 자산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함으로써 은퇴가구의 자산배분과 구조에 대한 분석을 시행했다는 점이다. 은퇴가구의 건강이 이들 가구의 자산보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으며, 부모와 성인자녀와의 관계의 관점에서 성인자녀 등 외부로부터의 금전적 지원이 자산보유에 미치는 영향력을 분석하는 등 선행연구에서 활용하지 못했던 변수들을 활용함으로써 은퇴가구의 자산에 대한 풍부한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Ⅱ. 은퇴가구의 자산보유와 선택
생애주기와 주거소비이론에 관한 전통적 이론인 생애주기가설에 의하면 대체로 노년기에는 소비에 비해 소득이 작아져 음(‒)의 자산축적이 이루어진다고 가정하고 있다. 생애주기가설에 따르면 소비는 항상 소득에만 의존하므로 연령과 상관없이 대체로 평평한 형태로 나타나야 하며, 가구의 자산은 은퇴 전까지 증가하며 은퇴 후에는 감소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가구의 자산은 생애주기가설이 예측한 것보다 더 큰 규모로 축적되며, 은퇴 후에 자산의 급격한 축소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생애주기가설이 현실과 다른 이유는 현실의 자본시장은 불완전하며, 미래소득, 기대수명 등을 확실하게 예견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구가 은퇴 이후에도 저축을 하고 자산을 축소하는 대신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리는 이유로 불완전성에 기인한 유동성 제약이나 소득, 기대수명, 의료비 지출 등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예비적 저축동기, 상속동기 등의 요인들을 고려할 수 있다. 기존 생애주기 가설에서 고려하지 못했던 요인들을 모형에 도입함으로써 소위 확장된 생애주기가설(augmented life-cycle hypothesis)이 보다 은퇴가구의 자산보유와 선택행태를 설명하는데 적합한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은퇴가구의 자산변화에 대한 연구들은 가구가 은퇴 후 자산보유를 감소시키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신지호·최막중(2013)은 은퇴가구의 은퇴 후 10년 동안 총자산 변화를 분석하면서 금융자산은 감소한 반면, 부동산자산의 증가를 보고하였다. 은퇴 경과기간에 따른 가구의 자산변화 추이를 분석한 강주성·양세정(2017)의 경우에도 은퇴 후 오랜 시간이 지나도 부동산자산은 감소하지 않은 반면, 금융자산은 감소하였음을 보고하였다. 이에 비해 유경원(2012)은 은퇴가구가 65세를 전후해서 자산이 감소한다고 분석함으로써 선행연구들과 다소 다른 결과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희숙 외(2013)의 연구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은퇴가구들은 적어도 은퇴 이후 단기간에는 그들 가구의 자산을 변동시키는 행태를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은퇴가구의 자산선택과 보유에 대한 연구들은 크게 미래에 대한 수명, 상속동기, 의료비지출, 건강 등의 관점으로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은퇴가구의 자산과 관련하여 부모와 자녀간의 관계라는 요인을 도입함으로써2) 이런 세대간 관계의 변화가 은퇴가구의 자산변화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분석도 필요해 보인다.
사망위험은 저축의 중요한 동기인데, 그 이유는 실질할인율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사망위험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지수적으로 증가하고, 개인들의 조기 소비를 선호하게 되며, 소비와 부의 수준은 나이가 들면서 더 크게 감소하게 된다. 개인의 위험에 대한 태도가 자산보유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사망위험의 변화에 대해 위험회피적인 개인들은 소비를 덜하고, 보다 신중하게 반응하며 모든 연령대에서 소비를 덜하고 더 많은 자산을 보유함으로써 장수위험에 대응하게 된다. 또한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사망률이 다르다는 것이 많은 연구들에서 밝혀지고 있다(Attanasio and Hoynes, 2000; Hurd, 1999).
Hurd(1989)는 생애주기모델에 의도적 상속변수를 포함한 모델을 구성하였으며, 이것은 우연적 상속과 대비된다. 의도적 상속의 동기는 은퇴 초기에 소비를 감소시키게 되며 은퇴 기간 동안 소비의 감소를 가져오고 모든 연령대에 더 많은 자산을 보유하도록 유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Poterba et al.(2011)은 배우자의 사망이 자산보유의 급격한 감소를 가져오게 되며, Hurd and Smith(2001)는 배우자 사망시 자산의 80%가 상속된다는 것을 보고한 바 있다.
건강은 은퇴가구의 자산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은퇴자들이 저축하는 가장 중요한 동기 중의 하나는 질병에 대한 예비적 준비라 할 수 있다. 또한 질병에 따른 막대한 지출이 고령자들 사이에서 자산의 감소를 설명하는 요인이 된다.
고령자들이 건강보험과 사회적 보험에만 의존하는 경우, 이들은 경제적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건강과 관련된 지출의 불확실성이 고령자들의 저축이유라는 것을 Kotlikoff(1989)가 처음으로 설명한 바 있다. 그는 2기간 저축모델을 이용해서 중대한 건강문제에 대해 보험의 역할이 불완전한 경우, 중산층과 상위계층 가구의 중요한 저축동기로 작용함을 보여주었다.
은퇴가구의 자산변화를 분석한 해외연구들 역시 은퇴가구들은 은퇴 이후 자산을 상당히 장기간 유지하거나 증가시키고 있음을 실증하였다. Love et al.(2009)은 은퇴가구의 자산변화 추이를 설명하는 요인으로서 수명에 대한 불확실성, 상속 그리고 의료비용 지출을 중요한 요인으로 보았다. Ooijen et al.(2015)은 고령가구의 경우에도 자산을 지속적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가구들이 자산을 축소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심각한 건강문제나 배우자의 사망과 같은 요인을 지목하였다. 건강에 대한 충격이 자산감소를 가져온다는 분석은 Coile and Milligan(2009)의 연구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건강변수가 은퇴가구의 자산변화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은 배우자의 사망이나 건강문제는 고령자가구의 주택점유형태의 변화(자가에서 임차)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다(Venti and Wise, 2000). 은퇴가구의 자산에서 주택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은퇴가구의 건강변수는 이들 가구의 자산변화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은퇴가구의 자산보유 패턴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구의 상속동기, 불확실한 건강에 대한 지출 그리고 남은 여생에 대한 불확실성을3)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Ooijen et al., 2015). 따라서 은퇴가구의 자산변화 추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이들 가구의 자산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과의 상관성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Ⅲ. 분석의 틀
본 연구의 분석자료는 한국고용정보원이 제공하는 고령화패널조사자료이다(<표 1> 참조). 이 자료는 향후 초고령사회로 변화해 가는 과정에서 효과적인 사회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데 활용될 기초자료를 생산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고령화연구패널조사는 2006년 당시 제주도를 제외한 지역에 거주하는 45세 이상 중고령자 중 일반 가구를 대상으로 표집 및 조사를 실시하였으며, 2006년부터 짝수연도에 동일한 조사 항목을 중심으로 기본조사를 실시하고, 2007년부터 홀수 연도에는 기본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을 중심으로 특정 주제를 정하여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은퇴가구의 자산보유와 변화요인 분석을 위해 본 연구에서는 2006년도부터 2018년도까지 모두 7개년도의 자료를 활용하여 패널자료를 구축하였다. 고령화패널자료는 원자료, 구조변환자료, 라이트버전자료의 세가지 유형의 자료가 제공되는데, 본 연구에서는 분석을 위한 변수의 적합도를 고려해서 라이트버전자료를 이용하였다.4)
패널자료의 구축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2006년도부터 2018년도까지 표본에서 제외되지 않고 모두 응답한 가구만을 추출하였다. 자료의 구축은 가구주를 중심으로 구축하였으며, 연도별 자료를 합칠 경우 개인변수 아이디(pid)를 기준으로 해서 8개년도에 공통된 표본만을 추출한 경우 연도별로 3,173개가 되어 7개년도 표본수를 합친 전체 분석대상 표본 22,211개를 구축하였다.
은퇴는 여러 가지 기준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선행연구를 종합한 내용에 의하면 특정 연령대 이상을 은퇴로 정의하거나 노동시장 관련지표를 적용하는 방법, 연금수급에 따라 적용하는 방법과 응답자의 주관적 평가로 정의할 수 있다(유경원, 2012). 본 연구의 은퇴의 개념은 설문조사를 통해서 응답자가 주관적으로 답한 개념으로, 앞으로 특별한 상황이 변하지 않는 이상 일을 할 의사가 전혀 없는 상태라고 응답한 가구를 지칭한다.
국민노후보장패널에서는 은퇴를 응답자의 주관적 평가로 정의하고 있으며5), 본 연구의 분석자료인 고령화연구패널에서도 이런 응답자의 주관적 평가에 따라 구분하고 있다. 고령화패널조사와 국민노후보장패널에서의 은퇴의 정의상 차이가 있는 부분은 후자의 경우 단지 소일거리를 찾는 경우에는 은퇴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며, 본 연구에서는 한번도 직장생활과 같은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은퇴가구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은퇴가구의 자산 변화를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가구주의 교육 정도나 가구원 수 그리고 가구소득과 같은 변수와 함께 가구주의 건강 상태 그리고 배우자 사별 여부 등의 변수를 포함하였다. 특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나타내는 변수로 미래수명에 대한 기대변수를 포함하였으며6), 자녀 등으로부터의 지원금액을 자산결정 모형에 포함하였다(<표 2> 참조).
은퇴가구의 자산규모의 결정은 이들 가구의 은퇴 여부 결정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 경우 표본선택편의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가구의 은퇴와 자산보유 간에는 선택 편의로 인한 연관성이 있게 되며, 이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추정모형에서의 편의가 발생하게 되기 때문에 은퇴가구의 자산보유 추정모형에 가구의 은퇴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독립변수에 추정함으로써 표본선택편의 문제를 교정하게 된다.
특히 분석자료가 본 연구와 같이 횡단면자료가 아니라, 패널자료인 경우에 이를 교정하기 위한 방법으로 패널표본선택모형을 고려할 수 있다. 패널표본선택모형의 추정과정은 이호선(2015)의 연구를 참조하였다. 이 모형은 패널고정효과모형에 은퇴 여부의 결정에 대한 1단계 추정결과를 독립변수로 추가함으로써 추정의 오차를 개선하는 방법이다.
먼저 각 연도별로 은퇴 여부에 대한 횡단면 Probit 모형을 추정한다.
이렇게 추정된 모형을 이용하여 (inverse Mills ratio)를 계산한다.
추정된 (inverse Mills ratio)를 포함하여 고정효과 선형모형을 추정한다.
추정과정에서 가구의 은퇴 여부에 대한 횡단면 Probit 모형의 추정에서는 가구의 은퇴에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되는 변수들을 포함하였다. 다만, 은퇴가구의 자산보유에 영향을 미치는 고정효과 선형모형에서는 은퇴가구의 자산보유에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변수들(예를 들면 수도권 거주 여부)을 추가로 포함하였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패널고정효과모형에서 연도변수는 더미변수로 독립변수로 포함해서 추정해야 할 오차항의 일부분으로 산정하게 된다.
Ⅳ. 은퇴가구의 자산보유현황과 결정요인 분석
은퇴가구의 생애주기별 자산현황을 분석자료의 가장 최근시점인 2018년을 기준으로 정리해보면 은퇴가구의 연령이 증가할수록 보유자산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즉, 은퇴가구의 연령이 55~59세의 금융자산은 약 3천 3백만 원이나 80세 이상은 999만 원으로 크게 감소하였다. 또한 부동산자산의 경우, 동일한 연령대에서 2억 6천만 원에서 1억 8천만 원으로 감소한 것으로 분석되었다(<표 3> 참조). 그러나 이같은 분석결과는 횡단면자료가 가지고 있는 한계로, 앞서 논의한 대로 연령효과나 기간효과 등이 섞여 있어서 은퇴가구의 자산변화에 대한 정확한 추이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본 연구에서 구축한 패널자료를 기준으로 2006년도에 65~69세 그룹의 연도별 자산변화 추이는 이같은 분석결과를 뒷받침하고 있다(<표 4> 참조). 즉, 2006년도에 은퇴한 65~69세 가구의 평균 금융자산은 527만 원이었으나 2018년도에 이들 가구의 평균 금융자산은 1천 3백여만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하였다. 이들 그룹의 부동산자산의 경우에도 금융자산과 동일한 패턴을 보여주는데, 2006년도에 평균 부동산자산보유액은 약 7천 1백만 원에서 2018년도에는 약 1억 5천여만 원으로 평균 2배 이상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은퇴가구의 연령대별 자산변화추이를 연령대별로 구분해서 정리해 보면 <그림 1> 및 <그림 2>와 같다. 먼저 부동산자산의 경우, 은퇴가구가 은퇴를 결정한 이후 10여 년간의 보유추이를 보면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은퇴 이후에도 부동산을 처분하는 행태를 보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은퇴가구 중에서 75~79세 그룹과 80세 이상 그룹이 은퇴 후 약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부동산자산이 일부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은퇴가구의 금융자산 보유액 추이 역시 부동산자산의 변화추이와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으나, 80세 이상의 은퇴자들의 금융자산의 감소 추이가 빠르게 나타나는 것이 부동산자산의 보유액 변화와 차이라 할 수 있다.
본 분석 결과는 은퇴가구가 은퇴 이후에 보유자산을 급격히 줄이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당 기간이 지난 후에도 자산을 유지하거나 조금씩 증가시키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같은 결과는 패널분석을 통해 은퇴가구의 자산변화추이를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함으로써 국내 은퇴가구의 자산보유는 소위 확장된 생애주기모델을 따르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분석대상 가구의 기초통계량(2018년 기준)은 <표 5>와 같다. 전체 대상가구는 3,100여 가구이며, 가구의 부동산자산 평균은 약 1억 7천여만 원, 금융자산 평균은 약 2천여만 원으로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다. 은퇴가구의 가구원 수는 평균 2.25명이며, 은퇴가구의 미래수명에 대한 기대는 100점 만점에 평균 53점으로 나타났다.
은퇴가구의 부동산자산과 금융자산의 결정요인 분석은 표본선택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패널고정효과 모형과 패널표본선택 모형을 비교한 결과를 제시하였다. 분석 결과, 패널고정효과 모형에 비해 표본선택편의를 고려하는 모형이 보다 합리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추정계수의 유의성과 Inverse Mill’s Ratio의 추정치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표 6>, <표 7> 참조).
은퇴가구의 부동산자산에 정(+)의 영향을 주는 변수로는 가구주의 교육 정도, 수도권 거주 여부, 가구주의 연령, 자가소유 여부와 개인총소득 변수였다. 기본적으로 가구주의 교육 정도가 소득에 영향을 미쳐 자산 격차의 발생 요인이 된다는 점은 최근의 선행연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정다운 외, 2019). 수도권에 거주하는 은퇴가구의 부동산자산이 비수도권 거주가구에 비해 높은 것은 두 지역간 부동산가격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7) 가구주의 연령 변수는 부동산자산 보유액에 정(+)의 관계를 주는 변수로 나타났는데, 이는 은퇴한 가구들이 은퇴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도 부동산자산을 줄이는 대신 늘리는 패턴을 보여주는 앞절의 분석결과를 반영하고 있다. 은퇴가구의 자가보유 여부는 이들 가구의 부동산자산 보유액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변수로 볼 수 있으며, 유럽국가를 대상으로 가구의 부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분석한 연구(Mathä et al., 2017)는 가구의 자가소유와 주택가격상승률 그리고 세대간 자산이전이 가구의 부의 형성에 가장 결정적인 요인임을 실증하고 있다.
반면, 은퇴가구의 부동산자산에 부(‒)의 영향을 주는 변수로는 가구원 수와 사별 여부 변수로 분석되었다. 가구원 수의 증가는 가구의 생활비 증가로 인해 자산축적의 제약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선행연구에서 관련변수의 영향을 찾기는 어려웠다. 은퇴가구의 결혼관련 변수로서 은퇴가구의 사별은 부동산자산에 부(‒)의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며, 이는 선행연구들에서 확인된 내용과 동일하다(Coile and Milligan, 2009; Ooijen et al., 2015). 이는 은퇴가구가 사별을 경험하는 경우, 더 작은 규모로 이사를 간다거나 재산의 상속을 결정하는 의사결정과 관련된 것으로 판단된다.8) 본 연구에서 은퇴가구의 자산영향요인으로 도입한 가구주의 건강변수의 경우 가구주의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 부동산자산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나, 분석결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은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은퇴가구의 부동산자산의 보유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는 가구주의 건강 변수보다는 배우자의 사망 여부가 더 중요한 변수로 분석되었다. 은퇴가구의 건강변수의 경우에는 선행연구의 경우에도 분석변수나 모형에 따라서 다소 다른 결과를 보이고 있어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9) 한편, 은퇴가구에 대한 자녀 등의 지원금액은 은퇴가구의 부동산자산에 부(‒)의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었는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은 외부로부터의 지원금액이 상대적으로 미미했기 때문으로 평가된다.10)
은퇴가구의 금융자산의 결정요인에 대한 분석은 부동산자산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은퇴가구의 금융자산에 정(+)의 영향을 주는 변수로는 가구주의 교육 정도, 자가소유 여부, 개인총소득과 미래수명에 대한 기대변수로 나타났다. 반면, 은퇴가구의 금융자산의 감소요인으로는 수도권 거주 여부와 가구주의 건강 정도 그리고 가구주의 나이와 자녀 등 외부로부터의 지원변수로 분석되어 부동산자산의 결정요인과 다른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은퇴가구의 경우, 수도권에 거주하는 가구가 비수도권가구에 비해 금융자산 보유액이 작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금융자산의 경우, 은퇴가구의 개인소득이 증가할수록, 자가를 보유한 가구일수록 금융자산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되었는데, 이는 부동산자산의 경우와 동일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미래수명에 대한 기대감이 클수록 금융자산 보유액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미래수명이 커질수록 미래의 불확실성이 커지게 되며, 이에 대비해서 보유자산을 더 많이 보유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은퇴가구의 부동산자산과 금융자산의 결정요인 분석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표 8> 참조). 첫째, 가구주의 교육 정도, 자가소유 여부, 개인소득 그리고 미래수명에 대한 기대변수는 공통적으로 부동산자산과 금융자산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되었다. 둘째, 수도권 거주 여부 변수는 부동산자산에는 정(+)의 영향을 주는 반면, 금융자산에는 부(‒)의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가구원 수와 사별 여부 변수는 부동산자산만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나타난 반면, 가구의 건강 정도는 금융자산에만 감소요인으로 분석되었다.
부동산자산 | 금융자산 | |
---|---|---|
교육 정도 | + | + |
수도권 거주 여부 | + | – |
가구원 수 | – | |
사별 여부 | – | |
건강 정도 | – | |
가구주 나이 | + | |
자가 여부 | + | + |
개인소득 | + | + |
지원금액 | ||
미래수명에 대한 기대 | + | + |
이 같은 결과는 은퇴가구의 부동산자산과 금융자산의 보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일부 공통점을 가지면서도 일부 가구특성 변수(가구원 수, 사별 여부, 건강 정도)의 경우에는 차등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은퇴가구의 자산보유에 대한 영향요인을 분석함으로써 은퇴가구의 자산보유와 배분에 대한 전반적인 체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으로써 향후 고령화의 진전과 은퇴가구의 진전에 따라 이들 가구에 대해 보다 건전한 자산관리 방안을 마련하거나 복지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기초자료로서의 의미를 줄 것으로 판단되었다.
Ⅴ. 결론
본 연구는 은퇴가구의 자산변화 추이에 대한 패널분석을 통해 기존 연구가 가진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과 은퇴가구의 자산보유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을 분석함으로써 이들 가구의 자산보유에 대한 종합적인 시사점을 도출했다는 의의를 가지고 있다.
은퇴가구의 자산보유 패턴에 대한 분석결과, 국내 은퇴가구의 자산보유는 소위 확장된 생애주기모형에 생애주기 모형에 보다 적합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즉, 은퇴가구를 은퇴시점의 연령대별로 구분하고, 이들 가구의 10여 년에 걸친 자산보유 추이에 대한 분석은 은퇴가구가 상당기간 동안 부동산자산과 금융자산을 축소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은퇴가구의 부동산자산과 금융자산 보유에 공통적으로 영향을 주는 변수들로는 은퇴가구의 사회경제적 특성을 나타내는 교육 정도, 연령, 소득, 배우자의 사별 여부 등으로 분석되었으나, 부동산자산과 금융자산으로 구분할 경우 개별 변수의 영향력은 차등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가구의 건강 정도는 부동산자산의 보유에 미치는 영향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금융자산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반면 배우자의 사별 여부는 은퇴가구의 부동산자산을 크게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나타났으나, 금융자산의 보유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본 연구의 분석결과와 관련해서 몇 가지 정책적 제안을 하고자 한다. 먼저 국내 은퇴가구의 경우 가구자산에서 부동산자산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은 가구의 예기치 못한 지출과 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선행연구의 제안(임미화, 2014)처럼 이들 은퇴가구의 자산의 처분이나 유동화를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은퇴가구가 은퇴기의 합리적인 경제생활을 영위하고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가구 특성에 맞게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체계적인 자산관리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은퇴가구가 은퇴기간이 길어지면 질수록 소득수준이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자녀가구의 금전적 지원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특히 자녀가구의 은퇴한 부모가구에 대한 금전적 지원은 저소득 은퇴가구에 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판단된다.
본 연구의 한계점으로는 은퇴가구의 자산보유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 상속동기와 같은 요인들은 분석변수에 포함하지 못했다. 또한 은퇴가구의 자산보유와 결정요인에 대한 분석을 생애주기별이나 자산수준별로 보다 상세한 분석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