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지난 몇 년간 전국 아파트 가격이 크게 상승하며 사회·경제적으로 큰 이슈가 된 바 있다. 이런 아파트 가격 상승은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17년 서울을 중심으로 시작되었으며 이후 전국으로 확대되었다.1) 실제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한 2017년부터 2021년 7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과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각각 84%, 46.1%씩 상승하였다. 동 기간 물가가 6.2%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파트 가격이 얼마나 가파르게 상승하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통상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 가격 상승률이 경제성장률 내에서 증가할 경우 이는 실물경제에 큰 부담이 없는 것으로 경제 이론은 설명한다. 이유는 양(positive)의 성장률이 소득 증가 등을 통해 시중 유동성을 상승시킴으로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으나 이는 성장률 범위 내에 있기 때문이다(최남진, 2020). 하지만 경제성장률 이상의 인플레이션 혹은 자산 가격 상승은 경제에 부작용을 발생시켜 실물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2) 특히 부동산 가격은 삶의 기본권인 의·식·주의 하나로 국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산 양극화 확대로 인한 계층 간 불평등 심화를 확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 문제가 대두되며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아파트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젊은 세대들의 결혼 및 출산 문제와도 직결되고 있다.3)
이렇듯 부동산 가격 문제는 사회·경제적으로 큰 파급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만큼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최근 나타났었던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으며 그 원인에 대해 관심 또한 높았다.
아파트 가격 상승 요인에 대해서 학계 및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여러 요인을 지목하고 있으나, 대체로 공통된 의견으로는 공급 부족, 정부 규제 강화, 유동성 확대 등을 들 수 있다. 이상의 요인들 중 정부 규제는 최근 아파트 가격 상승을 시장의 수요 측 요인에 의한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억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수의 정부 규제를 실시한 것으로 해석된다(최남진, 2019). 하지만 단기간에 27번(2021년 8월 기준)의 엄청난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가격 상승이 지속되자 시장에서는 애초에 공급 문제를 수요 측으로 잘못 접근했다는 의견이 제기되었고 정부는 뒤늦게 공급을 늘리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였다. 하지만 아파트 공급의 특성상 단기적 확대가 어려운 만큼 실제 가격에는 제한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데 그쳤다.4) 이와 더불어 시장의 유동성에 대한 논의도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즉 저금리로 확대된 유동성5)이 대거 자산 시장으로 유입되며 자산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는 것이다(이태리, 2014). 이는 경제이론인 자산 가격 결정이론(capital asset pricing model)과 통화주의 이론, 포트폴리오 이론(theory of portfolio selection)6) 등에 기인한 것으로 시중에 유동성이 확대될 경우 확대된 유동성이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짐을 기초로 한다. 경제 이론에 근거한 유동성과 자산 가격에 관한 연구는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단순 유동성의 증감과 자산 가격 간 관계만 설명할 뿐 유동성의 적정 규모 혹은 실물시장에 필요한 유동성 수준 등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물시장 규모 대비 얼마나 유동성이 초과 공급되었는지 혹은 이와 같이 추가 공급된 유동성이 자산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국내 실물경제 대비 초과된 유동성(초과 유동성, excess liquidity)이 국내 아파트 가격 상승을 견인하였다는 점을 상정하여 실증 분석하고자 한다. 초과 유동성은 마샬 K(Marshallian K)와 P*(P star) 지표를 활용하였으며 모형의 강건성을 위해 기존 연구와는 다른 월별 데이터를 사용하였다. 또한 기존 연구들이 대부분 OLS, VAR 등 단편적인 모형을 사용한 것과는 달리 본 연구는 경제 이론에 근거한 SVAR 모형을 설정하였다.
본 논문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우선 Ⅱ장은 유동성과 자산 가격 간 이론적 배경과 선행 연구에 대해서 살펴본다. Ⅲ장은 변수들의 기초 통계와 초과 유동성 지표로 사용될 마샬 K 및 P*, SVAR 모형 등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Ⅳ장은 초과 유동성이 아파트 가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SVAR 모형의 추정 결과를 제시하였으며 마지막으로 Ⅴ장은 본 연구 결과의 요약과 결론에 대해 서술하였다.
Ⅱ. 이론적 배경 및 선행 연구
우선 유동성은 금융 자산의 현금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금융 자산을 원하는 시기에 정해진 명목 가격으로 현금과 교환할 수 있는 용의성으로 정의한다(백웅기·함정호, 2003). 따라서 시간이 많이 소요될수록, 명목 가치의 손실이 클수록, 비용이 많이 들수록 유동성이 낮다고 표현하며 현금을 유동성 자체로 표현하기도 한다.
다음으로 유동성과 자산 가격 사이 관계는 크게 유동성이 자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와 자산 가격이 유동성에 미치는 경로 두 가지로 설명한다. 우선 전자의 대표적 이론으로는 통화주의론적(monetarism) 이론과 자산가격 결정이론(capital asset pricing model)이 있으며 후자는 담보가치 이론과 자산효과(wealth effect) 이론이 있다.
자산 가격 결정이론은 시중 유동성 변동이 이자율(할인율)을 변화시켜 자산 가격 변동을 유도할 수 있음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이는 아래 자산 가격을 결정하는 (식 1)에서 유도된 것으로 시중의 유동성 증가는 시장금리를 하락시킴으로써 할인율(1+R)을 하락시키고, 이로 인해 미래 기대되는 현금 흐름의 현재 가치(APt)가 상승함으로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경로로 설명한다(Goodhart and Hofmann, 2003; Hofmann, 2001).
APt: t기의 자산 가격, Dt+1: 미래 소득의 현금 흐름, (1 + R)t: 할인율.
다음은 통화주의론적 관점으로 유동성 증가는 유동성과 물가 측면에서 채권 혹은 실물자산의 수요를 증가시켜 자산 가격 상승을 유도한다(Meltzer, 1995). 이는 화폐시장 균형과 재화시장 균형 모형 및 총수요-총공급 모형을 통한 일반 균형 모형으로 유동성과 자산 간의 관계를 나타낸 것이다. 즉 유동성 증가는 화폐시장과 재화시장 균형 모형(IS-LM model)을 통해 시장 이자율을 하락시키며 총수요-총공급 모형(AD-AS model)을 통해 물가가 상승함을 설명하는 것이다.
담보가치 이론과 자산 효과는 자산 가격 상승이 유동성을 증대 혹은 실물경제를 견인할 수 있음을 나타내는 이론으로 전자는 자산 가격이 상승할 경우, 담보 여력이 증대됨으로써 그만큼 유동성이 확대될 수 있음을 설명한다. 후자는 자산 가격이 상승할 경우 경제주체는 이를 부의 증대로 인식하여 소비를 확대함으로써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설명한다(최남진·주동헌, 2016).
본 연구는 최근 수년간 급등하였던 국내 아파트 가격이 풍부한 시중 유동성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유동성과 아파트 가격 사이 관계를 분석하는 데 목적이 있다. 유동성과 자산 가격(아파트 등) 간에 관계는 과거부터 경제 및 부동산학 등의 주요 관심사였기 때문에 꾸준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유동성과 주택 가격 혹은 아파트 가격 사이 단순 관계를 분석한 것으로 실제 실물경제에서 필요로 하는 유동성 규모에 비해 얼마나 많은 혹은 적은 유동성이 주택 가격 및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유동성과 아파트 가격 사이 관계에서 유동성을 현재 실물경제규모 대비 얼마나 초과 공급되고 있는지를 초과 유동성7)으로 상정하여 초과 유동성과 아파트 가격 사이 관계를 실증 분석해 보고자 한다.
초과 유동성에 대한 측정 방법은 직접적인 유동성을 측정하는 방법에서 금리를 이용한 간접적인 측정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8) 대표적으로 초과 유동성(excess liquidity), 가중통화 지표(divisia index), 장·단기 금리 차이(interest rate term structure), 통화상황지수(monetary condition index), 통화팽창지수(monetary thrust index), P*(P star), 근원인플레이션(core inflation), 마샬 K 등이 있다. 본 연구에서 초과 유동성은 마샬 K와 P*를 통해 추정하였다.9)
유동성과 자산 가격 사이 관계는 과거부터 경제학 및 부동산학 등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나, 초과 유동성에 대한 연구는 대내외적으로 많지 않은 실정이다. 더욱이 대부분의 초과 유동성에 대한 연구는 물가, 즉 금융 시장과 실물경제 간 연구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만큼 본 연구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할 수 있다.
우선 유동성과 부동산 간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다음과 같다. 전현진·권선희(2020)는 유동성 지표인 가계대출, M2와 산업생산지수 등을 변수로 설정하여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OLS로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실질 가계대출, 실질 M2 순으로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과거 주택 가격과 주택 가격에 대한 기대는 현재의 주택 가격 상승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하였다. 엄근용·진창하(2016)는 유동성의 변동성이 주택 가격과 전세 가격 변동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벡터오차수정(VECM) 모형을 설정하였으며, 추정 결과 유동성 변수 중 M2 통화량의 변화가 주택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 변화에 유의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였다. Goodhart and Hofmann(2003)는 신용과 주택 가격 및 주가와의 관계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신용과 주택 가격 간에는 서로 영향을 주는 인과관계가 존재하지만, 주가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Tsai(2015)는 영국 부동산 가격과 통화정책 간의 관계를 분석하였으며 분석 결과 확장적 통화정책은 유동성을 확대시키고 이는 주택 가격 상승을 주도하여 부동산 버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다음으로 초과 유동성과 부동산 가격 간의 관계에 관한 연구는 다음과 같다. 임대봉(2015)은 유동성 갭률(money gap ratio)로 측정된 과잉 유동성이 주가와 아파트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VAR 모형을 설정하였으며 내생변수로는 주가, 아파트 가격, 경제 성장률, 물가, 금리 등의 분기 시계열 데이터를 활용하였다. 추정 결과 과잉 유동성은 서울, 인천지역 아파트 가격과 주가에 양(positive)의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였다. 윤수민(2020)은 M1과 단기 부동자금을 활용하여 초과 유동성 갭을 산출, 이를 주택 가격, GDP, CD 금리 등을 변수로 하는 오차수정(ECM) 모형을 설정하여 추정하였다. 추정 결과 초과 유동성의 증가는 주택 가격 상승에 정의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였다.
Ⅲ. 기초 데이터 및 모형
본 연구는 유동성과 아파트 가격 관계에서 유동성을 실물경제 규모를 상회하여 공급되는 초과 유동성으로 상정하여 초과 유동성과 아파트 가격 사이 관계를 분석하기 위함에 목적이 있으므로 초과 유동성 변수에 대한 정의와 추출 방법에 중요성이 있다. 앞서 초과 유동성의 정의에서 설명하였듯이 초과 유동성은 유동성과 실물경제 사이 관계에서 추출하는 방법과 금리 등을 이용한 간접적인 추출 방법 등 여러 방법들이 존재한다. 이런 다양한 측정 방법은 장·단점이 존재함으로 연구 방법에 따라 적절한 방법에 대한 선택이 중요하다.
계량학적 불균형 모형은 초과 유동성 추정 지표 중 정확성이 가장 높은 모형으로 설명된다. 해당 모형은 경제가 성장할수록 유동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되므로 이를 화폐시장이나 신용시장을 대상으로 유동성에 대한 수요 함수와 공급 함수를 동시에 추정한 후 두 함수 값의 차이를 초과 유동성의 대용변수로 사용하는 방식이다(Baek, 2005; Kim, 1999). 계량학적 불균형 모형은 이론과 구조를 잘 설명하여 초과 유동성을 잘 설명하는 장점이 있지만, 모형 추정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수시 판단 지표로는 한계가 있다.
다음으로 초과 유동성에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마샬 K가 있다. 마샬 K는 피셔의 교환 방정식(equation of exchange)인 MV=PY 를 통해 유도된 식으로 통화유통속도 역수인 이 마샬 K가 되기 때문에 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마샬 K는 명목 GDP를 유동성 지표로 나눈 값이며, 이런 마샬 K가 장기 추세에서 벗어난 정도를 유동성 갭률(liquidity gap)이라고 정의한다. 즉 유동성 갭률은 경기 상황에 따라 경제주체가 유동성을 보유하고자 하는 성향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으며(김현욱, 2009), 유동성 갭률 상승은 경제주체가 현 경제 상황에 비해 유동성을 추가적으로 보유하려는 경향이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경기 하강 국면에서 유동성 갭률 상승은 경제주체의 유동성 보유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는 것이므로 실물경제 측면에서 소비와 기업 투자 감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최문박, 2008).
본 연구에서는 초과 유동성 변수 중에 하나로 마샬 K를 이용한 유동성 갭률을 사용하였으며, 모형의 강건성을 위해 기존 연구와는 다르게 월별 데이터를 사용하였다. 해당 변수의 유동성은 M1 지표를 사용하였으며 GDP의 대리변수로 전산업생산지수를 활용하였다. 마샬 K의 장기 추세와 유동성 갭률의 추출을 위해 HP filter를 사용하였다. 해당 변수의 추정 결과는 <그림 2>와 같다. 우선 마샬 K는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를 따르고 있으며 유동성 갭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크게 증가하였다가 2020년 들어 다시 한번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COVID-19 팬데믹 등 대내외 부정적 충격 발생 시 유동성이 크게 확대되어 초과 공급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마샬 K와 같이 초과 유동성 지표로 P*를 사용하기도 한다. P*는 예상되는 인플레이션 변동을 측정함으로써 유동성에 관한 정보를 추출하는 지표로 다음 식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앞의 식에서 P는 실제 물가를 나타내며 P'는 잠재 물가10)를 나타낸다. 따라서 P*는 잠재적 물가에 비해 실제 물가가 어느 수준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유동성에 관한 정보를 내포하고 있다. 만약 P*가 1보다 크다면 잠재 GDP에 필요한 통화량 수준보다 더 많은 유동성이 공급되기 때문에 향후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음을 예측해 볼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초과 유동성 두 번째 지표로 P*를 활용하였다. 잠재 실질 GDP와 장기적 통화 유통 속도는 HP filter를 통해 추출하였다(<그림 3> 참조).11) P*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급격하게 하락하였다가 국내를 포함한 주요 국가의 저금리 및 확장적 통화정책 등에 힘입어 급격히 증가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추세적으로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며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 후 COVID-19 팬데믹으로 다시 한번 증가율이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상승 추세를 이탈하지 않으면서 최근 재차 급등하는 보습을 보였다. 특히 2015년 중반 이후에는 COVID-19 상황을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1을 상회하는 모습을 보이며 시장에 유동성이 초과 공급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4> 참조).
본 연구는 최근 전국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원인을 국내 경제 규모 대비 확대된 초과 유동성으로 상정하여 분석하는 데 주목적이 있다. 선행 연구들이 대부분 단편적인 OLS 혹은 VAR 모형을 통해 분석한 것과 달리 본 연구는 경제 이론에 근거한 SVAR 모형을 상정하여 이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SVAR 모형은 직접 추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RVAR(reduced form VAR) 모형을 통해 도출할 수 있다. 이 경우 아래 식과 같이 각각의 충격이 동일하다는 가정하에 SVAR 모형을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RVAR 모형과 SVAR 모형 간 추정해야 할 계수(parameter)의 불일치가 발생함으로 B 매트릭스(matrix)를 제약(restriction)하는 방법을 취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 본 연구에서는 동시적 제약(contemporaneous) 방식13)을 통해 이를 해결하였으며 B 매트릭스는 다음과 같이 설정하였다.14)
(식 4)에 대한 경제 이론적 배경은 다음과 같다. 우선 첫 번째 행은 이자율(ur)에 대한 함수다. 이자율에 대한 함수는 테일러 준칙(Taylor rule)을 인용하여 물가와 성장률에 대한 함수로 정의하였다(최남진, 2021).
두 번째 행은 통화량(um)에 관한 식으로 화폐시 장 균형 이론에 근거한다. 화폐시장 균형 이론은 실질 화폐 공곱과 화폐 수요(Md = L(Y,i)) 가 일치하는 점에서 화폐시장의 균형이 형성됨을 의미하며 이를 구조화식에 적용하기 위해 로그를 취한 후(take log) 테일러 전개(taylor series expansion)하면 (식 7)을 얻을 수 있다(Sims, 1986).
세 번째 행은 물가(up)에 대한 함수로 물가는 이자율과 총생산의 함수로 정의한다(Sims, 1986).
네 번째 행은 총생산(uy)에 대한 함수로 이자율과 민간 소비의 함수로 정의하며 이는 총수요 이론에 기반한다(최남진, 2021).
다섯 번째 행은 소비(uc)에 대한 함수로 소비는 이자율과 물가, 총생산, 자산 가격의 함수로 정의하였다. 이자율의 경우 할부 금리 변동에 따라 소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상정(최남진, 2021)한 것이며 물가는 케인즈 이론에 입각하여 소비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상정한 것이다. 또한, 거시경제 이론에 근거하여 총생산과 소비 간에 피드백 효과가 있음을 상정한 것이며 자산 효과 이론에 의해 자산 가격이 소비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상정하였다.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 행은 자산 가격(ua)에 대한 함수로 자산 가격 이론 등에 근거하여 이자율, 통화량, 총생산의 함수로 정의하였다.
본 연구는 최근 아파트 가격 급등의 원인을 경제 규모에 비해 초과 공급된 유동성으로 상정하여 이를 경제 이론에 근거한 SVAR 모형을 설정하여 분석하고자 함에 의의가 있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본 연구에서는 경제 이론에 근거한 6변수 SVAR 모형을 설정하였으며 내생변수로는 이자율, 통화량, 물가, 총생산, 민간 소비, 자산 가격을 설정하였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시계열 데이터는 다음과 같이 설정하였다. 우선 이자율은 3년 만기 국채 수익률을 사용하였으며 물가는 소비자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를 사용하였고 해당 변수들은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서 추출하였다. 다음으로 총생산은 전산업생산지수(index of all industry production, IIP)를 사용하였고, 민간 소비는 소매판매액지수(retail sales index, RSI)를 사용하였으며 해당 변수들은 통계청에서 추출하였다(<그림 5> 참조). 자산 가격은 전국 아파트 매매 실거래 가격 지수를 사용하였으며 국민은행 통계시스템에서 추출하였다. 모든 데이터는 2007년 1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월별 데이터를 사용하였다.
모형의 안정성을 위해 단위근 검정(unit root test)을 실시한 결과, 3년 국고채 수익률(Korea government 3-year bond, KB3), 소비자물가지수(P), 전산업생산지수(IIP), 소매판매액지수(RSI), 전국 아파트 실거래 매매 가격지수(arpartments price)에서 단위근이 있어 불안정한 시계열(non stationary process)임을 확인하였다. 반면, 소비자물가지수, 전산업생산지수, 소매판매액지수, 전국 아파트 실거래 매매 가격지수의 계절성을 제거한 전년 동월 대비 증감률과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의 장기 추세에서 벗어난 금리 순환에서 단위근이 검정되지 않아 안정적인 시계열(stationary process)임을 확인하였다. 유동성 갭률(liqudity gap, LG)과 P*의 순환 변동치에서는 단위근이 검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모형의 안정성을 위해 단위근이 검정되지 않은 안정적 시계열 변수를 선택하여 추정하였다(<표 1> 참조).
ADF | ||
---|---|---|
Level | Difference | |
KB3 | -1.38 | -10.42*** |
LG | -3.58*** | - |
P* | -4.65*** | - |
P | -1.53 | -10.27*** |
IIP | -1.026 | -17.23*** |
RSI | 0.24 | -12.26*** |
AP | -2.87 | -4.87*** |
다음으로 시차 결정을 위해 AIC(Akaike information criteria) 검정을 실시하였다. 시차 결정은 유동성 갭(LG)을 포함한 6변수 AIC와 P*를 포함한 6변수 AIC를 실시하였다. 추정 결과 유동성 갭을 포함한 6변수 및 P*를 포함한 6변수 모두 시차(lag) 2가 적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시차 2를 적용하였다(<표 2> 참조).
Lag | LG | P* |
---|---|---|
0 | -28.52 | -29.68 |
1 | -39.39 | -41.23 |
2 | -39.51* | -41.31* |
3 | -38.75 | -40.56 |
4 | -38.19 | -40.08 |
5 | -37.49 | -39.40 |
6 | -36.71 | -38.65 |
SVAR 모형을 통한 유동성 갭률 상승 충격에 대한 각 변수의 반응은 <그림 6>과 같다. 우선 유동성 갭률 1% 상승 충격은 14개월 후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을 최대 5.6%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충격에 대한 효과는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영향력은 상당 기간 지속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유동성 갭률이 정의하고 있는 것처럼 시장에 공급된 유동성이 경제주체들의 장기적 예상 범위를 벗어나 시장에 공급될 경우 해당 유동성은 주택 시장으로 흘러들어 아파트 가격을 상승시키는 경로를 따른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유동성 갭률 1% 상승 충격은 물가를 19개월 후 최대 6.4%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 이론과 일맥상통하는 결과로 시장에 유동성이 확대될 경우 물가가 상승할 수 있음을 설명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더욱이 물가 상승 폭이 크고 영향력이 오래 지속되는 이유는 유동성 갭률 상승이 실물경제 규모 이상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어서 유동성 갭률 1% 상승 충격은 민간 소비를 6개월 후 2.7%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또한 경제 이론과 동일한 맥락으로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대표되는 통화 공급 확대가 실물경제인 소비를 증가시킬 수 있음을 반영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즉, 통화량 증대가 경제주체의 소득 및 유동성 등을 상승시켜 소비를 증대시키는 경로를 따르거나 금리를 하락시켜 내구소비재 소비를 증대15)시키는 간접 경로를 따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동성 갭률 1% 상승 충격은 총생산을 8개월 후 최대 0.7%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동성 갭률 상승이 민간 소비를 상승시켜 결국 성장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설명하는 것으로 확장적 통화정책의 목적과도 상응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P* 순환 변동치 상승 충격에 대한 각 변수의 반응함수는 <그림 7>과 같다. 우선 P* 순환 변동치의 1% 상승 충격은 전국 아파트 가격을 15개월 후 최대 4.7%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앞서 유동성 갭률 상승 충격과 유사한 결과로 기존 연구자들의 단순 유동성에 대한 분석 결과보다 상당히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으로 P* 순환 변동치의 1% 상승 충격은 물가를 16개월 후 최대 6.5%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또한 앞서 유동성 갭률 상승 충격과 유사한 결과로 초과 유동성으로 대표되는 P* 순환 변동치 상승 충격이 물가에 상당 기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설명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어서 P* 순환 변동치의 1% 상승 충격은 민간 소비와 총생산을 각각 5개월, 7개월 후 1.6%, 0.8%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초과 유동성을 대표하는 유동성 갭률과 P*의 순환 변동치 상승 충격은 전국 아파트 가격, 물가, 민간 소비, 총생산에 양의 방향으로 유사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경제주체의 장기 예측을 벗어나 초과 공급된 유동성은 국내 대표적 자산인 아파트 가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이렇게 초과 공급된 유동성은 물가를 양(positive)의 방향으로 상당 기간 영향을 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Ⅳ. 결론
국내 아파트 가격은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현상에 대해 학계를 비롯한 전문가 집단은 공급 부족, 정부 규제 강화, 유동성 확대 등이 아파트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에 본 연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대된 저금리 장기화 현상과 비전통적 통화정책까지 동원한 유동성의 급격한 확대가 자산 가격 상승에 영향을 주었을 것임을 상정하여 이를 분석해 보고자 하였다. 특히 단순 유동성 지표를 사용한 기존 연구와 달리 실물경제 대비 초과된 유동성을 상정하여 기존 연구와 차별화하였다. 본 연구에서 초과 유동성은 마샬 K와 P*를 추정하고 이들 추정치에서 경제주체가 장기 예측 가능한 범위를 벗어난 부분을 초과 유동성으로 상정하여 유동성 갭률과 P* 순환 변동치를 초과 유동성 변수로 사용하였다.
이와 같이 상정한 초과 유동성 증가에 대한 전국 아파트 가격 및 실물 지표의 동태적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경제 이론에 근거한 SVAR 모형 추정하였으며 SVAR 모형 추정 결과는 초과 유동성으로 상정한 유동성 갭률과 P* 순환 변동치의 상승 충격에 대한 각 변수의 반응을 확인하는 절차로 진행하였다. 추정 결과 유동성 갭률과 P* 순환 변동치 상승 충격에 대한 각 변수의 반응은 약간의 수준 차이는 보였지만 방향성과 경제 이론에는 동일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유동성 갭률과 P* 순환 변동치 상승 충격은 전국 아파트 가격을 약 5% 상승시켰으며 그 영향력이 상당 기간 지속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기존 연구에서 유동성 상승이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범위를 초과하는 것으로 경제주체들의 예상 범위를 벗어난 초과 유동성 공급이 국내 아파트 가격에 상당히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확인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또한, 초과 유동성 상승 충격은 물가를 상당 기간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초과 유동성 상승은 경제이론과 같이 민간 소비를 증대시켜 총생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본 연구를 통해 실물경제 대비 초과로 공급된 유동성이 경제주체가 장기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증가할 경우, 국내 대표적 자산인 아파트 가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한 만큼 통화당국은 정책적 유동성 조절에 있어 단순 유동성 지표뿐만 아니라 초과 유동성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고려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초과 유동성 확대가 국내 물가를 상당 기간 큰 폭의 영향을 주는 만큼 목표물가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내 통화당국은 초과 유동성 지표 등을 활용하여 이에 대한 대응체계를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추후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해당 연구는 초과로 공급된 유동성과 부동산 자산 가격 간에 관계에 대해서 분석하였으나 실제로는 금융자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고려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DSGE 모형 등을 활용하여 부동산 자산과 금융 자산을 동시에 고려한 분석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