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재건축 사업은 정비기반시설은 양호하나 노후 불량건축물에 해당하는 공동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이며, 재개발 사업은 정비기반시설이 열악하고 노후 불량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거나 상업 및 공업지역 등에서 도시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재건축과 재개발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국가법령정보센터, 2023)에 의해 토지 등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조합을 설립하고 사업 진행을 위한 주요사항을 조합원 다수결로 결정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재건축 재개발의 대상은 준공 30년 이상 경과한 노후주택으로 2021년 기준 서울시 전체 주택의 20.1%인 36만 호가 노후주택에 해당한다(서울특별시, 노후기간별 주택 현황 통계, 2023a). 1980년대 후반부터 정부의 주택 200만 호 건설계획에 따라 대규모 주택공급이 있었기 때문에 노후주택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며, 10년 후에는 현재의 250%(90만 가구), 15년 후에는 331%(119만 가구)에 달하는 노후주택이 재건축 재개발 대상이다.
1983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시에서 재건축 재개발을 통해 공급된 주택 505,953가구 중 조합원 공급 118,195가구를 제외한 387,758가구(일반분양 317,960가구, 임대주택 69,798가구)가 신규주택으로 공급되었다(국토교통부, 도시정비사업 현황). 재건축 재개발은 노후주택 거주자의 주거환경개선뿐 아니라 일반분양 및 임대주택 공급을 통해 주택시장에서 신규주택 증가에 기여하며, 2016년 서울시 신규아파트 분양물량 38,835가구 중 86%(33,622가구)는 재건축 재개발의 결과이다. 노후주택의 증가에 따라 신규주택 공급에서 재건축 재개발이 차지하는 비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재건축 재개발이 일반적인 부동산 개발사업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사업 주체가 되는 토지 등 소유자가 다수이며,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소유자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정비법은 조합설립, 예산안 편성, 조합 임원 선임, 정관 변경, 시공사 및 설계사 선정 등을 위해 총회를 개최하여 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인원 과반수의 동의를 규정하고 있으며, 다수결 절차에 흠결이 있을 경우 결의내용이 효력을 잃을 수 있다.
조합원 간 의견 차이는 다수결 의사결정에서 법적 분쟁을 발생시키며(김용만·정재호, 2016) 사업성 악화 및 조합원 부담 증가의 주요 원인이다(김지은·이재형, 2015). 조합원 갈등으로 소송이 발생하면 사업 일정이 지연되고(최형선, 2016) 소송결과에 따라 정비사업이 무산될 수 있다. 조합원 갈등에 대한 대부분의 선행연구는 집단심층면접을 통해 갈등의 정도를 측정하는데, 면접을 통해 얻은 데이터는 응답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왜곡이 있을 수 있고 다량의 데이터를 구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본 연구는 조합원 갈등이 심화되면 법적 분쟁으로 발전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소송 발생 여부를 통해 조합원 갈등을 계측하고자 시도한다. 도시정비법에 대한 법률적 해석을 통해 조합원 갈등으로 발생한 다수결 절차 관련 소송 데이터를 구축하고 실증분석으로 소송 발생 영향 요인을 알아보고자 한다. 연구결과를 통해 재건축 재개발의 조합원 및 이해관계자의 의사결정에 시사점을 줄 수 있으며, 소송 발생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의 경우 철저한 사전대비를 통해 사업성 악화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본 연구의 범위는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주택의 재건축 및 주거정비형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거나 완료된 사업장이다. 도시정비법에서 규정하는 도시정비사업은 주거환경개선사업, 재개발사업, 재건축사업으로 주거환경개선사업의 경우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시행 주체가 되어 주요 내용 결정을 위한 다수결 과정이 없으므로 제외한다. 재개발 사업은 주거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주거정비형과 상업지역 및 공업지역에 시행되는 도시정비형으로 구분되며, 도시정비형 재개발의 경우 토지 등 소유자의 이해관계가 주거지역과 차이를 보이므로 연구대상에서 제외한다. 도시정비에 관련된 법률은 도시재개발법, 도시 저소득주민의 주거환경개선을 위한 임시조치법 등으로 나누어져 있었으나, 2003년 도시정비법으로 일원화되었다. 도시정비법 시행 전에 사업이 완료되었거나 2022년 9월을 기준으로 조합이 설립되지 않은 초기 단계 사업장은 연구대상에서 제외한다.
재건축 재개발에서 발생하는 소송은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동일한 유형의 소송을 구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도시정비법에 대한 분석을 통해 조합원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조항을 구분하고, 도시정비법 전수판례를 대상으로 조합원 갈등이 주요쟁점이며 조합 및 조합원이 소송당사자인 소송을 구분하여 데이터화한다.
부동산과 관련된 법률적 문제에 대한 연구는 실증분석을 통한 부동산학 연구와 법률해석 및 법적 판단 정당화 위주의 법학 연구로 양분되어 있다. 법률적 이슈에 대해 실증분석을 시도하는 계량법학(jurimetrics)은 부동산학과 법학의 연구 방법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본 연구는 도시정비법에 대한 분석을 통해 다수결 과정에서 발생한 소송을 구분하고 소송 발생 사업장을 데이터화하여 계량 분석에 활용한다.
Ⅱ. 이론 및 선행연구 고찰
도시정비법은 도시기능의 회복이 필요하거나 주거환경이 불량한 지역을 계획적으로 정비하고 노후 불량 건축물을 효율적으로 개량하기 위해서 2003년부터 시행되었다. 법원이 공개한 도시정비법 판례는 2022년 9월 기준 총 2,644건이며 <표 1>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기본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에 관련된 판례는 888건(33.6%)이며, 조합설립추진위원회 및 조합의 설립(595회, 22.5%), 정비사업의 시행방법(308회, 11.6%) 등 사업 초기 단계에서 소송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조합의 사업시행에 대한 이견으로 발생한 소송은 크게 분류하면 조합설립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 사업시행계획안 및 관리처분계획안에 대한 총회결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 조합장 또는 조합 임원 선임결의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 등 3가지로 구분된다(박현정, 2010). 도시정비법의 조항별 판례 참조 빈도는 <표 2>와 같으며, 2018년 도시정비법 전부개정으로 법 조항의 전면적인 재배치가 있었기 때문에 각 판례에 대한 개별분석을 통해 주요쟁점을 구분해야 한다. 도시정비법에서 다수결 결의 유효요건을 규정하면서 소송 발생 빈도가 2.5% 이상인 쟁점은 토지 등 소유자 전체 회의, 조합의 설립인가, 총회개최 및 의결사항의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47조 주민대표회의는 시장, 군수 및 토지주택공사 등에 의한 공공시행의 요건으로 사업시행에 대한 다수결과 차이가 있으므로 연구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표 3> 참조).
재건축 재개발에서 조합원 간 의견 차이 및 갈등에 대한 선행연구는 대부분 집단심층면접(focus group interview)으로 갈등을 척도화했다. 조합원 갈등은 사업 지연 가능성을 높이며(신형달 외, 2012), 조합설립 및 인가과정의 갈등은 사업기간 및 사업비용에 영향을 미친다(김구회 외, 2015). 조합원 갈등은 사업 지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김지은·이재형, 2015), 사업과정에서 소송이 발생하면 추진위원회 및 사업시행 단계에서 일정이 지연된다(최형선, 2016). 조합원 간 주도권 관련 소송은 구역지정에서 조합설립에 이르는 사업 초기 단계에서 주로 발생하며, 사업 지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이다(김혜천·정경용, 2018).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계량법학 연구는 도입단계이므로 재건축 재개발 소송 발생에 대한 선행연구를 찾을 수 없었다. 집단심층면접을 통해 조합원 갈등의 정도를 계측한 선행연구의 경우 설문 조사의 특성상 분석모형에 한계를 보인다(<표 4> 참조). 다수의 선행연구(김구회 외, 2015; 김지은·이재형, 2015; 김혜천·정경용, 2018; 최형선, 2016 등)는 조합원 갈등이 사업 일정 지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밝히고 있으므로, 독립변수 선정을 위해 재건축 재개발 사업의 일정 지연에 대한 선행연구를 참고했다. 사업기간을 연속형 종속변수로 활용한 다중회귀분석 결과 대지면적, 물가지수 증가분, 회사채금리, KOSPI 지수 증가는 사업기간을 늘리고, 시행용적률, 생산자 물가지수, GDP(gross domestic product), 지가변동율 증가는 사업기간을 단축한다. Weibull 모형 및 Cox 비례위험모형을 통해 사업 지연을 생존시간으로 추정하는 생존 분석연구에 의하면 대지면적, 임대 가구 수, 조합원 수, 금리, 주택 전세가격지수의 증가는 사업기간을 늘리고, KOSPI 지수, 해당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 대지면적, 주택매매가격지수의 증가는 사업기간을 단축한다.
연구자 | 주제 | 시사점 | 분석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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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달 외 (2012) | 주택재개발사업 참여자 간의 갈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 계획단계에서 토지 등 소유자 동의서 청구지연(20.5%), 사업시행인가단계에서 조합 내부마찰(3.6%), 관리처분인가단계에서 조합 내부마찰(6.0%)이 사업 지연에 유의한 갈등 영향요인임 | FGI+상관분석 |
김구회 외 (2015) | 도시정비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갈등조정방안 연구 | 조합설립 신청 및 인가과정의 갈등은 사업기간(1.497), 사업비용(1.364)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임 | FGI+PLS 회귀분석 |
김지은·이재형 (2015) | 재개발사업 지연요인 및 개선방안 | 건설사 임직원 대상 설문 조사에서 조합갈등이 사업 지연에 가장 큰 영향(5점 척도 기준 4.3)을 미치며, 사업이 지연될수록 조합원 부담금이 증가하고 개발이익이 감소함 | FGI+기초통계량 분석 |
최형선 (2016) | 서울시 주거지 재개발 재건축사업 지연에 미치는 주민역량 영향 | 재건축 재개발 사업 관련 소송 개수는 추진위(0.459) 및 사업 시행(0.418) 단계에서 사업 지연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침 | FGI+PLS 회귀분석 |
김용만·정재호 (2016) | 주택재개발사업의 갈등 관리방안에 관한 연구 | 재개발 사업의 갈등은 구역지정 ~ 조합설립 단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며 조합설립 과정의 찬반대립이 주요 원인임 | FGI+AHP |
김혜천·정경용 (2018) | 주택재개발 사업 갈등유형과 사업 지연에 미치는 영향 | 재건축에서 발생하는 전체 갈등유형 중 조합원 갈등으로 인한 조합과 비대위의 주도권 관련 소송이 사업 지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침 | FGI+다중회귀분석 |
연구자에 따라 일정 지연에 영향력을 보이는 요인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재원의 도시정비형 재개발 사업기간 연구에서 양의 영향력을 보이는 KOSPI 지수는 장영현의 주택재개발 사업기간 연구에서 오히려 음의 영향력을 보이는데, 장기간이 소요되는 도시정비사업의 특성상 KOSPI 지수의 측정 시점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의문이 남지만 선행연구에서 정확한 시점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도길은 사업 지연 영향요인을 사업단계에 따라 4개 모형으로 구분했는데 각 모형에서 영향력이 확연한 차이를 보이며 이를 통해 사업단계를 세분화한 연구모형의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표 5> 참조).
분석방법 | 연구자 | 종속변수 | (+) 영향력 독립변수 | (‒) 영향력 독립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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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 회귀 분석 | 김호철 (1997) | 재개발 사업기간 | 구역면적 | |
이상구 (2008) | 주택재개발 사업소요기간 | 생산자물가지수 증가분 | 개발용적률, 3년만기회사채금리 증감률 | |
손동진·이현석 (2022) | 재개발 재건축 사업기간 | 현금청산자 수, 증가세대수, 구역토지면적, 일반분양수입, 서울 더미 변수, 회사채금리 | 소유자 수, 시행용적률, GDP | |
이재원 외 (2021) | 도시정비형 재개발 사업기간 | 면적 3만 m2 이하, KOSPI | 지가변동율, 조합원 1인당 구역면적 | |
Weibull 모형 | 장영현 (2008) | 주택재개발 시행 기간 | 대지면적, 분양면적 60m2 이하 건립수 | 무허가건물 비율, KOSPI, 서울시 주택가격지수 |
이건원 (2018) | 재개발 사업 기간 | 임대가구수, 조합원 수, 금리, 주택전세가격지수 | 대지면적, 주택매매가격지수 | |
Cox 비례위험모형 | 이도길 외 (2010) | 서울 재개발 사업기간 | 전체기간: 계획용적률, 면적 | |
구역지정~시행인가: 분양면적 61~85m2 비율, 세입가구비율, 1종일반주거, 노후도, | 무허가건물 비율, 계획용적률 | |||
시행인가~관리처분: 주거용건물 비율, 분양면적 60m2 이하 비율, 61~85m2 비율, 도로비율, 녹지비율 | ||||
관리처분~준공: 면적 | ||||
김혜원·최막중 (2011) | 주택가격 변동성이 재개발 사업기간에 미치는 영향 | 토지형상 정방형 | 2000~2008 동별 평당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성, 용도지역 |
재건축 재개발의 가장 큰 특징인 조합원 갈등에 대한 선행연구는 대부분 집단심층면접을 통해 조합원 갈등을 수치화했다. 집단심층면접의 데이터는 다양한 이해관계의 도시정비사업 관계자가 자신의 입장에 따라 다른 응답을 보이기 때문에 모집단 구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며1), 다수의 사업장에 대한 데이터를 얻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사업 일정 지연에 대한 연구의 경우 조합원 갈등뿐 아니라 정부 정책, 경제 상황 등 다양한 외부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므로 갈등에 대한 분석이라고 볼 수 없다. 본 연구는 도시정비법에 대한 해석을 바탕으로 판례를 데이터화하여 갈등을 계측했다는 점에서 선행연구와 차별된다.
사업 일정 지연에 관한 다수의 선행연구를 비교분석한 결과 연구자에 따라 독립변수의 영향력이 크게 달라지며 한 연구에서 양의 영향력을 보이는 변수가 다른 연구에서 오히려 음의 영향력을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길게는 수십 년 이상 소요되는 재건축 재개발의 특성상 경제지표의 측정 시점에 따라 영향력이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추측되며 사업시기에 따라 일정 지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달라지는 것을 입증한 선행연구(이도길 외, 2010)는 이를 뒷받침한다. 본 연구는 정비구역지정, 추진위원회 설립, 조합설립 연도를 기준으로 각각 경제지표를 측정하여 독립변수로 활용해서 이 같은 선행연구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Ⅲ. 분석모형
본 연구는 도시정비법 판례를 분석하여 다수결 결의의 유효성이 쟁점인 소송을 구분했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시 재건축 재개발 사업장을 대상으로 다수결 관련 소송의 발생 여부를 이항형 데이터로 구성하여 종속변수로 활용했다. 이항형 데이터를 종속변수로 취하는 로지스틱 회귀분석은 확률모델의 일종으로 종속변수와 독립변수의 관계를 함수식으로 표현해서 특정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소송 발생을 종속변수로 하는 이분형 로지스틱모형을 통해 독립변수가 다수결 관련 소송의 발생 가능성에 미치는 영향력을 알아볼 수 있다.
P는 다수결 관련 소송이 발생할 확률이며 xi는 다수결 관련 소송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βi는 모형의 추정계수이다. 최대우도 추정법으로 구한 βi가 (+)의 값이면 해당 변수는 소송 발생 확률을 증가시키고 (‒)의 값을 가질 경우 소송 발생 확률을 감소시킨다. 데이터 분석을 위해 IBM SPSS Statistics 24를 사용했다.
본 연구의 범위는 서울시 클린업 시스템 도시정비사업 현황에 공개된 주택 재건축 및 주거정비형 재개발 사업장이며(서울특별시, 2023b), 도시정비법이 제정된 2003년 이전에 준공되었거나 2022년 9월까지 조합이 설립되지 않은 초기 단계 사업장은 연구대상에서 제외한다. 조건에 부합하는 연구대상은 <표 6>과 같이 재건축 266개, 재개발 330개로 총 596개 사업장이며 서울시 25개 자치구에 분포되어있다. 지역에 따라 기존 주택의 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사업의 종류가 큰 차이를 보인다.
도시정비법에 대한 분석을 통해 재건축 재개발의 다수결 관련 과정에서 발생한 소송을 구분하고 도시정비법 조항을 참조한 판례 중에서 소송당사자가 조합 및 조합원이며 주요쟁점이 다수결 결의의 효력을 다투는 경우 다수결 관련 소송으로 분류한다. 연구대상 596개 사업장에 해당 소송이 발생하면 ‘1’, 발생하지 않으면 ‘0’의 값을 부여하여 로지스틱 회귀분석의 종속변수로 활용한다.
선행연구를 통해 확인한 독립변수의 영향력은 <표 7>과 같으며, 다양한 변수가 연구자에 따라 상반된 결과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정비구역지정에서 조합설립(최대 45년), 조합설립에서 준공(최대 23년)까지 사업기간이 길기 때문에 경제변수의 측정시점에 따라 영향력에 차이가 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대부분의 선행연구는 정확한 시점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사업단계에 따라 사업 지연 영향요인이 달라지는 것을 입증한 선행연구(이도길 외, 2010)를 통해 사업단계별 변수 구분의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본 연구의 변수구성은 <표 8>과 같다. 계량법학을 이용한 부동산학 연구가 대중화되지 않아서 소송 발생 영향요인에 대한 선행연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재건축 재개발의 조합원 갈등 및 사업 일정 지연 영향 요인에 대한 선행연구의 변수를 참고했다. 사업장 요인 독립변수인 조합원 수는 이건원(2018)의 연구에서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으며 사업 규모와 관련된 다른 변수는 조합원 수와 높은 상관관계(사업장 대지면적 0.91, 건립 가구 수 0.91)를 보이기 때문에 다중공선성에 대한 우려로 제외했다. 사업이익과 관련된 조합원 1인당 면적은 이재원 외(2021)의 선행연구에서 영향력을 보인다. 이도길 외(2010)와 최형선(2016)의 선행연구에 따르면 사업단계에 따라 조합원 갈등 및 사업 일정 지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차이를 보이므로 경제요인에 대한 독립 변수는 정비구역지정, 추진위원회설립, 조합설립 연도를 기준으로 하여, 그 각각에 대하여 다시 세부변수로서 다수의 선행연구(손동진·이현석, 2022; 이건원, 2018; 이상구, 2008)에서 연평균 기준금리(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2023), 이건원(2018)의 연구에서 연간 서울주택 매매가격지수 변동률(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 2012년 11월을 100으로 환산; 한국부동산원, 2023b), 박동하(2020)의 연구에서 연간 서울주택거래량(한국부동산원 부동산거래현황; 한국부동산원, 2023a)이 유의미한 영향력을 보이므로 본 연구의 독립변수로 반영했다.
Ⅳ. 분석결과
본 연구의 대상이 되는 서울시 재건축 재개발 사업장은 총 596개이다. 전체 사업장의 조합원 수 평균은 929가구이며 최소값 10, 최대값 8,027, 표준편차 1,006으로 사업장에 따라 규모차이가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도시정비법이 제정되기 전인 2003년 이전에 준공한 사업장은 연구대상에서 제외했는데, 추진위원회 설립연도의 최소값은 1994, 조합설립연도의 최소값은 1996인데 비해 정비구역지정 연도의 최소값은 1976이다. 추진위원회 및 조합의 설립은 토지 등 소유자의 사업 의지가 필요하지만, 정비구역지정은 사업주체의 의지와 관계없이 시장, 군수, 구청장의 신청으로 이루어지며 토지 등 소유자의 동의 현황은 정비구역지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다(이주형 외, 2012). 따라서 정비구역이 지정되어도 사업 주체의 의지에 따라서 추진위원회 설립 등 후속 단계 진행에 걸리는 기간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수결 관련 소송이 발생한 사업장은 47개이며 소송 발생 사업장은 전체 사업장에 비해서 대지면적이 크고 조합원 수와 총건립 가구가 많으며 조합원 1인당 대지면적이 넓었다. 대지면적이 11,059m2 미만이거나 조합원 수가 85명 미만인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소송이 발생하지 않았다. 소송 발생 사업장은 정비구역지정 및 추진위원회설립시 기준금리와 서울시 주택가격 상승률이 높으며 주택거래량이 많았다. 조합설립시 기준금리가 높지만 서울시 주택가격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주택거래량은 오히려 적었다. 구역지정 및 조합설립시기 데이터는 전체 사업장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2018년 개정된 도시정비법 26조에 의해 공공지원 사업장에서 추진위원회를 생략할 수 있기 때문에 152개 사업장은 추진위원회 설립시기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다. 기준금리 데이터는 1976년부터 구할 수 있었으나, 서울시 주택매매가격지수는 1986년, 연도별 서울 주택거래량은 2006년 이후의 데이터만 존재하기 때문에 일부 사업장의 경제지표 데이터에 누락이 존재한다(<표 9> 참조).
서울시 재건축 재개발을 대상으로 다수결 관련 소송 발생에 독립변수가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표본수는 596개, 로그우도값은 76.757이며 본 연구모형은 통계적으로 유의하고(Hosmer & Lemeshow test : x2=1.728, p=0.988), 모형의 설명력은 약 39%(Nagelkerke R2=0.385)이다.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선정한 독립변수 중 대변수를 기준으로 추진위원회 설립시 경제요인(추진위원회설립시 기준금리, 추진위원회설립시 주택가격변동률, 추진위원회설립시 연간주택거래량)이 유의수준 0.01에서 영향력을 보였으며, 사업장요인 변수(조합원 1인당 대지면적, 조합원 수)가 유의수준 0.05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정비구역지정시 경제요인 및 조합설립시 경제요인에 관련된 나머지 변수(구역지정시 기준금리, 구역지정시 주택가격변동률, 구역지정시 연간주택거래량, 조합설립시 기준금리, 조합설립시 주택가격변동률, 조합설립시 연간주택거래량)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보이지 않으며 경제변수의 영향력이 측정시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표 10> 참조).
조합원 1인당 대지면적이 넓어지면 다수결 관련 소송이 증가한다. 조합원 1인당 대지면적은 유의확률 0.05에서 유의미하며 1인당 대지면적이 1m2 증가할 때마다 다수결 관련 소송 발생 가능성이 약 1.019배 증가한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재개발사업으로 기대되는 개발이익이 증가할수록 조합원이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하는데(이건원, 2018), 조합원 1인당 대지면적이 클수록 재건축 재개발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익이 크기 때문에 토지 등 소유자가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다수결 관련 소송이 발생할 가능성이 증가한다.
조합원 수가 많아지면 소송이 증가한다. 조합원 수는 유의확률 0.05 수준에서 소송 발생에 영향력을 보이며 재건축 재개발에서 조합원 수가 1명 증가할 때 소송이 발생할 확률이 약 1.001배 증가한다. 재개발에서 조합원 수가 증가하면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다양해지고 각 사업단계에서 갈등 발생이 늘어나며(이건원, 2018), 해당 사업장에서 발생한 소송의 건수가 증가하므로(최형선, 2016) 다수결 소송의 발생 가능성이 증가한다.
추진위원회 설립시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소송이 증가한다. 추진위원회 설립시 연평균 기준금리는 유의확률 0.01에서 유의미한 영향력을 보이며, 기준금리가 1% 상승하면 소송 발생 가능성이 약 202.432배 증가한다. 재건축 재개발은 일반분양금 수입이 들어오기 전까지 사업추진에 필요한 비용을 금융기관 대출금으로 조달하며 이 시기에 금리가 상승하면 금융비용 지출이 증가하여 사업성이 악화된다. 금리는 다른 주요경제지표에 비해 부동산 시장에 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변수이며(홍정효·문규현, 2009), 재건축 재개발의 소요비용이 증가하면 해당 사업장에서 발생한 소송의 개수가 늘어나고(최형선, 2016), 주택시장 침체 및 추가부담금 발생 등 재건축 재개발의 수익성 하락은 조합원 갈등을 증가시킨다(김용만·정재호, 2016). 손동진·이현석(2022)의 연구에서도 금리가 높아지면 조합원 갈등으로 사업 일정 지연에 양의 영향력을 보이며, 본 연구의 결과는 다수의 선행연구와 일치한다.
추진위원회 설립시 서울시 주택가격이 상승하면 소송이 감소한다. 주택가격지수는 유의확률 0.01에서 영향력을 보이며, 연간 주택매매가격이 1% 증가하면 조합원 갈등 소송이 약 0.195배 감소한다. 주택매매가격이 증가하면 재건축 재개발 사업으로 얻을 수 있는 주택 가치상승 및 일반분양수입이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좋아지고 소송 발생 가능성이 감소하는데, 이러한 결과는 정비구역지정에서 사업계획인가까지 전국 지가변동율이 하락하면 사업 진행이 원활하지 않다는 선행연구(손동진·이현석, 2022)와 유사하다.
추진위원회 설립시 주택거래량은 유의확률이 가장 낮고 B값의 절대값이 가장 큰 변수로 주택거래량이 늘어나면 조합원 갈등으로 인한 소송이 증가한다. 주택거래량에 대한 선행연구에 따르면 매수자의 거래 참여의향이 증가하여 주택을 매수하려는 수요가 많을수록 주택거래량이 증가한다(박동하, 2020). 추진위원회 설립시 주택거래량 증가는 주택을 매수하려는 수요가 많음을 의미하는데, 재건축 재개발 사업의 일반분양주택은 전체 건립 가구의 약 62.8%(도시정비사업 현황 1983~2021, 국토교통부, 2021)로 재건축 재개발을 통해 신규공급되는 주택에 대한 주택시장의 매수수요 증가는 이해관계자의 관심증가로 이어지며, 유의다수결 소송 발생을 증가시킨다.
다수의 경제지표가 의미 있는 영향력을 보이는 추진위원회 설립시기와 달리 정비구역지정시 모든 경제지표는 소송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정비구역 지정권자는 특별시장, 광역시장, 도지사, 시장, 군수이며, 추진위원회 및 조합설립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건인 토지 등 소유자의 동의 현황은 정비구역지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다(이주형 외, 2012). 정비구역지정 단계에서 발생하는 법적 분쟁은 정비구역지정 무효확인 소송 및 정비구역지정처분 취소와 같이 구역지정 자체에 대한 행정소송이 대부분으로(조필규, 2016), 토지 등 소유자의 의견 차이로 인한 갈등은 추진위원회설립 동의서 제출 거부 등의 방법으로 표현되며 법적 분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따라서 정비구역지정시 경제요인은 다수결 의사결정 관련 소송 발생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조합설립시 경제요인은 소송 발생에 영향력을 보이지 않는다. 조합설립 동의에 대하여 행해지는 조합설립인가는 법적 권한을 설정하는 설권적 행정행위로서 대법원 판례는 재건축 재개발 조합을 민간사업의 시행자뿐 아니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를 대신하여 행정처분권을 갖는 행정주체로 인정한다(이상훈·석호영, 2017). 도시주거환경 개선이라는 행정 목적 달성을 위해 재건축 재개발 조합의 안정적인 정비사업추진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이윤정, 2019), 설립인가를 득한 조합은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며 행정소송의 대상이다. 행정소송은 민사소송에 비해 제소 기간이 제한되고 행정주체의 상대방인 원고가 소송의 제기자로서 조합설립인가의 위법을 입증해야 하는데, 2021년 행정소송에서 행정기관의 승소율은 56.8%, 패소율은 10.5%(법무부, 국가송무정보시스템, 2023)2)로 상대방인 원고의 승소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조합설립인가 이후 사업추진세력의 법적 지위가 강화되면서 다수결 결의의 유효성에 대한 법적 분쟁 가능성이 현저하게 감소하기 때문에 독립변수가 소송 발생에 영향력을 보이지 않는다.
Ⅴ. 결론
재건축 재개발은 조합원의 주거환경개선뿐 아니라 일반분양 및 임대주택을 신규공급하는 효과가 있으며, 서울시의 노후주택 증가에 따라 그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도시정비법은 재건축 재개발의 주요사항을 다수결로 결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조합원 의견 차이로 발생하는 갈등은 사업 일정 지연 및 사업성 악화의 주요 원인이다. 본 연구는 도시정비법에 대한 해석을 바탕으로 관련 판례를 분석하여 다수결 관련 소송이 발생한 사업장 데이터를 구성하고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했다.
기초통계량 분석에 따르면, 다수결 관련 소송이 발생한 사업장은 사업장 대지면적이 크고 조합원 수 및 사업종료 후 총건립 가구가 많으며 조합원 1인당 대지면적이 넓다. 또한, 일정 규모 이하의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소송이 발생하지 않는다.
소송 발생 영향요인에 대한 로지스틱 회귀분석 결과, 조합원 1인당 대지면적이 클수록 재건축 재개발 사업을 통해 기대하는 이익이 커지면서 소송 발생이 증가하며, 조합원 수가 많아지면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다양해지면서 갈등이 늘어나고 소송 발생이 증가한다. 추진위원회 설립시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조합원 갈등으로 소송이 증가하고, 추진위원회 설립시 서울시 주택가격이 상승하면 이익이 증가하면서 소송이 감소한다. 추진위원회 설립시 서울시 주택거래량의 증가는 주택을 매수하려는 수요가 높다는 의미로 재건축 재개발을 통해 신규공급되는 주택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이어지며 소송 발생을 증가시킨다. 한편 정비구역 지정시 경제지표는 소송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 이 시기에는 사업시행을 위한 대표자가 명확하지 않으며 토지 등 소유자의 갈등이 추진위원회 구성 준비과정에서 동의서 제출거부 등을 통해서 표출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소송의 실익이 크지 않다. 조합설립이 완료되면 조합이 행정기관과 같은 법적 지위를 얻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하는 반대세력의 승소율이 급격히 낮아진다. 조합의 상대방은 다수결 결의 유효성에 대한 소송 제기 실익이 감소하므로 법적 분쟁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조합설립시 경제변수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사업 지연에 대한 일부 선행연구와 같이 Cox비례위험모형을 시도했으나, 공공지원 시행을 통한 도시정비사업의 경우 추진위원회를 생략할 수 있고 일부 사업장에서 토지 등 소유자가 정비구역지정을 제안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변수가 일정하지 않아서 분석 결과가 큰 의미를 보이지 않았다. 2015년 법개정으로 공지원 사업장에서 추진위원회가 생략되면서 데이터 결측이 발생한 부분은 본 연구모형의 한계이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 연도별 주택거래량이 2006년부터 집계되어서 일부 사업장의 데이터 결측이 있었는데, 과거 자료가 충분한 유사 지표로 대체하면 보다 완전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로지스틱 회귀분석 결과 추진위원회 설립시 모든 경제지표가 영향력을 보이는데, 더욱 다양한 변수를 시도하면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에 관련된 법률적 이슈에 대한 연구는 부동산학 및 법학에 대한 복합적인 이해가 필요하며, 해석적 연구방법과 실증적 연구방법을 접목시킨 계량법학을 통해 더욱 발전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계량법학 연구가 대중화되지 않았지만, 부동산의 특성상 법률에 의한 제약이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계량법학을 활용한 다양한 후속연구가 전개될 것을 기대한다.