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기업부동산은 기업의 생산활동을 위한 핵심요소이자 기업 자산의 상당한 부분을 구성하는 주요 자산이다. 낮은 감가상각률 및 유동성, 높은 정보 비대칭성을 특징으로 하는 기업부동산은 자산을 보유하는 전 기간에 걸쳐 기업 재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의 KOSPI와 KOSDAQ 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자료를 살펴보면 전체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9.2%로 작지 않은 수준이며1), 미국은 Fortune 500 기업의 총자산 중 1/3이 부동산인 것으로 추정된다(Brueggeman and Fisher, 2015). 기업의 총자산에서 부동산의 비중이 상당하고 이와 관련된 소유, 임차, 매각, 관리가 경영성과를 넘어 기업가치, 주가, 신용등급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실증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강원철·고성수, 2017; 이지혜·변희섭, 2016; Brounen and Eichholtz, 2005; Ling et al., 2012; Tuzel, 2010).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은 그 역할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역할은 담보 채널(collateral channel)이다. 기업은 보유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때 이를 담보로 하는 부채사용 능력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Gan, 2007; Zhao and Sing, 2016), 이는 자본비용 감소를 기대하게 한다. 이와 관련해 Miao and Wang(2016)은 2가지 상반된 가능성을 제시한다. 첫 번째 가능성은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부동산에 대한 재평가를 촉진해 자금 조달 제약을 완화하고, 기업 성장에 필요한 R&D 투자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2) 이 가능성은 기업부동산의 담보 채널에 관한 다수의 문헌을 통해서도 확인된다(Chaney et al., 2012; Ersahin, 2020; Lin, 2016).
두 번째 가능성은 기업이 부동산에서 창출되는 더 높은 수익률에 눈을 돌림으로써 본 사업과 무관한 부동산 투자를 확대해 역설적으로 R&D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부동산 시장이 일반 산업과 낮은 상관관계를 가짐에 따라 산업 간 차익거래의 가능성을 시사한다(Shleifer and Vishny, 1997). 특히, 두 번째 가능성은 제대로 감시되지 않은 경영진이 제국건설(Empire Building)을 목적으로 부동산에 과잉투자하여 관련 자본 시장에 대한 그들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것이라는 기존 연구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Coles et al., 2006; Veale, 1989).
기업부동산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견해가 상반되는 만큼, 그 실체는 실증적으로 확인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증연구 결과 또한 일관되지 않고 있다. 특히 기업가치와의 관련성을 연구한 국내외 연구의 결과는 기업부동산의 영향력에 대해 긍정과 부정으로 양분된다. 후술하겠으나 이러한 차이는 기업가치의 측정 방식, 자료의 시간적 범위와 더불어 기업지배구조 수준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음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부동산은 정보 비대칭을 특징으로 하기에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에 대한 정보는 경영자와 투자자 사이에서도 불균형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경영자가 부동산을 통해 대리인 문제를 유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기업지배구조는 대리인 문제를 완화하는 장치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우수한 기업지배구조를 갖춘다면 기업부동산을 통해 발생하는 대리인 문제를 완화해 기업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 연구는 부동산보유 정책에 기업지배구조가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력을 검증하거나 부동산 보유목적에 따른 차별적 효과를 확인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기업부동산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기업지배구조 수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실증적으로 검증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결과는 점차 중요성이 커지는 기업지배구조의 관점에서 기업부동산의 영향을 분석함으로써 관련 연구를 심화하는 학술적 기여가 있다. 또한, 경영자와 일반 투자자가 기업부동산의 영향력을 기업지배구조 수준에 따라 다르게 검토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제공하여 합리적인 경영 및 투자 관련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Ⅱ. 이론적 배경
부동산은 부동산 소유자와 외부인 사이에 높은 정보 비대칭을 특징으로 한다. 부동산은 개별성이 강하고, 거래가 빈번하지 않기 때문에 외부인은 당해 부동산의 가치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이러한 특징은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에도 적용될 수 있다. 기업은 생산활동을 위해 상당한 부동산을 보유하며, 투자, 저축(land baking) 등의 목적으로 비사업용 부동산도 보유한다.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의 정확한 가치 정보는 기업 내부인과 외부인 사이에 대단히 비대칭적이다. Akerlof(1970)는 거래 당사자 사이에 정보 비대칭이 높은 시장을 레몬(lemon)이라고 정의하였고, 이러한 시장에서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 발생한다고 주장하였다.3) 즉, 기업외부인은 기업의 부동산을 적절히 평가할 수 없어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을 저평가하게 된다. Ambrose(1990)의 연구는 이러한 논리를 뒷받침하는 결과를 제시한 바 있는데, 기업부동산의 정보 비대칭은 시장에서 그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게 함으로써 기업에 대한 저평가로 이어지고, 이는 M&A의 동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실증분석을 통해 부동산보유 비율이 높은 기업의 피인수확률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결과적으로 기업부동산이 가지는 정보 비대칭은 기업가치를 저평가시킬 우려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부동산이 가지는 정보 비대칭은 대리인 문제로도 연결될 수 있다. 제대로 감시되지 않은 경영진은 부동산에 대한 과잉투자를 통해 시장에 대한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사적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은 2차 시장을 형성하는 대표적인 자산으로 당해 부동산과 관련된 금융, 관리, 건설, 보수 등 유관시장이 뒤따르게 된다. 기업 경영진은 기업의 자금으로 부동산을 보유함으로써 이들 시장에 대한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그러나 경영진의 이러한 투자가 주주가치의 극대화와 관련이 없다면 대리인 문제로 귀결된다. 특히, 상장기업의 부동산 취득 및 처분공시는 자율공시 사항이므로 기업 외부의 투자자는 기업의 과잉 부동산투자에 대한 적절한 감시를 수행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기업부동산은 경영진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통로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기업부동산에 대한 정보는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Coles et al.(2006)와 Veale(1989)은 기업 경영진이 제국건설(Empire Building)을 목적으로 부동산에 과잉투자할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이러한 대리인 문제는 기업지배구조를 통해 관리될 수 있다는 것이 전통적인 견해이다. 기업지배구조란 기업 경영진의 경영활동을 감시하는 통제 시스템을 의미한다. 일찍이 Jensen and Meckling (1976)은 경영진이 기업 지분을 보유하게 함으로써 그들의 사익과 기업의 이익을 일치시켜 대리인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고, 수많은 후속 연구를 통해 실증적으로 검증되었다.4) 그 이외에도 외국인 지분율, 대주주지분율, 기관투자자 지분율 등 기업의 경영진을 감시할 유인을 가진 투자자의 역할을 검증하거나(Claessens, 1997; Hartzell et al., 2006; Thomsen et al., 2006), 이사회를 통한 감시 능력을 검증(Harford et al., 2008; Mouselli and Hussainey, 2014) 등 여러 지표를 활용한 연구가 이어져 왔다.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선행연구 중 주목할 만한 연구는 Hartzell et al.(2014)이다. 이 연구는 기업의 사업 다각화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기업의 지배구조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였다. 구체적으로 사업 다각화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을 우수한 기업지배구조가 상쇄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기업부동산에 대해서도 적용 될 수 있다. 기업부동산이 대리인 문제를 유발해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우수한 기업지배구조는 이러한 영향력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우수한 지배구조를 갖춘 기업에서 내려진 부동산 의사결정은 경영자의 사익추구가 아닌 기업의 이익을 위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일 수 있음을 예상하게 한다.
기업의 부동산보유 동기에 관한 대표적인 주장은 담보 채널(collateral channel)이다. Chaney et al.(2012)는 기업부동산이 담보가치와 가치상승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분석한다. 즉, 기업부동산은 부채 조달 과정에서 담보의 역할을 하여 금융비용을 낮춰줄 수 있으며,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자산가치 상승의 이익도 기업에 제공한다. 다만, Miao and Wang(2016)은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기업이 갖게 되는 추가적인 부채 조달 능력이 R&D에 사용되는 경우 기업에 긍정적일 수 있으나 산업간 차익거래를 목적으로 기업의 주 사업과 무관한 부동산투자에 참여하게 되면 R&D 투자를 위축시킬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평가한다. R&D 투자 위축은 기업의 장래 성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Mishra, 2017).
기업부동산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실증연구의 결과들도 일관되지 않고 있다. 기업부동산이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 연구는 부동산업을 영위하지 않는 기업이 대규모 부동산을 보유하는 경우 시장에서는 이를 저평가해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Brounen and Eichholtz, 2005; Ling et al., 2012). 이와 관련된 초기 국내연구인 강진수·심한택(1998)은 기업가치의 변수로 PBR(주가/장부가치 비율)을 이용했고, 기업의 부동산 보유가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다.
반면, 기업가치에 긍정적이라고 주장하는 연구도 확인된다. Choi et al.(2000)은 부동산이 주가(보통주 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하였으며, 강원철·고성수(2015), 김혜진·조주현(2018), Jennings et al.(1996) 등 국내외 연구도 이러한 결과와 일관된다.5) 이에 대해 강원철·고성수(2015)는 그동안 국내 부동산 가격(지가)은 계속해서 증가해왔으며, 장부가에 보고되지 않은 이익의 증가를 시장에서는 인식함으로써 주가에 긍정적으로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기업부동산에 관한 연구는 부동산의 보유목적에 따른 차이를 분석하는 방향으로도 진행되었다. 기업은 목적사업에 활용하는 사업용 부동산과 그 외 목적으로 보유하는 비사업용(투자용) 부동산이 있다. K-IFRS는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을 그 목적에 따라 재고자산, 유형자산, 투자자산으로 구분해 인식하게 규정한다. 이때, 재고자산은 건설업 등에서 판매를 위해 건설 또는 보유한 부동산이며, 유형자산은 제조업 등에서 목적사업을 위해 보유한 생산요소로서의 부동산이다. 투자자산은 장기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보유한 토지, 미래 투자부동산 활용을 목적으로 보유(개발)한 부동산, 장래 용도를 결정하지 못한 토지 등이다.6) 따라서, 사업용 부동산과 투자부동산을 구분해 인식할 수 있으나, 관련 국내연구 결과는 일관되지 않고 있다.
강원철·고성수(2015, 2017), 김혜진·조주현(2018)은 사업용 부동산과 투자부동산 모두가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부동산 가격 안정기와 상승기를 구분해 분석한 김혜진·조주현(2018)의 연구는 부동산 가격 안정기에 소유부동산은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는 통계적 관련성이 없다고 분석한다. 또한, 투자부동산은 부동산 가격 안정기에만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다. 비록 일부 시점에 따라 기업부동산의 주가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으나, 부정적인 효과의 존재는 발견하지 못했다.
이는 더 앞선 시기에 사업용 부동산과 투자부동산을 구분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이해영·조명호(2009)의 연구와 배치된다. 이들은 소유부동산은 주가에 긍정적이지만, 투자부동산은 기업가치에 부정적이라고 분석한다. 이는 영업활동과 관련 없는 투자부동산을 통한 이윤 창출의 불확실성이 시장투자자들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자료의 시기와 분석모형에 차이가 있지만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후속 연구도 확인된다. 김동욱·김병곤(2015)은 투자부동산이 MB 비율로 측정한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하였다. 또한, 전찬구·최향미(2021)는 비사업용 부동산(투자부동산)이 Tobin’s Q로 측정된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기업의 성장성, 규모 등과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최향미·조영곤(2012)은 소유경영을 겸하는 지배주주가 과잉투자 또는 터널링의 수단으로 고정자산에 투자하여 사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고 하여 투자부동산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의 논리적 근거를 보여준다. 이지혜·변희섭(2016)의 연구는 기업부동산과 신용등급의 관계를 분석하여 앞선 연구와 다른 접근을 하고 있지만, 투자부동산이 기업의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경영자의 과잉투자에 따른 대리인 문제의 결과라고 분석하여 투자부동산에 관한 이상의 연구와 일관된 해석을 제시한다.
기존의 연구가 경합하고 있으나 주목할 만한 점은 기업가치의 측정 방식에 따라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부동산이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 연구는 주가를 기업가치의 대리변수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기업부동산이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 연구는 MB 비율 또는 Tobin’s Q를 기업가치의 대리변수로 활용한다. 기업가치의 각 측정법 모두 타당한 이론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다양한 연구에서 인용되는 만큼 명확한 우열을 논할 수 없다. 다만, 기업가치를 연구하는 경영학 분야의 연구 경향을 통해 오늘날 관련 분야의 연구자들에게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기업가치의 대리변수는 Tobin’s Q이다. 후술하겠으나, 이 이론은 오늘날 학자들에게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기업가치를 연구하는 대부분의 연구에서 활용되고 있다.
기업부동산을 둘러싼 정보 비대칭과 대리인비용, 기업가치의 관계에 관한 이론 및 기존 연구를 검토한 결과, 기업부동산의 특성은 경영진과 기업 외부의 투자자 사이에 정보 비대칭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경영진이 부동산을 통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사적 이익을 추구하여 대리인 문제로 귀결된다. 비록 부동산 가격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승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회계적으로 반영되지 않은 가치 증가를 시장에서 인식함으로써 기업가치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반론이 있으나 이는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 정보가 비대칭적이지 않은 상황을 전제해야 한다. 기업부동산에 대한 정보는 경영진과 외부투자자 사이에 비대칭 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므로, 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기업가치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논리가 합당하다고 판단된다.
한편, Hartzell et al.(2014)의 연구 결과는 우수한 기업지배구조가 대리인 문제를 완화할 수 있으며, 기업부동산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을 상쇄할 수 있음을 예상하게 한다. 그러나 기존 연구는 기업부동산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력의 검증에 그치고 있으며, 기업지배구조에 따른 차이를 분석하지 않았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기업부동산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을 검증하면서, 기업지배구조가 부정적인 영향력을 상쇄할 수 있는지 실증적으로 확인한다. 나아가 기업지배구조를 포괄하는 지표인 E.S.G.의 효과를 함께 검증함으로써 오늘날 그 중요성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이들 지표가 기업부동산에 제공하는 의미를 탐색한다. 또한, 이들 지표가 현재 시점에 가지는 중요성은 본 연구가 시의성이 있음을 나타낸다.
Ⅲ. 분석의 틀
기업부동산과 기업가치의 관계를 연구한 국내연구 중 일부는 수정된 Ohlson(1995) 모형을 활용한다. 이 모형은 주식 가치를 기업가치의 대리변수로 설정하고 회계 정보의 관련성을 검토한다. 기업의 주가는 쉽게 관찰할 수 있고, 시장에서 평가하는 기업의 가치가 반영된다는 점에서 직관적이다. 주가를 종속변수로 연구를 진행한 국내 연구의 특징은 기업부동산과 기업가치의 관련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오늘날 기업가치 연구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기업가치의 대용치는 Tobin’s Q이다. James Tobin의 Q 이론에 기반한 이 측정치는 기업의 시장가치(market value of the firm)와 자산의 대체 가치(replacement value of assets)의 비율로서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대리변수로 널리 활용된다. 일찍이 McConnell and Servaes (1990) 및 Morck et al.(1988) 등 수많은 국내외 연구가 기업가치로 Tobin’s Q를 활용하고 있으며, Andrei et al.(2019)은 기업에 대한 투자가치를 평가하는 측정치로 Tobin’s Q가 유용한 변수임을 입증한 바 있다.
한편, Tobin’s Q의 측정은 분자에 해당하는 기업의 시장가치 측정과 분모에 해당하는 기업 자산의 대체 원가 측정 방식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제안되었다. Perfect and Wiles(1994)는 기존에 제안된 5가지의 Tobin’s Q 측정법의 유용성을 검토했고, 본 연구에서 활용한 (식 1)을 이용한 측정이 다른 측정법에 비해 다소 열세함에도, 자료 구축의 한계로 그 외 측정법을 사용하기 어렵다면, (식 1)은 허용 가능한 수준의 측정치를 제공한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평가를 근거로 본 연구는 다음의 (식 1)로 Tobin’s Q를 측정한다.
이때, COMVi,t는 기업 i의 t년도 보통주의 시장가치, PREFVi,t는 기업 i의 t년도 우선주의 시장가치, STDi,t는 기업 i의 t년도 단기부채, LTDi,t는 기업 i의 t년도 장기부채, BTAi,t는 기업 i의 t년도 총자산의 장부가치이다.
본 연구의 주요 변수와 정의는 <표 1>과 같다. 주요 변수인 기업부동산은 이지혜·변희섭(2016)과 김혜진·조주현(2018)의 방법을 따라 다음과 같이 측정한다. 첫째, 보유부동산은 기업 i의 t년도 총 보유부동산 가액을 총자산으로 나눈 값이며, 총 보유부동산 가액은 사업용 부동산 가액과 투자부동산 가액의 합이다. 둘째, 사업용 부동산은 기업 i의 t년도 유형자산 중 토지, 건설 중인 자산, 건물 및 부속 설비, 구축물의 장부가액 합에서 감가상각 누계액, 감액손실누계액, 국고보조금을 차감한 순 금액이다. 셋째, 투자부동산은 기업 i의 t년도 투자자산 중 토지와 건물, 기타투자부동산의 합을 총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기업가치에 관한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기업 규모, 업력, 부채비율, ROA, 잉여현금흐름, R&D를 통제변수로 투입한다. 기업 규모와 업력은 관련 연구에서 사용되는 필수적인 통제변수로 규모의 경제 및 기존 기업과의 정보 비대칭이 기업가치를 증가시킬 수 있지만, 기업의 성숙도 및 규모의 비경제로 인해 기업가치를 감소시킬 가능성도 존재한다(Cheung et al., 2015). 부채비율은 레버리지를 통해 발생하는 이익의 크기가 비용을 능가하는지에 따라 기업가치 미치는 차별적인 효과와 이자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가 미치는 효과가 있기에 이를 통제한다(전찬구·최향미, 2021; Mouselli and Hussainey, 2014). ROA는 기업의 수익성이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를 제어하기 위해 모형에 투입한다(Abel and Blanchard, 1986; Seifert et al., 2004). 잉여현금흐름과 관련하여 Jensen(1986)은 경영자가 기업 내 영향력 강화를 위해 현금성 자산을 확대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잉여현금흐름의 증가는 경영자가 사익을 추구한 결과로 대리인 문제와 관련 있을 수 있으며,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R&D는 기업의 미래 생산성을 나타내는 지표로써 기업가치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Mishra, 2017; Titman and Wessels, 1988),
이상 논의한 본 연구의 변수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실증분석 모형을 수립한다.
이때, 기업부동산 변수는 총 보유부동산, 사업용 부동산, 투자부동산을 모두 내포하며, 각 변수를 활용한 실증분석이 별도 수행된다.
상기 분석모형에 투입되는 본 연구의 자료에는 KOSPI와 KOSDAQ에 상장된 기업이 모두 포함된다. 그러나 두 시장은 그 성격에 차이가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KOSPI는 KOSDAQ에 비해 높은 수준의 경영성과, 규모, 안정성 등을 요구받으며, 잘 알려진 대기업들이 포함되어 있다. KOSDAQ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장래 성장성과 잠재력을 갖춘 기술기업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각 시장이 추구하는 목적에 차이가 존재하므로 소속된 기업의 성격이 다를 수 있다. 특히, KOSPI 기업은 KOSDAQ 기업에 더 높은 안정성과 건전성을 요구받는 만큼 상대적으로 우수한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이 포진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고, 이는 기업부동산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두 시장에서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두 시장을 구분해 실증분석을 수행한다.
한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2010년부터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평가 가능한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지배구조 등급을 발표하고 있다. 이 등급의 위계는 최고 A+에서 최하 D로 구성된다. 본 연구에서는 기업지배구조 등급 자료를 High(A+, A), Mid(B+), Low(B, C, D)로 분류해 하위 자료를 생성하고, 각각 실증분석을 수행함으로써 우수한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에서 기업부동산을 통해 발생하는 대리인 문제를 통제할 수 있는지 검증한다.7)
일반적으로 상장기업의 분석 자료는 불균형 패널로 구축되는데, 이 자료를 이용해 일반적인 OLS를 시행하는 경우 오차항이 개별 기업 수준으로 군집(cluster)되어 잘못된 표준오차(standard error)를 추정하게 된다. 이러한 추정오류를 교정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개별 기업 수준의 클러스터 이분산을 고려한 표준오차(firm-level clustered standard errors)를 추정하고 이를 보고한다.
본 연구에서 활용한 자료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국내 코스피(KOSPI) 및 코스닥(KOSDAQ)에 상장된 1,440개 비금융업 기업에 대한 17,229개 관측치로 구성된 불균형 패널 자료이다. 자료는 KIS-Value DB에서 수집해 구축하였다. 또한, 한국지배구조원에서 획득한 국내 상장기업에 대한 E.S.G. 등급 및 하위등급 자료를 수집하여 분석에 활용한다.
자료 구축의 시간적 범위가 2011년부터 시작하는 이유는 이 시기를 기점으로 K-IFRS가 도입되면서 기업 회계에서 소유부동산과 투자부동산을 구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 1>은 동 DB에서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기업의 연도별 평균 부동산보유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K-IFRS 도입 이전 국내 기업의 투자부동산 보유 비율은 극히 미미하다. 2011년 본격적으로 투자부동산을 별도 계정으로 계상하기 시작하면서 일시에 투자부동산 비중이 상승한 것을 볼 수 있는데, 투자부동산에 대한 회계기준이 확립되기 이전 자료를 활용하는 것은 분석 결과에 왜곡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림 1>은 기업부동산을 소유부동산과 투자부동산으로 구분해 분석하는 것의 필요성도 보여준다. 국내 기업의 부동산보유 비중은 2000년 이후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나타내지만, 2011년 이후 투자부동산 비중은 소폭 상승하고 있다. 총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는 중에도 투자부동산의 비중은 감소하지 않는 것은 기업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이 중요한 위치에 있음을 시사한다.
Ⅳ. 실증분석
<표 2>는 본 연구에 활용된 자료의 기초통계량으로 전체 표본에 대한 기초통계와 각 거래 시장별 기초통계로 나누어 제시하고 있다. 본 연구의 종속변수인 기업가치(Tobin’s Q)의 평균은 KOSPI 기업보다 KOSDAQ 기업에서 더 높게 측정된다. 이는 Tobin’s Q가 기업의 성장 가치를 내포하는 지표로서 KOSPI 기업은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든 기업이 많지만, KOSDAQ 기업은 성장성과 잠재성을 갖춘 기술기업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차이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기업의 평균 부동산보유 비율은 19.2%이다. 이 중 사업용 부동산이 15.8%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투자부동산의 비중은 3.4%로 낮다. KOSPI 기업과 KOSDAQ 기업의 기업부동산 평균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KOSPI 기업의 평균 부동산보유 비율은 19.6%이며, KOSDAQ 기업의 평균 부동산보유 비율은 18.9%이다. KOSPI 기업은 KOSDAQ 기업보다 기업 규모, 업력 등 본 연구의 통제변수 대부분에서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R&D 변수는 KOSDAQ 기업에서 더 높게 나타나는데, 이는 KOSDAQ 기업이 주로 성장성과 잠재성을 갖춘 기술중심기업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표 3>은 기업지배구조 등급을 High, Mid, Low의 3개 범주로 분류한 뒤 범주별 평균을 제시한 것이다. 기업가치는 Mid의 평균이 가장 높았으며, High가 뒤를 이었으나 큰 차이를 나타내지는 않았다. Low 기업은 가장 낮은 기업가치 평균을 보여주는데, 이는 기업지배구조등급 기준 B+이상 기업과 미만 기업에서 적지 않은 기업가치의 차이가 있음을 나타낸다. 또한, 우수한 기업지배구조가 높은 기업가치와 관련 있다는 기존 연구의 결과와 일치한다. 부동산 보유 비율은 모든 측정치에서 낮은 등급으로 갈수록 더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결과만으로 단언할 수 없지만, 높은 수준의 기업부동산 보유는 경영진에 의한 대리인 문제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우리의 예상을 뒷받침한다. 특히 투자부동산의 비중은 High 등급의 기업에 비해 Low 등급의 기업에서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 기업부동산 중 투자부동산에 대리인 문제가 유발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표 4>는 거래 시장 및 부동산 보유목적에 따라 자료를 구분해 실증분석을 수행한 결과이다. <표 4>의 열(1)~열(3)은 보유부동산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이며, 이 중 열(2), 열(3)은 각각 KOSPI와 KOSDAQ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열(1)의 결과는 보유부동산이 기업가치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시장을 구분하여 분석한 열(2), 열(3)의 결과는 유의미한 차이를 나타낸다. KOSPI 기업에서는 보유부동산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할 수 없었으나, KOSDAQ 기업에서는 유의미한 부정적인 영향력의 존재가 확인된다. 따라서 전체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KOSDAQ 기업에 의해 주도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표 4>의 열(4)~열(9)는 부동산 보유목적을 사업용과 투자용으로 구분해 분석한 결과이다. 기업의 주 사업목적에 활용하기 위해 보유한 부동산과 투자목적으로 보유한 부동산은 보유목적의 차이로 인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다를 수 있다. 우리의 실증분석 결과는 그러한 차이를 입증한다. 사업용 부동산은 KOSPI 기업에서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으나, KOSDAQ 기업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기업가치와 부정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이는 본 사업의 용도로 활용되는 부동산이라 해도 기업의 상황 및 환경에 따라 다르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상대적으로 경영진에 대한 모니터링 수준이 높고 투명성과 안정성이 높은 KOSPI 기업에서 사업용 부동산을 통한 대리인 문제는 적절하게 통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업지배구조 수준에 따라 기업부동산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달라짐을 예상할 수 있다.
투자부동산은 모든 시장에서 일관되게 기업가치와 부정적인 관계를 나타낸다. 사업용 부동산과 달리 투자부동산은 KOSPI 기업에서도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사업용 부동산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KOSPI 기업이 투자부동산을 활용한 경영진의 대리인 문제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는 기업부동산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국내연구의 결론이 상반된 가운데 국내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의 존재를 지지하며, 기업부동산, 특히 투자부동산에 대한 외부투자자의 모니터링 강화와 기업 내부의 과잉투자 통제 시스템 구축 및 강화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나아가 KOSDAQ 기업에서는 부동산의 보유목적을 불문하고 일관되게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면서 KOSDAQ 기업의 부동산 의사결정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그 외 통제변수의 결과는 기존 기업가치에 관한 연구의 결과와 일치한다. 기업 규모와 업력은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는 작은 규모의 기업이 높은 성장성을 바탕으로 더 높은 투자가치를 제공함을 뜻하며, 규모의 비경제가 존재할 가능성도 암시한다. 부채비율과 ROA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나타내지 않았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가치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부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영자의 사익추구 결과로서 대리인 문제를 나타낼 수 있다는 기존 연구와 일관된다. R&D는 기업의 미래 생산성을 나타내는 변수로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기존 연구의 결과와 일관된다.
<표 5>는 기업지배구조 수준 및 보유목적에 따라 자료를 구분해 실증분석한 결과를 보여준다. 이 결과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평가대상 기업만 분석에 포함되었다. <표 5>의 열(1)~열(3)은 보유부동산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이며, 열(4)~열(5)는 사업용 부동산, 열(7)~열(9)는 투자부동산의 분석 결과이다. 특히, 열(1), 열(4), 열(7)은 높은 지배구조 수준을 가진 기업을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이며 열(3), 열(6), 열(9)는 낮은 지배구조 수준을 가진 기업의 분석 결과이다.
이 분석 결과는 기업지배구조 수준과 관계없이 보유부동산과 사업용 부동산은 기업가치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남을 보여준다. 그러나 투자부동산을 분석한 결과는 우리의 예상과 일치한다. <표 4>의 분석 결과는 투자부동산을 통해 시장과 관계없이 대리인 문제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표 5>의 결과는 우수한 지배구조를 갖춘 기업에서는 투자부동산이라 해도 기업가치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낮은 수준의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에서는 투자부동산이 일관되게 기업가치와 부정적인 관계를 나타낸다. 이는 Hartzell et al.(2014)의 결과로 뒷받침되며, 기업이 높은 수준의 기업지배구조를 확립한다면 투자부동산을 통해 발생하는 대리인 문제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나아가 우수한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에서 내려진 투자부동산 보유에 관한 경영 의사결정은 기업가치 상승에 이바지하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결과는 기존 연구의 대다수가 투자부동산의 보유가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해온 가운데, 기업지배구조의 수준에 따라 투자부동산 보유가 기업가치에 상반된 결과를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임으로서 기업부동산에 관한 연구를 진일보시킨 학술적 기여가 존재한다.
본 연구의 주요 관심 사항인 기업지배구조는 전 세계적으로 경영 및 투자 분야에서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E.S.G를 구성하는 핵심요소이다. 기업 경영 분야에서 E.S.G는 환경경영(environment responsibility), 사회책임경영(social responsibility), 기업지배구조(governance)로 구성된다. 본 연구에서 활용한 기업지배구조등급을 발표하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E.S.G. 종합등급과 환경경영, 사회책임경영 등급도 함께 평가를 진행해 발표한다. 이에 E.S.G. 종합등급과 E.S.G.를 구성하는 요소인 환경경영과 사회책임경영 등급을 활용해 추가분석을 수행한다. 기업지배구조 외 E.S.G.요인이 기업부동산을 통해 발생하는 대리인 문제를 통제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표 6>은 추가분석 결과를 보여준다. <표 6>의 Panel 1은 E.S.G. 종합등급을 High, Mid, Low로 재분류하고, 부동산 보유목적에 따라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력을 각각 분석한 것이다. <표 6>의 Panel 2는 환경경영등급, <표 6>의 Panel 3은 사회책임경영 등급을 활용해 분석을 수행한 결과이다. 각 평가지표에서 낮은 등급을 받은 기업은 보유부동산과 투자부동산 모두에서 기업가치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확인되었다. 다만, Low 그룹에서도 사업용 부동산은 기업가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어, 보유부동산에서 나타나는 부정적인 효과는 투자부동산에 의해 주도된 것으로 해석된다.
1) 주 : 열(1)~열(3)은 부동산보유 비율에 보유부동산(사업용 부동산+투자부동산)을 사용하였고, 열(4)~열(6)은 부동산보유 비율에 사업용 부동산, 열(7)~열(9)는 부동산보유 비율에 투자부동산을 사용한 결과임.
E.S.G. 종합등급 및 환경경영, 사회책임경영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은 기업의 투자부동산 보유는 기업지배구조를 활용한 분석 결과와 일관된 방향성을 보여주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나타내지 못하였다. 낮은 등급을 받은 기업의 투자부동산 보유는 일관되게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 결과는 투자부동산을 통해 발생하는 대리인 문제가 E.S.G.지표 모두에서 완화될 수 있지만, 기업지배구조는 다른 지표에 비해 기업부동산을 통한 대리인 문제의 통제에 더 유의미한 영향력을 제공하는 지표라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기업부동산이 기업에 미치는 효과는 기업지배구조 수준을 바탕으로 분석하는 것이 더 유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Ⅴ. 결론
본 연구는 기업부동산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과 이를 상쇄하는 기업지배구조의 역할을 실증적으로 분석한다.
정보 비대칭을 특성으로 하는 부동산은 이를 보유한 기업의 경영자와 외부투자자 사이에 정보 비대칭을 유발한다. 외부 투자자가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기에 경영자는 부동산을 통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대리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따라서 기업부동산은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우리의 예상과 상반되는 결과를 제시하는 연구도 다수 존재하는데, 그러한 연구가 주장하는 바는 부동산의 가치가 계속해서 상승해왔고, 회계 정보에 반영되지 않은 부동산 가치가 시장에서 평가되어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주장이 부동산에 대한 정보가 비대칭 하지 않다는 전제에서 성립되므로 현실적으로 기업가치에 미치는 부동산의 효과는 여전히 부정적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나아가, 기업부동산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은 기업지배구조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예상하게 하는 실증연구가 존재한다. 이에 본 연구는 기업지배구조 수준에 따라 하위표본을 구성해 그 차이를 실증적으로 검증하였다.
첫 번째 실증분석에서는 부동산의 보유목적과 기업의 주식이 거래되는 시장에 따른 차이를 분석하였다. 거래소의 구분 없이 분석한 표본의 분석 결과는 기업부동산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나 우리의 예상을 입증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상대적으로 우량한 기업이 거래되는 KOSPI 시장에서 확인되지 않았고, KOSDAQ 시장에서만 관찰되었다. 따라서 기업부동산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는 KOSDAQ 시장에 의해 주도되는 것으로 보이며, KOSPI에서 기업의 주식이 거래되기 위해 안정성과 투명성이 평가되는 만큼 우수한 기업지배구조가 기업부동산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리의 예상을 간접적으로 지지한다.
기업의 부동산을 보유목적에 따라 구분해 분석 결과, KOSPI 기업은 사업용 부동산이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투자부동산은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KOSDAQ 기업은 사업용 부동산과 투자부동산의 구분 없이 모두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상대적으로 우수한 지배구조를 가진 KOSPI 기업에서도 투자부동산을 통한 대리인 문제가 유발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의 보완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또한, KOSDAQ 기업은 모든 부동산 유형에서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KOSDAQ 기업의 부동산 의사결정을 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함을 시사한다.
두 번째 실증분석에서는 부동산의 보유목적과 기업지배구조 수준에 따른 차이를 분석하였다. 기업지배구조 수준은 High, Mid, Low의 3단계로 재분류하였다. 분석 결과 투자부동산에서만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되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투자부동산이라 할지라도 우수한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에서는 기업가치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낮은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기업지배구조를 향상하는 것이 부동산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대리인 문제를 제거할 수 있으며, 우수한 기업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에서 내려진 부동산 의사결정은 경영자의 사익추가가 아닌 기업과 주주의 이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는 투자부동산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기존 연구의 결과를 진일보시킨 것이며, 오늘날 그 중요성이 날로 증대하는 기업지배구조가 기업부동산의 측면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끝으로 기업지배구조를 포괄하는 지표인 E.S.G 종합등급과 그 세부등급인 환경경영 등급 및 사회책임경영 등급을 활용해 추가분석을 수행하였다. 분석 결과 각 등급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기업은 기업부동산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을 상쇄시킬 수 있음을 일관되게 보여주었으며, 이들 지표의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 또한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기업지배구조와 달리 이들 지표에서는 우수한 평가를 받아도 투자부동산이 기업가치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기업지배구조가 다른 지표에 비해 기업부동산에 의한 대리인 문제를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있음을 밝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